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경험과 데이터에 집중하는 기업들…‘경험’을 보는 시각과 프레임부터 점검해야

[경영전략]
‘마법 같은’ 고객 경험 중심 비즈니스…세 가지 성공 체크 포인트 [김광진의 경영전략]
기업들이 점점 더 집중하는 이슈가 있다. 바로 ‘고객 경험 중심’이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등 시대의 흐름에 필요한 다양한 경영 화두 중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위한 새로운 성장의 키워드로서 이 단어가 모든 기업 경영의 핵심이 됐다.

실제로 삼성전자·현대차·LG·SK를 포함한 모든 기업들이 최근 보여주는 성과들의 핵심에는 ‘고객’과 ‘경험’이라는 단어가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고객 중심이라는 화두는 비즈니스와 경영을 하는 리더들에게 새로운 키워드이자 화두는 아니다.

최근 들어 더욱 중요시되는 이유는 그것이 만들어 내는 가치가 비즈니스에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직접 피부로 깨닫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곧 우리 기업이 만드는 서비스가 어떤 가치가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 있고 그 핵심을 고객이 느끼는 ‘날것’의 경험에서 찾아보려고 하는 필사의 노력과 실천에 집중하게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즈니스 기획이나 마케팅을 담당하는 사람이라면 익히 알고 있는 것처럼 고객으로부터 발견한 다양한 정보를 분석하고 반영해 야심차게 내놓는 상품과 서비스 10개 중 8~9가지는 시장에서 외면 받고 사라지거나 큰 효과를 보지 못한다.

고객의 경험과 데이터를 비즈니스에 연결하는 방법과 성공 스토리 등을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정작 기업에서 이를 직접 실천해야 하는 담당자에게는 고민이 참 많다.

도대체 왜 실패하는 것일까

성공적인 ‘고객 경험 중심’을 상품과 서비스로 구현해 내기 위해선 세 가지를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장 중요하게 살펴봐야 할 것은 바로 경험을 바라보는 시각과 프레임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려 하고 아는 것만 보인다”는 말이 있다. 우리가 이해하고자 하는 고객을 이렇게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파악해야 한다.

고객이 겪는 서비스 경험의 여정과 스펙트럼은 생각보다 폭이 넓다. 심지어 해당 서비스와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부터 불편함이 초래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제품에 초점을 맞춘 질문은 매우 단편적이고 기계적인 답변으로 돌아오기 십상이다.

고객의 경험을 이해하고 고객 경험 중심으로 무언가를 한다는 접근은 매우 진지한 통찰을 요하는 작업이다. 고객으로부터 만들어지는 데이터를 어떻게 기획하고 해석할 것인지에 대해 유연하고 넓은 사고를 갖고 접근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다시 말해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만 얻기 위해 하는 고객 불만 처리 작업이 아니라 고객이 다양한 환경에서 경험하고 실시간으로 만들어 내는 경험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준비와 훈련이 필요하다.

자신이 얻고자 하는 답변의 프레임에는 고객의 진짜 경험과 경험에 숨어 있는 감정을 다 담을 수 없다. 혹시 현재 우리 기업의 현장에서 만들어지고 해석되고 있는 고객의 경험 데이터가 이렇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서비스에 대한 편향된 백업 데이터로 사용될 확률이 높다.

둘째는 고객의 경험은 절대로 단편적이거나 일회성이 아니라는 점이다. 하루하루 속도전에 쫒기는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몸과 마음이 늘 바쁘다. 그렇다 보니 고객의 경험을 숙고하고 숙성할 여유가 없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한다.

우리의 서비스를 정말로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과도 같은 일부 고객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채널을 통해서도 우리가 접하는 되는 고객의 데이터는 충분히 고민하고 질문하는 사람의 관점과 달리 체계적이고 종합적이며 친절하지 않다. 게다가 빠른 시간 내에 그것도 충분하지 않은 데이터를 정리하고 현업에 적용하기 위해 속도를 낸다.

집중하는 시간을 밀도 있게 가져야

이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오류를 생산하고 헛발질을 하곤 한다. 노파심에 하는 말이지만 빠른 실행과 실패를 중시하는 애자일 경영은 지금 말하고자 하는 논점과는 결이 다르다.

모든 통찰은 고민이라는 축적의 시간과 노력의 산물이다. 고객의 경험이 시작되는 순간부터 그 여정을 어떻게 같이 느끼고 이해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자기가 아닌 다른 사고방식과 행동을 하는 고객의 경험을 느끼고 공감하기 위해 집중하는 시간을 밀도 있게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고민하는 사람의 한마디는 그 의미와 농도가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

마지막으로 자세히 들여다봐야 할 것은 고객의 경험을 다루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그레이존(gray zone)’이다. 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부분을 살펴야 한다.

고객의 경험은 하나의 비즈니스와 전략에 연결되기 위해 여러 단계와 여러 채널을 거쳐 들어온다. 그런데 이 소중한 데이터들이 각기 다른 실천 부서와 이해관계인에 따라 다른 접근 사고방식과 참여 방식에 따라 그 의미와 중요성이 변하게 된다.

변화와 혁신 현장에는 두 가지 현상이 항상 공존한다. 하나는 근본적인 변화 혁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접근하는 그룹이다. 다른 하나는 기존의 일에서 개선 또는 보수적인 이해와 확장으로 보는 그룹이다.

이런 시각 차이는 데이터를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다르게 만든다. 이해관계라는 밸류체인의 흐름상에서는 더욱 더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전혀 다른 시각과 관점에서 더 풍부한 인사이트를 찾아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그 과정이 잘 진행되지 않아 고객의 소중한 경험의 중요한 요소들이 사라지는 현상은 지양해야 한다.

어렵게 찾아낸 고객의 경험이 영업과 마케팅 그리고 연구·개발(R&D)과 생산 등 밸류체인을 겪으면서 한 장의 이면지로 사라지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놀라운 고객 경험을 보여 줬던 애플의 스티브 잡스 창업자가 한 말은 의미가 있다. 그는 “마법 같은 고객 경험을 만들어라. 정신 차리지 못할 정도로 멋지게”라는 말을 했다.

고객의 진짜 경험을 발견하는 것은 경험을 제공하면서 시작된다. 이런 고객 경험을 디자인해야 한다.

김광진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