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가슴으로 낳아 지갑으로 길러”
펫코노미 성장 이끄는 4가지 트렌드

[스페셜 리포트]
그래픽=전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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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양이 등과 함께 사는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다. 1~2인 가구 증가와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저출생과 고령화의 영향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인이 계속 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도 반려동물 가구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전 세계 공통적으로 반려동물 입양이 늘어났고 미국에서는 ‘팬데믹 퍼피’, ‘팬데믹 펫’ 등의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반려동물을 자식처럼 여기고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하는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펫코노미 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한국의 반려동물 산업 규모는 이미 육아 용품 산업 규모를 넘어섰다.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2020년 3조3753억원에서 2027년 6조원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산업의 트렌드와 주목할 기업들을 살펴봤다.
펫 케어 기능을 탑재한 로봇 청소기 '제트봇 AI'(왼쪽)과 위치 관리 액세서리 '갤럭시 스마트태그' /삼성전자 제공
펫 케어 기능을 탑재한 로봇 청소기 '제트봇 AI'(왼쪽)과 위치 관리 액세서리 '갤럭시 스마트태그' /삼성전자 제공
그래픽=전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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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테크
AI로 반려견 감정 읽고 앱으로 위치 추적

반려동물 시장 확대와 4차 산업혁명이 맞물리면서 반려동물 산업에도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제품과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는 펫테크(pet-tech) 바람이 불고 있다. 펫테크는 반려동물 관련 제품과 서비스에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결합된 형태를 말한다.

펫테크 제품은 훈련용 도구, 건강 관리와 추적 용품, 자동화 용품, 장난감,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으로 분류된다. 2021년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CES 2021)에서도 펫테크 분야 신기술에 많은 이목이 집중됐다.

한국의 스타트업 너울정보는 반려견의 음성을 이용한 AI 감정 인식기 ‘펫펄스(PetPuls)’로 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펫펄스는 목걸이 형태의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로, 반려견의 음성을 분석해 연동된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반려견의 기분이 어떤지 감정 상태를 알려주고 신체 상태와 활동을 기록한다.
그래픽=전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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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의 음성을 크기별··종류별로 구분해 수집하고 빅데이터화해 AI 딥러닝을 통해 분석한다. 이렇게 도출된 음성 인식 알고리즘이 ‘안정’, ‘행복’, ‘불안’, ‘분노’, ‘슬픔’ 등 다섯 가지 감정 상태를 감지할 수 있다.

반려동물이 자유롭게 집 안팎을 드나들 수 있는 스마트도어 ‘마이큐(MyQ) 펫포털’은 스마트 홈 부문에서 CES 2021 최고의 혁신상을 받았다. 마이큐 펫포털을 이용하면 내·외부 카메라, 양방향 오디오, 블루투스 기술 등을 통해 스마트폰 앱에서 반려동물의 행동을 라이브 동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실시간 위성항법장치(GPS) 추적과 지오펜스(가상 울타리) 격리 기술을 통해 반려견을 쉽게 추적할 수 있는 왜그즈 프리덤(Wagz Freedom)의 스마트 개목걸이도 화제를 모았다. 청각··초음파··진동 보정 기술을 이용해 반려견이 스마트폰 앱으로 설정된 지오펜스 구역 내에 머물게 할 수 있다.

펫테크 시장은 2025년 200억 달러(약 22조6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펫테크 시장이 커지자 가전업계도 반려동물 가구를 위한 펫 케어 제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CES 2021에서 펫 케어 기능이 탑재된 로봇 청소기 ‘제트봇 AI’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인텔의 AI 솔루션 반도체를 탑재한 자율주행 로봇 청소기로 AI 솔루션과 카메라, 라이다 센서, 3D 센서가 장애물을 판별해 반려동물을 피해 청소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반려동물 케어 서비스인 ‘스마트싱스 펫(SmartThings Pet)’ 서비스도 공개했다. 스마트싱스 펫은 제트봇 AI와 연동돼 밖에서도 원격으로 반려동물의 영상을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위치 관리 액세서리 ‘갤럭시 스마트태그’는 반려동물을 잃어버릴 우려를 덜어준다. 갤럭시 스마트태그는 갤럭시 기기 외에 반려동물이나 열쇠 등 통신 기능이 없는 것들에 부착해 위치를 간편하고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모바일 액세서리다. 스마트싱스 앱의 ‘스마트싱스 파인드’ 서비스를 통해 기기를 등록해 사용할 수 있다. 반려견에 스마트태그를 부착해 두면 반려견과 거리가 멀어져도 위치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공기 중 반려동물의 털을 집중적으로 제거하는 극세 필터와 대소변 냄새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해 주는 탈취 필터를 장착한 공기청정기 비스포크 큐브 에어 ‘펫케어’ 모델도 출시했다.

