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ICO 거품 재연 우려 목소리…가능성 무궁무진, 디지털 가상 세계에 적합

[테크 트렌드]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데미언 허스트는 자신의 작품 1만 점을 NFT 등 무형으로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허스트는 벚꽃을 그린 판화 8종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도입했다./데미언 허스트 트위터
영국 현대미술의 거장 데미언 허스트는 자신의 작품 1만 점을 NFT 등 무형으로 세상에 내놓을 계획이다. 이에 앞서 허스트는 벚꽃을 그린 판화 8종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면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암호화폐를 결제 수단으로 도입했다./데미언 허스트 트위터
최근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 Non Fungible Token)이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모든 언론과 사람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부동산·주식·비트코인의 광풍 못지않게 매일 NFT 관련 뉴스와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러한 광풍의 배경에는 특히 유명인들의 행보가 한몫하고 있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난 3월 NFT를 주제로 한 2분 분량의 테크노 비트 노래를 NFT로 판매한다고 트윗을 날렸다. 캡션·클립·노래로 구성된 이 노래는 NFT 플랫폼인 밸류어블(Valuables)에서 최고 제안가인 116만 달러(약 13억원)에 판매될 예정이었지만 머스크 CEO의 변심으로 실제 판매는 이뤄지지 않았다. 머스크 CEO의 연인이자 가수인 그라임스도 NFT 기술이 적용된 디지털 그림을 경매에 내놓아 20분 만에 580만 달러(약 66억원)의 수익을 챙겨 NFT 광풍에 일조하고 있다.

코인텔레그래프(Cointelegraph)에 따르면 올 2월까지만 놓고 볼 때 NFT 매출은 3억 달러(약 3390억원)에 달한다. 대표적 NFT 마켓 플레이스인 오픈시(OpenSea)는 1년 전 월매출이 150만 달러(약 17억원)에 불과했지만 2월에 863만 달러(약 97억4000만원)로 급증했다.

무엇보다 황당한 소식은 미국 영화감독과 그의 친구들이 왓츠앱 그룹 채팅을 통해 NFT 형태의 방귀 오디오 녹음 52분 분량을 경매에 내놓았는데 그중 일부가 90달러(약 10만원)에 팔렸다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두루마리 화장지 NFT도 나온 상태다. 도대체 NFT가 무엇이기에 이러한 괴이한 열풍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으로 작동

NFT는 본질적으로 암호 화폐의 한 형태로 대체 불가능한 디지털 자산을 나타내는 용어다. 여기에서 디지털 자산이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화폐가 아니라 예술 작품·티켓·음악·사진·비디오 클립 같은 것을 말한다. 이러한 디지털 자산은 다른 유형의 물리적 자산처럼 사고팔 수 있고 그 가치는 시장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NFT는 이더리움(ETH) 블록체인 기반이지만 기존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와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각각 고유한 값과 독립적 가치를 가져 복제나 대체가 불가능하다. 현재 대부분의 토큰은 ERC-20 형태의 토큰으로 법정화폐와 같이 대체 가능한 토큰이다. 여기서 대체가 가능하다고 하는 것은 자산이 같은 종류의 다른 개별 자산과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1만원 지폐와 다른 1만원 지폐는 동일한 가치를 가지기 때문에 대체나 교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같은 아파트나 자동차라도 서로 매매 가격이 달라 집이나 자동차 또는 수집품은 대체가 불가능하다.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지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선 NFT는 사거나 팔 수 있지만 하나의 NFT를 다른 NFT로 교환할 수는 없다. 또한 작은 단위로 나눌 수 없는 비트 코인과 달리 NFT는 돈처럼 작은 가치 단위로 쪼갤 수 있다.

NFT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디지털 원장을 사용해 디지털 자산을 안전하게 평가·구매·교환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NFT는 구매·판매할 수 있는 정품과 소유권에 대한 디지털 인증서를 만든다. 즉, 누구든지 NFT 거래의 세부 사항과 누가 소유주인지에 대한 기록을 들여다볼 수 있다. 거래를 문서화하는 분산형 디지털 원장인 블록체인상에서 실행되기 때문에 NFT가 나타내는 자산의 거래나 소유권·유효성을 추적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NFT를 구매할 때 얻는 것은 자산 자체가 아니라 실물에 대한 ‘소유권 증명’이다.

NFT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구매할 수 있고 구매하기 위해서는 저렴한 가격에 한정된 수량만 가능한 드롭(Drop)이나 특정 시간(보통 2~15분) 동안 무제한 NFT를 구매할 수 있는 오픈에디션(Open edition)을 이용하면 된다.

