정부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과 공시가 2.5배 이상 차이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한강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한강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뜻의 모순(矛盾)은 ‘창(矛)’과 ‘방패(盾)’를 뜻한다. 하나하나의 논리는 그럴듯하게 보이지만 두 개의 논리를 모아 놓으면 서로 맞지 않는 것을 모순이라고 한다.

지난 몇 년간 정부와 일부 정치권은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있고 부동산 시장이 불안하다고 주장하며 무주택자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려는 투기 세력의 음모이므로 국민은 이에 넘어가지 말라고 일관적으로 주장해 왔다.

KB국민은행이나 부동산114 등 민간 시세 조사 기관의 통계가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것은 민간 기관은 부동산 중개소에서 호가 위주로 시세를 입력하는 것이어서 믿을 만한 것이 못 되며 ‘전문 조사 인력’이 ‘전문적인 방법’을 통해 실제 거래 사례를 중심으로 조사한 정부의 공식 통계인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장이 안정돼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공식적인 주장이었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구 한국감정원)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전국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7.57%이고 민간 기관인 KB국민은행은 9.65%였다. 특히 그 차이가 극명하게 벌어진 것은 서울 지역 상승률이다. 한국부동산원은 2020년 서울 아파트는 3.01%밖에 오르지 않았다고 한 반면 KB국민은행은 13.06%나 올랐다고 해서 네 배 이상이나 차이가 난다.

시장에 나가 보면 실제로 집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 아우성이 있자 정부는 그것은 실제 거래가 아니고 투기 세력이 자전 거래를 통해 실거래가를 조작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를 조사하기 위해 강력한 권한을 가지는 별도의 부동산 감독 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마디로 집값은 별로 오르지 않았고 집값이 올랐다고 주장하는 무리는 이를 이용해 정권을 흔들려는 일부 언론과 불안 심리를 자극해 집값을 올리려는 투기 세력의 합작품이라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이런 정부의 주장을 국민은 믿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믿고 싶었다. 그런데 2021년 3월 들어 정부의 주장이 180도 바뀌었다. 2020년에 집값이 너무 올랐으니 공시가를 대폭 올려야겠다는 것이다.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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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 격차 더 크게 벌어져
2020년에 전국 아파트 값이 한국부동산원 조사처럼 7.57% 올랐던 것이 아니라 실제로는 19.08%나 오른 것이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3.01%가 아니라 19.91%나 올랐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표1]에서 한국부동산원의 매매가 상승률과 공시가의 상승률을 비교해 보면 전국 평균은 2.5배나 차이가 난다. 서울을 포함한 6개 지역이 평균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서울은 그 차이가 6.6배에 달한다.

그러면 공시가 상승률과 한국부동산원의 상승률 통계 중 어느 것이 문제일까. 이를 밝히기 위해 지난 10년간의 통계를 살펴보자.
그래픽=배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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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는 2011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부동산원의 상승률과 공시가 상승률을 비교한 것이다. 해마다 편차가 있지만 특히 2020년에서 압도적으로 큰 차이가 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정권별로 구분해 보면 이명박 정부 때는 집값 상승률보다 공시가 상승률이 연평균 2.9%포인트나 낮다.

박근혜 정부 때는 집값 상승률보다 공시가 증가율이 연평균 1.2%포인트 정도 높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들어 그 차이가 7.0%포인트까지 벌어진다. 특히 2020년에는 그 차이가 무려 11.5%포인트나 된다.

이것은 무슨 의미일까. 한국부동산원의 통계 방식이 갑자기 바뀐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통계와 공시가 상승률의 차이가 해마다 벌어지고 있고 특히 2020년 격차가 더 벌어진 이유는 공시가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 그동안 집값이 안정됐다면 공시가는 인상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같은 집값을 두고 표 관리할 때는 거의 오르지 않았다고 하고 세금을 걷을 때는 크게 올랐다고 한다면 국민은 헷갈리는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모순을 해결해야 할까. 단기적으로 올해 공시가 발표분은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정부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 통상 공시가를 조사, 결정하는 시간이 두 달 정도 걸리므로 보유세 부과 기준일인 6월 1일까지는 시간이 촉박할 수 있겠지만 올해 재산세는 작년 공시가를 근거로 부과하고 향후 조정되는 공시가에 따라 추가 부과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공시가 제도 자체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 그동안 정부는 선진국에 비해 한국의 보유세율이 너무 낮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보유세가 높은 선진국은 대부분 공시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실거래가인 취득 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부과한다. 그리고 보유세 증가율은 물가 상승률을 넘을 수 없다고 법으로 정해져 있다. 쉽게 말하면 전년 대비 2% 이상 올릴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면 공시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는 것과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는 것의 차이는 무엇일까. 공시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는 제도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공시가를 정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올해 공시가 사태가 그 전형적인 예다. 세금을 더 걷기로 결정되면 극단적으로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공시가를 정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거래가를 기준으로 하게 되면 세금을 거두는 측이나 내는 측 모두 예측 가능한 수준의 세금이 책정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기 거주하는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집을 사게 되면 몇십 년간 집을 수리해 가면서 한 집에 사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보유세제다.

보유세를 매기는 기준이 취득가이기 때문에 예전에 사서 계속 그 집에 거주하는 사람은 보유세가 상당히 낮다. 반대로 시세 차익을 노리고 집을 샀다 팔았다 하는 사람은 취득가가 계속 높아지기 때문에 높은 보유세를 낼 수밖에 없다.

집값이 올랐으니 보유세도 많이 내야 한다는 논리는 세금 구조에 대한 몰이해 때문이다. 오른 집값에 대해서는 나중에 팔게 되면 고액의 양도소득세를 내게 된다. 하지만 소득이 없는 사람에게 집이 있다는 이유로 그 집을 팔지 않으면 안 될 만큼 보유세 폭탄을 퍼붓는 것이 과연 상식적인 사회인지에 대해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