LG전자도 반려동물 가구를 겨냥해 세탁기와 건조기에 펫케어 기능을 탑재한 ‘LG 트롬 스팀펫 세탁기·건조기’를 출시했다. 2019년 7월 출시한 ‘LG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펫’은 기존 제품 대비 더 강력해진 탈취 성능과 털··먼지 제거 성능으로 호응을 얻었다. 2020년 팔린 퓨리케어 360도 공기청정기 중 4대 중 1대는 펫 케어 제품으로 알려졌다.
펫 푸드
프리미엄·휴먼그레이드가 대세
동원F&B의 펫 전문 브랜드 '뉴트리플랜' 제품 /동원F&B 제공
동원F&B의 펫 전문 브랜드 '뉴트리플랜' 제품 /동원F&B 제공
펫 푸드 시장에서는 반려동물을 인간과 같이 하나의 동등한 인격체로 보는 ‘펫 휴머니제이션’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프리미엄 사료가 각광받고 있다. 반려인들이 반려동물의 건강 관리에도 관심을 쏟으면서 천연·유기농 재료를 사용한 자연식 사료, 사람이 먹어도 될 만한 품질의 재료와 공정을 활용한 휴먼그레이드 사료 등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동원F&B ‘뉴트리플랜’, 하림펫푸드 ‘더리얼’, 한국야쿠르트 ‘잇츠온펫츠’, KGC인삼공사 ‘지니펫’ 등 식품 기업들이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를 내걸고 신사업으로 펫 푸드 시장에 진출한 상태다. 휴먼그레이드 사료를 원하는 반려인들의 눈높이에 맞춰 한국 기업들도 프리미엄 사료에 집중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이들 기업이 자사의 시그니처 재료를 사료에 사용했다는 것이다. 한국야쿠르트는 유산균, KGC인삼공사는 6년근 홍삼, 동원F&B는 참치, 하림은 닭고기를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하림펫푸드는 재료만 휴먼그레이드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 공정과 설비까지 일반 식품 수준으로 구축하고 제과 업체에서 사용하는 설비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업체들은 수입산의 견고한 벽을 아직 뛰어넘지 못한 상태다. 프리미엄 사료의 수입산 비율은 여전히 70%에 달한다.
그래픽=전어진 기자
그래픽=전어진 기자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이커머스로 눈을 돌린 기업도 있다. 동원F&B는 2020년 5월 펫 전문 온라인몰 ‘츄츄닷컴’을 열었다. 동원F&B는 츄츄닷컴에서 반려견과 반려묘를 위한 사료와 간식부터 장난감, 이··미용품 등 다양한 펫 관련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정기적으로 구매하길 원하는 제품은 구독 서비스를 통해 정기 배송으로 받아 볼 수 있다. 이러한 판로 개척과 경쟁력 있는 신제품 출시 등을 바탕으로 동원F&B의 펫 푸드 매출 규모는 2020년 기준 3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동원F&B가 펫 전문 몰을 오픈한 이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반려동물 시장의 온라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유러모니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반려동물 시장에서 이커머스 비율은 2005년 1.2%에 불과했지만 2019년 20.5%로 상승했다. 2024년에는 이커머스 비율이 32.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반려동물 용품의 온라인 구매가 늘면서 수혜를 보는 대표적인 업체는 미국의 반려동물 전문 온라인 쇼핑몰 1위인 ‘츄이(Chewy)’다. 츄이는 사료·간식·의류·장난감·비타민 등 반려동물에 필요한 모든 것을 판매하면서 반려동물 카테고리에서 아마존보다도 높은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반려동물 시장의 아마존’으로 불린다.

