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리부터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입문서로 시작하라

[서평]
과학책을 아무리 읽어도 ‘과알못’이라면
처음부터 과학이 이렇게 쉬웠다면(시리즈)
사마키 다케오 지음 | 전화윤 외 역 | 한국경제신문 | 각권 1만5000원

책 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교양 과학서에도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베스트셀러로 사랑받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비롯해 최근 주목받은 ‘위험한 과학책’ 등 다양한 과학 서적이 꾸준히 독자의 선택을 받아 왔다. 하지만 아무리 과학책이 많이 팔려도, 여러 권의 교양 과학서가 두루 읽혀도 여전히 과학은 멀고 어렵게 느껴지는 주제다. 이유는 뭘까.

‘재밌어서 밤새 읽는 화학 이야기’, ‘재밌어서 밤새 읽는 물리 이야기’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던 베스트셀러 저자 사마키 다케오도 같은 문제 의식을 갖게 됐다. 본인의 기존 저서를 비롯한 교양 과학서들이 아무리 널리 읽혀도 학생들에게 과학은 여전히 싫어하는 과목이었고 일반 대중 독자 역시 과학과의 거리감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는 게 느껴졌던 것이다.

대부분의 책이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사례 위주로 들려주다 보니 파편적 지식들을 짧게 소개하는 데 그칠 뿐 실제로 정돈된 지식을 쌓는 데는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 아무리 즐겁게 읽은 내용이라도 쉽게 휘발될 수밖에 없다. 재미난 이야기로 구성된 과학책을 많이 읽어도 여전히 과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베스트셀러 작가가 짚어주는 과학의 핵심

그래서 저자는 기초 원리에 초점을 둔 새로운 과학 시리즈를 만들었다. 기존의 ‘재밌어서 밤새 읽는’ 시리즈가 생활 속 과학 이야기를 다뤘다면 이번에 출간된 ‘처음부터 과학이 이렇게 쉬웠다면’ 시리즈는 과학의 분야별 기본 원리를 순서대로 다룬다. 초·중등 과학 교과 과정에서 다루는 핵심 내용을 화학·물리·생명과학으로 나눠 뽑은 후 기초 원리를 차근차근 설명한다. 귀여운 야옹 군과 박사님 캐릭터가 소개하는 그림 자료도 풍성하게 넣어 읽는 재미를 더했다.

1권 ‘처음부터 화학이 이렇게 쉬웠다면’에서는 물질의 기본 성질부터 원자·분자, 이온의 개념, 고체·액체·기체로의 ‘상태 변화’, 연소·환원 등 ‘화학 변화’까지 다룬다. 2권 ‘처음부터 물리가 이렇게 쉬웠다면’에서는 빛과 소리, 힘과 운동, 온도와 열, 전기와 자기, 과학의 관점에서 보는 ‘일’과 위치 에너지, 운동 에너지, 열에너지까지 다룬다. 3권 ‘처음부터 생명과학이 이렇게 쉬웠다면’에서는 생물의 정의, 식물과 동물의 차이, 세포의 구조, 유전의 원리, 최초의 생물이 진화해 인간에 이른 역사까지 다룬다.

한편 생활 속에서 과학적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질문들로 이뤄진 코너도 다채롭게 꾸몄다. 종이 냄비를 태우지 않고 라면을 끓일 수 있을까. 물이 없어도 소금을 녹일 수 있을까(1권 화학). 노을은 왜 생길까. 녹음해 듣는 내 목소리는 왜 이상할까. 투명한 얼음을 갈면 왜 하얗게 변할까(2권 물리). 피가 파란색인 생물도 있을까. 사람의 몸에 있는 세포는 총 몇 개일까(3권 생명과학). 세 권의 시리즈에 잘 정돈돼 있는 원리들을 재미있게 배우다 보면 앞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자연스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수많은 교양 과학서를 더 깊이 읽을 수 있는 눈을 갖게 될 것이다. 과학과 친해지고 싶은 청소년은 물론 교양 과학에 관심 있는 성인 독자에게도 과학의 기초를 탄탄히 다져 주는 입문서가 될 것이다.