NFT를 판매하는 사이트로는 신용 카드 또는 이더(Ether)와 같은 암호화폐를 사용해 NFT를 구매하는 니프티게이트웨이(Nifty Gateway), 누구나 승인 없이 자신의 NFT를 만들 수 있는 라리블(Rarible)과 이더로 거래비용을 지불하지 않고도 NFT를 생성할 수 있는 오픈시(OpenSea) 등이 있다. 또한 NFT는 구매하려는 항목에 따라 선택하는 사이트가 다른 편이다. 예를 들어 야구 카드를 구매하려면 디지털트레이딩카드(digitaltradingcards)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NFT는 온라인 게임에서 시작됐고 나이키 같은 운동화 정품 인증(CryptoKicks)에 이어 이제는 예술·스포츠·가상 부동산이나 트윗 같은 다양하고 광범위한 형태로 활용되고 있다.

가장 일반적인 NFT는 디지털 예술 작품을 사고파는 데 사용된다. 최근 비플(Beeple)로 더 잘 알려진 디지털 아티스트 마이크 윈켈만의 NFT 기반의 5000개 이미지 모음이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6930만 달러(약 782억원)에 판매됐다. 대퍼랩스(Dapper Labs)라는 신생 기업에서 개발한 디지털 고양이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도 약 43만 달러(약 4억9000원)에 판매됐다.

스포츠 분야에서는 NFT 플랫폼인 NBA 톱숏이 인기 있는 운동선수의 짧은 동영상 클립이나 인상 깊었던 장면을 트레이딩 카드 형태의 NFT로 만들어 2억8000만 달러(약 316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NBA 톱숏은 추가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 보석과 액세서리·의류를 추가 판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음악 뮤지션들도 자신의 작품에 대한 권리와 원본·음악 클립에 대한 짧은 비디오를 판매하며 NFT 열풍에 뛰어들고 있다. 트위터의 공동 창립자인 잭 도시는 세계 최초의 NFT 기반의 트윗을 250만 달러(약 28억원)에 판매했다.

막대한 전력 소모…NFT의 탄소 발자국은

NFT는 현재 주로 예술 작품 위주로 활용되고 있지만 향후 그 활용 범위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차세대 컴퓨팅 플랫폼으로 각광받고 있는 메타버스는 NFT 시장에 새로운 시장을 열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왜냐하면 NFT는 어떤 것도 디지털 자산으로 만들 수 있어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 가상 세계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NFT 열풍에 대해 과도한 낙관론이나 기대감을 경계하는 시각들도 많다. 이들은 NFT가 진정한 가치 창출 없이 돈만 창출한다고 비난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의 NFT에 대한 관심이 2017년 암호화화폐 공개인 ICO(Initial Coin Offering) 열풍과 비슷하다고 입을 모은다. 당시 많은 스타트업들이 자금을 모으기 위해 디지털 토큰을 발행하면서 ICO 버블을 일으켰고 이로 인해 많은 투자자들에게 절망감을 안겨 줬다. 투자자들은 허접한 백서 몇 십 페이지를 보고 묻지 마 투자를 하다가 큰 손해를 보기도 했다.

최근 발생한 NFT 니프티게이트웨이 사용자 계정 해킹 사건도 NFT 시스템의 잠재적인 보안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미국 NBA의 구단주이자 억만장자 기업가 마크 큐번은 NFT가 예술·음악·영화 산업을 혼란에 빠뜨릴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관점에서의 우려도 간과하기 어려운 점이다. 특히 많은 사람들이 NFT가 기후 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인 환경 재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걱정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암호화폐 채굴과 거래로 인해 NFT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발생시키고 있다. 실제로 이더리움이나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들이 사용자의 재무 정보를 검증하는 합의 알고리즘인 ‘작업 증명(PoW)’ 방식의 채굴(mining)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더리움만으로도 리비아 전체 국가와 맞먹는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NFT의 탄소 발자국을 계산하는 사이트인 CryptoArt.wtf에 따르면 최근 개당 7500달러(약 847만원)에 팔린 캐나다 가수 그라임스의 ‘지구(Earth)’라는 짧은 NFT 비디오는 시간당 전력량 12만2416 kWh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를 에너지량으로 환산하면 유럽연합(EU) 거주자의 34년 동안 평균 총 전기 소비량 또는 이산화탄소 79톤에 해당된다는 지적이다.

머스크 CEO의 NFT 노래 중 ‘당신의 허영심을 위한 NFT’라는 가사가 있다. NFT의 신드롬이 단지 우리의 허영심(vanity)을 만족시키거나 고립 증후군(FOMO)으로 끝나지 않기를 고대해 본다.

심용운 SKI 딥체인지연구원 수석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