츄이는 ‘오토십(Autoship)’이라는 정기 배송 프로그램으로 안정적인 매출 성장을 이어 가고 있다. 2018년부터는 반려동물 헬스 케어 시장에 진출해 처방약 비즈니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펫 리빙
개들은 프라다를 입는다…50만원짜리 목줄도
프라다의 반려동물 가방(왼쪽)과 루이비통의 도그 캐리어(반려동물 이동 가방) /프라다 코리아·루이비통 코리아 제공
프라다의 반려동물 가방(왼쪽)과 루이비통의 도그 캐리어(반려동물 이동 가방) /프라다 코리아·루이비통 코리아 제공
가구·인테리어업계도 반려동물 가구 공략에 나섰다.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기 최적화된 인테리어를 완성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니즈가 증가하면서 펫테리어(펫+인테리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퍼시스그룹의 생활 가구 전문 브랜드 일룸은 2019년 11월 펫 가구 시리즈인 ‘캐스터네츠’를 론칭하고 반려동물과 사람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책장 캣타워, 계단형 숨숨집, 데스크스텝, 해먹 소파테이블, 펫소파 테이블 등을 선보였는데 특히 코로나19 이후 반려동물과 함께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펫콕족이 증가하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20년 3월부터 5월까지 3개월간의 캐스터네츠의 매출은 2019년 12월부터 2020년 2월까지 3개월보다 2배 정도 증가했다.

고가의 펫 관련 용품도 코로나19 이후 더 잘 팔리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이탈리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산타 마리아 노벨라의 반려동물을 위한 프리미엄 펫 컬렉션의 2020년 1~8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제품들은 샴푸 4만5000원(250mL), 해충 접근 방지 로션 5만7000원(50mL), 데오도란트 2만5000원(150mL) 등 고가임에도 반려동물의 민감한 피부에 자극이 적은 자연 유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매년 완판 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명품업계도 펫 의류를 비롯해 반려동물 용품을 내놓고 있다. 반려동물이 새로운 고객이 된 것이다. 루이비통은 360만원대 도그 캐리어를 판매하고 있고 프라다는 2020년 홀리데이 컬렉션으로 반려동물 패딩 조끼와 재킷·레인 코트를 출시한 데 이어 50만원짜리 가죽 반려동물 목줄, 330만원에 달하는 가죽 이동 가방(캐리어), 31만원인 스카프 목줄 등 다양한 펫 용품을 선보이고 있다.
‘프라다 입고 유산 상속’...6조원 펫코노미 4가지 트렌드
그래픽=전어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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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금융
자식 같은 반려동물에 유산 상속까지

반려동물 인구 1500만 명 시대를 맞아 금융사들도 펫 보험, 펫 신탁, 펫 카드 등 다양한 금융·보험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나이가 들면 질병 발생 빈도가 높아져 의료 비용에 대한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반려인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다양한 금융 상품을 내놓는 것이다.

KB금융은 KB펫코노미 적금·KB국민 펫코노미 카드·KB펫코노미 신탁 등의 ‘KB펫코노미 패키지’를 판매하고 있다. 동물병원이나 장례 업체 등 이용 시 펫코노미 카드를 사용하면 30% 청구 할인해 준다.

하나은행은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목돈 마련 금융 상품인 ‘펫사랑 적금’을 출시했다. 월 50만원까지 가입할 수 있고 기본금리 연 1.0%에 펫사랑 서약 등의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0.5%까지 우대 금리를 제공한다. 신한은행은 ‘위드펫 적금’을 판매하고 있다. 반려동물 치료비 목적인 경우 중도 해지하더라도 기본 금리를 제공하는 특별 중도 해지가 가능하다.

반려동물의 상해··질병 치료비 보장 상품과 배상 책임을 보장하는 다양한 펫 보험 상품도 출시되고 있다. 펫 신탁을 통해서는 자식에게 유산을 남기는 것처럼 반려동물 앞으로도 재산을 남길 수 있다.

펫 신탁은 반려인이 사망·질병 등으로 반려동물을 더 이상 돌보지 못할 경우 새로운 반려인에게 양육에 필요한 자금(현금·수표·부동산 등)을 설정하는 신탁 계약이다. 한국은 반려동물 보험 가입률이 1% 미만으로 저조한 편이지만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향후 반려동물 시장의 성장에 따라 펫 금융 시장도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