김정희 한경BP 출판편집자

이 주의 책|
과학책을 아무리 읽어도 ‘과알못’이라면
그림의 길, 음식의 길
홍성익 지음 | 논형 | 1만9800원

재일 조선인 3세인 저자가 미술 교사·화가·기업가로서 살아온 인생과 염원을 담은 회고록이다. 일본에서 신진 서양화가에게 수여하는 최고 권위의 상인 야스이상을 수상한 저자는 차별과 빈곤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오사카 코리아타운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성장 후 일본의 민족학교인 조선학교에서 미술 교사로 근무하다가 미술 공부에 매진해 화가로 활약했다. 이후 가업을 계승해 한국과 일본·북한을 오가는 식품 사업가가 됐다. 한국·북한·일본을 넘나들며 동아시아의 신산한 역사를 버텨낸 ‘자이니치’ 3세의 창조적 삶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개인적 체험을 사회적·역사적으로 서술한 자서전으로, 재일 조선인사와 한·일 현대사 등을 다룬다. 재일 조선인사를 다룬 학술서는 많지만 생생한 사회사적 서술은 드물다는 점에서 훌륭한 미시사다. 한·일 역사나 재일 조선인사에 관심이 깊은 독자뿐만 아니라 미술과 음식에 관심이 있는 독자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과학책을 아무리 읽어도 ‘과알못’이라면
성장의 종말
디트리히 볼래스 지음 | 안기순 역 | 더퀘스트 | 1만7000원

오랫동안 성장 경제(growth economy)를 연구해 온 저자는 경기 침체가 지나갔는데도 예상과 달리 성장이 가속화되지 않는 점에 의문을 품었다. 1929~1930년대 대공황, 1970년대 오일쇼크를 비롯해 크고 작은 위기 이후 경제 성장은 가속화했다. 그런데 2008년 금융 위기와 경기 대침체 이후는 이전과 달랐다. 분명 위기는 지났고 침체는 누그러졌는데 경제 성장이 이전 수준만큼 가속화되지 않은 것이다. 실제로 21세기의 세계 경제는 20세기와 확연히 다르다.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미국 경제성장률은 21세기 평균 1%대로, 20세기에 기록했던 성장률대로 전혀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이 현상은 한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경제 선진국들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난다.
과학책을 아무리 읽어도 ‘과알못’이라면
TSMC 반도체 제국
상업주간 지음 | 차혜정 역 | 이레미디어 | 1만7800원

메모리 반도체가 전체 반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7%에 불과하다. 시스템 반도체(AP)가 73%를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가장 중요한 반도체인 마이크로 컨트롤 유닛(MCU)은 전 세계 공급의 70%를 대만의 TSMC가 생산한다. TSMC는 어떻게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 파운드리 반도체 기업이 됐을까. TSMC에 관해 한국에서 자세하게 소개한 첫 책이다. TSMC의 성공 비결이 궁금하다면 먼저 TSMC를 설립하고 30년간 이끌었던 모리스 창에 대해 알아야만 한다. 수많은 종합 반도체 기업들이 외면하는 사업을 은퇴를 고민할 나이인 56세에 시작했다. 대만 최대 비즈니스 잡지 ‘상업주간’에서 지난 30년 동안 모리스 창을 밀착 취재하며 겪었던 모든 것을 엮었다.
과학책을 아무리 읽어도 ‘과알못’이라면
제왕의 스승 장량
위리 지음 | 김영문 역 | 더봄 | 2만원

위대한 책사 장량의 일대기다. ‘복수자’의 삶에서 ‘제왕의 스승’으로 성장해 가는 장량의 변화 과정, 인간으로서 행한 분투와 노력, 고통과 집착을 상세하게 묘사했다. 전체적으로는 마치 중국 전통의 연의소설과 같은 필법을 보이지만 주요 대목마다 ‘사기’ 등 정사(正史)의 원문을 병기해 서술의 정확성과 객관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했다. 또한 서술의 시각성을 강화하기 위해 장량 및 초한쟁패와 연관된 다양한 이미지와 지도를 본문에 삽입했다. 이를 통해 창검 소리 가득한 역사 속으로 들어가 이 신비한 모사 장량의 풍모를 깊이 있게 만날 수 있고 장량의 삶과 지혜를 통해 제왕학·경영학·처세학·참모학 등의 정수를 짚어 내고 그보다 더욱 심원한 삶의 의미를 탐색할 수 있다.
과학책을 아무리 읽어도 ‘과알못’이라면
처음 읽는 인공위성 원격탐사 이야기
김현옥 지음 | 플루토 | 1만7000원

한국의 바다에서 불법 조업하는 중국 어선들은 오래전부터 국내외 안팎으로 큰 문제였다. 한국 해양경찰이 드넓은 바다를 구석구석 다니며 일일이 단속하기도 힘든데 현장에서 이들을 적발해도 도주해 버리면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렵다. 이때 인공위성 원격 탐사가 해법이 될 수 있다. 원격 탐사를 하면 한밤중에도 넓은 바다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어 불법 조업과 불법 양식 등을 감시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수의 온도나 조류의 변화 등 어업 활동에 꼭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도 있다. 인공위성이 찍은 위성 영상들을 다채롭게 보여 주면서 ‘인공위성 원격 탐사’의 기본 원리와 쓰임새에 관해 세계의 사회·농업·산업·기후 변화 등을 예로 들어 친절하게 설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