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경험 개선, 페이팔·비자도 가세…메타버스 성장도 확산 계기 될 것
[비트코인 A to Z] 올해 초 15억 달러(약 1조7000억원)의 비트코인을 구매해 주목받았던 테슬라는 3월 24일부터 비트코인으로 신차 구매 결제를 받기 시작했다. 비트코인 결제 옵션은 테슬라의 미국 웹사이트에만 활성화돼 있는데 연내에 전 세계로 결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하나의 흥미로운 사실은 테슬라가 이렇게 획득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바로 바꾸지 않고 장기적으로 보유할 것이라는 점이다. 엘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마이너스 금리 시대에 현금을 들고 있으면 바보”라고 여러 차례 밝힌 적이 있다.비트코인의 시세도 테슬라의 참여에 힘입어 크게 올라 말 그대로 비트코인 1개로 테슬라의 자동차 1대(모델3 기준)를 구매하기에 충분한 가격이 됐다.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자동차 회사인 테슬라의 급진적인 비트코인 시장 참여는 상징적인 면에서 가상 자산 결제 상용화에 큰 진전을 만들어 냈다.
테슬라가 이끈 가상 자산 결제 상용화
연초 테슬라의 비트코인 결제 계획이 발표된 이후에도 가상 자산을 이용한 결제를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았다. 네트워크 수수료가 비싸고 블록체인에서 전송을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리며 가격 변동성으로 구매자나 판매자가 심리적 불편함을 겪고 규제와 회계 등을 준수하기 위한 부담이 크다는 등의 이유 때문이다.
대부분의 난관은 빠른 속도로 해결되고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 등 세컨드 레이어를 이용해 가상 자산을 빠르고 저렴하게 전송하는 채널이 확산 중이며 온체인 거래 시간에 대한 부담 없이 가상 자산의 결제·정산을 처리하는 팍소스(Paxos) 등의 회사가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을 담당하고 있다.
가상 자산 결제의 현실성 논란은 지난 3월 페이팔과 비자의 갑작스러운 발표와 함께 사실상 종결됐다. 알 켈리 비자 CEO는 5년 안에 가상 자산이 ‘극도의 주류(extremely mainstream)’가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 구매와 함께 다양한 가상 자산과 스테이블 코인을 전 세계 비자 가맹점에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페이팔도 ‘체크아웃 위드 크립토(Checkout with Crypto)’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고객들에게 가상 자산 결제를 허용했다. 이렇게 온·오프라인 상점에서 어디에서나 가상 자산 결제가 가능한 시대가 눈앞에 다가왔다.
화폐가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화폐와 경제 시스템에 대한 커뮤니티의 신뢰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메타버스(metaverse) 생태계는 가상 자산과 좋은 상생 관계를 가지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의 공간에서 아바타를 이용해 가상의 세계에서 상호 간에 소통하거나 경제 활동을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우주 같은 디지털 세계를 뜻한다.
최근 들어 많은 온라인 게임들이 확률 조작이나 무분별한 아이템 발행 등으로 유저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가운데 프로토콜에 기반한 투명한 운영과 함께 유저들에 의한 캐릭터와 아이템의 소유권이 보장되는 블록체인 기반의 메타버스 게임들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메타버스 게임에서는 유저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획득한 아이템들이 가상 자산과 교환 가치를 만들며 단단한 경제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 더 샌드박스(The Sandbox)에서는 샌드(SAND) 토큰을 이용해 게임을 진행하거나 다른 유저들이 생산한 아이템을 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에서 더 자연스러운 가상 자산 결제
현실 경제의 상품들은 ‘원래 제품의 가격이 법정 화폐 기준으로 얼마쯤 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큰 가상 자산으로 결제 시 어색하지만 애초에 가상으로 형성된 메타버스의 경제에서는 오히려 가상 자산이 직관적으로 녹아들어 활용되고 있다. 메타버스의 성장과 함께 가상 자산 결제가 자연스러운 공간은 자연스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상 자산 특유의 분할 가능성은 구매자가 보유한 다양한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한 혁신적인 결제 경험을 제공한다. 금을 들고 다니며 소비할 때마다 조금씩 잘라 결제용으로 사용하기는 어렵지만 디지털 금이라는 명성을 얻은 비트코인은 소수점 8자리까지 쪼개지는 특성을 이용해 언제나 쉽게 김밥 한 줄의 가격만큼 분할 결제가 가능하다. 비트코인 외에도 거래소에서 풍부한 유동성이 제공되는 모든 토큰은 마치 외국환처럼 순간적인 환율을 기반으로 판매자가 원하는 법정 화폐로 정산될 수 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대부분의 은행에서 고객들에게 계좌를 발급하는 것처럼 가상 자산 지갑 역시 제공할 것이다. 이미 미국의 통화금융청(OCC)은 신탁 인가를 받은 모든 은행이 가상 자산 보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모든 사람과 회사들이 가상 자산 지갑을 가지게 된 미래에는 가상 자산을 법정 화폐로 굳이 변환하지 않은 채 정산하는 경우도 많아질 것이다.
가상 자산을 이용한 결제 시스템은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까.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제이 클레이튼 전 위원장의 예상처럼 모든 증권이 토큰화된다면 자신이 가진 주식의 일부를 쪼개 바로 결제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질 것이다. 나아가 자신이 보유한 메타버스의 부동산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을 디파이 프로토콜에 담보로 잡고 스테이블 코인을 빌려 맥도날드 햄버거를 사 먹는 재미있는 상상도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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