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랜더스 홈구장에 신세계 운영 브랜드 입점…야구 활용한 마케팅·상품 등 출시 전망

[비즈니스 포커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4월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4월 4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 랜더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관람하기 위해 관중석에 앉아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프로야구의 판을 흔들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전용배 단국대 스포츠경영학과 교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행보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정 부회장은 최근 SK로부터 프로야구단을 인수해 SSG 랜더스를 창단했다. 야구장과 신세계그룹이 보유한 유통 콘텐츠를 결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밝혀 이목이 쏠렸다.

전 교수는 “프로야구 자체를 사업에 연결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힌 것은 정 부회장이 처음”이라며 “어떤 식으로 야구단을 변화시켜 나갈지에 대해선 예단하기 어렵지만 기업들의 야구단 운영 방식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올해 1월 신세계가 약 1300억원을 들여 야구단 인수를 결정한 것은 야구팬들뿐만 아니라 유통업계에서도 큰 이슈였다.

오래전부터 유통과 스포츠를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그가 마침내 야구단 인수를 결정하자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떠올렸던 여러 구상들을 어떻게 실현해 나갈지에 대해 관심이 모아졌다.

정 부회장도 음성 기반의 소셜 미디어 클럽하우스에서 “야구단 인수는 유통이라는 본업에서 더 잘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혀 기대감을 키웠다.

프로야구 시즌이 개막되면서 정 부회장의 예고했던 새 전략들이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선 SSG 랜더스의 홈구장이 된 인천 문학구장(랜더스필드)의 모습이 이전과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신세계가 운영 중인 브랜드들로 채워지고 있다. 현재 문학 구장에는 스타벅스가 새롭게 문을 열었다. 스타벅스가 야구장에 들어선 것은 세계 최초다.

스타벅스는 개막과 동시에 랜더스필드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한정판 컵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이곳 스타벅스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한정판 제품들이 계속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이마트24 편의점이 새롭게 오픈했고 5월에는 노브랜드 버거도 영업에 돌입한다. 앞으로 더 많은 신세계 브랜드들이 야구장 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포츠 마케팅도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다. 이마트를 비롯해 SSG닷컴과 이마트24 등은 SSG 랜더스 창단·개막을 기념해 ‘랜더스 데이’라는 이름의 대규모 할인 행사를 4월 1일부터 4일까지 진행했다. 그 결과 SSG닷컴의 매출이 전 주 대비 43% 늘어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SG 랜더스가 연승이나 플레이오프 진출, 우승 등을 차지하면 대대적인 행사 등을 신세계 전 계열사들이 열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심지어 연패했을 때도 다양한 위로 차원의 마케팅 행사를 열 수 있다고 그는 내다봤다.

지자체가 야구장 소유…변화에 한계 분석도

야구단을 활용한 다양 상품 출시도 예고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세계푸드는 최근 ‘추추바’, ‘추추빵빵’ 등의 상표권을 출원 신청했다. ‘추추’는 SSG 랜더스가 올 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영입한 메이저리거 출신 추신수 선수의 별명이다. 그의 캐릭터를 입힌 상품들을 머지 않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기대했던 것만큼 시너지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벌써부터 신세계가 해외의 야구장을 벤치마킹해 내부를 쇼핑몰처럼 꾸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는데 이건 한국 야구를 모르는 사람들의 얘기”라고 설명했다.

한국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에서 야구장을 직접 건설해 돈을 받고 구단에 임대해 주는 방식이다. 야구장에 새로운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자연히 여러 가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야구단 운영에는 많은 돈이 들어간다. SK와이번스는 이미 오래전에 자본 잠식에 빠진 상황이다. 전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선수들의 연봉과 지자체에 지급하는 홈구장 사용료 등 연간 300억원이 넘는 돈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전문가는 “신세계가 2012년 여자 농구단을 갑작스럽게 해체했던 것처럼 야구단도 계속 시너지가 나지 않으면 다시 매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