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업체·통신사·건설사 등 접근법 달라…핵심은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반응하는 ‘인터랙션’

[테크 트렌드]
'CES 2020'의 'LG 씽큐 홈' 존에서  '스마트 도어'를 소개하는 사진.
'CES 2020'의 'LG 씽큐 홈' 존에서 '스마트 도어'를 소개하는 사진.
스마트 홈은 소비자와 기업 모두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아 온 주제다. 스마트 홈은 사전적으로 통일된 개념이 없으므로 연구 기관이나 기업이 구상하는 스마트 홈의 구체적인 모습은 다소 다를 수도 있다. 스마트 홈은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서도 다양해질 수 있다. 비록 스마트 홈의 외형은 다양한 모습을 보이겠지만 모든 스마트 홈에서는 사용자와 기기 간의 소통, 상호 작용이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 홈은 사람의 일상생활 공간인 집(홈)에 설치된 가전·가구·상하수도·전기 설비 등 각종 기기나 생활 수단이 자동으로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을 의미한다. 스마트 홈은 사용자에게 많은 편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 받는다. 각종 기기와 설비의 자동화를 통해 사용자의 육체적·정신적 노동을 대행함으로써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필수 활동이나 여가에 사용할 시간을 늘려 주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부수적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등의 효과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스마트 홈의 기원은 1900년대 초 세탁기와 재봉 기계 등 가사노동을 대행하는 가정용 자동화 기기와 홈 오토메이션으로 본다. 오늘날의 스마트 홈에 대한 재치있는 상상은 1999년 개봉된 디즈니의 영화 ‘스마트 하우스’가 잘 보여 줬다. ‘스마트 하우스’는 자동화 기기 중심의 홈 오토메이션에 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추가된 홈 오토메이션에 대한 흥미로운 상상을 담고 있다. ‘스마트 하우스’의 주요 플롯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소년이 컴퓨터 집사 팻(PAT : Personal Applied Technology)을 어머니처럼 행동하도록 훈련시켜 집사 역할을 맡기면서 벌어지는 갖가지 소동들이다.

다양한 형태로 구현되는 스마트 홈

스마트 홈을 구성하는 요소는 가전 등의 기기, 기기를 제어하는 제어 설비, 기기 간 연결을 돕는 통신 설비, 기타 각종 건축 자재 등으로 다양하다. 구성 요소의 다양성만큼 스마트 홈에 대한 접근도 연구 기관과 기업별로 상이한 관점에서 진행되고 있다. LG와 삼성 등 가전 기업이나 제조 관련 연구 기관들은 냉난방 기기·TV·냉장고·세탁기·조명 기기 등 각종 기기의 자동 제어와 기기 간 연결에 주안점을 두고 스마트 홈의 미래상을 구상한다.

LG유플러스·SK텔레콤 등 통신 업체와 통신 관련 연구 기관들은 기기 간 연결을 최적화할 수 있는 유무선 통신 기술과 관련 설비를 중심으로 스마트 홈의 청사진을 그리고 사업화하고 있다. 2005년 도이치텔레콤은 다양한 입력 장치로 각종 가전을 연결하고 제어하는 티컴 하우스(T-Com House)를 통해 통신 업체가 구상하는 스마트 홈을 소개했다.

반면 주택을 만드는 건축 업체는 특정 기기나 설비보다 거실 등의 벽면에 설치된 홈 오토메이션용 사용자 환경(UI)으로 각종 기기를 제어하는 편리한 사용성에 초점을 두고 설계된 스마트 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 홈은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세부 구조나 외형이 다양해질 수 있다. 사용자와 고객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면 더 다양해질 것이다. 비록 구조나 외형은 다양해도 스마트 홈이 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필수 기능이 있다. 홈이 스마트하다는 것은 프로그램이나 타이머 설정, 레버 조작과 같은 사전적이거나 규칙적이고 직접적인 명령을 받지 않고도 사용자가 원하는 시점에 기대하는 결과를 홈(홈 내 기기나 서비스)이 스스로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용자가 직접 지시하지 않아도 각종 기기들이 사용자의 희망대로 작동하려면 홈은 사용자의 의도와 요구 사항을 스스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사람과 로봇 등 기계 간의 소통과 상호 작용을 의미하는 인터랙션(interaction)이 사람과 홈 간에도 있어야 한다.

사람과 기계의 인터랙션은 사용자와 기계가 데이터와 정보를 주고받으며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하고 해당 기기가 적합하게 작동하도록 명령하는 과정 전체를 의미한다. 인터랙션의 방식은 작동 프로그램이나 타이머와 같은 사전적인 소통 방식뿐만 아니라 키보드·조이스틱 등의 조종 수단을 이용해 직접 소통하는 방식도 있다. 인공지능(AI)의 발달이 가속화된 2000년대 들어서는 AI를 통해 사용자의 음성이나 행동으로 전달되는 명령을 기계가 인식하는 방식도 발달하고 있다. 보다 먼 미래에는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평소 말하고 행동하는 생활상을 종합 분석해 사용자의 의도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감성(emotion) 단계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람과 기계 간의 인터랙션(HMI : Human-Machine Interaction)은 로봇 분야에서도 활발하게 연구·개발되고 있다. HRI(Human-Robot Interaction)로 불리는 사람과 로봇 간의 인터랙션은 비전문가인 일반 소비자까지 대상으로 삼고 사람과 로봇 간의 데이터와 정보 전달 과정도 일방적이기보다 양방향으로 형성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일반 소비자에 대한 시기적절한 대응이 중요한 스마트 홈에 가장 적합한 인터랙션은 HRI와 유사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랙션의 방식은 사용자의 의도를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음성과 시각 정보를 혼용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과거에 주로 사용된 프로그래밍이나 키보드·조이스틱 등의 인터페이스는 기기의 작동 관련 데이터와 정보만 제공하므로 사용자의 의도 파악 수준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사용자의 의도와 기기의 사용 배경과 목적은 기기를 사용하는 상황에서의 대화나 행동을 통해 가장 잘 나타난다. 그래서 음성이나 동작을 인식하는 인터페이스가 보다 효과적이다.

인터랙션이 궁극적으로는 감성 단계로 발전할 것으로 보는 의견도 많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서 종종 인용되는 앨버트 메라비언의 법칙에 따르면 음성 정보·표정·동작 등의 시각 정보가 결합할 때 사용자의 의도가 가장 잘 나타난다고 한다.

인터랙션은 스마트 홈 내 기기 연결의 구심점

인터랙션 기능은 외견상으로 보이지 않을 뿐 가전과 조명 기기 등 자동화된 전자 기기 내에는 모두 내장돼 있다. 창문·방문·가구 등 수동으로 작동하는 도구나 홈 내 각종 설비들이 자동화되면 당연히 인터랙션 기능도 탑재돼야 한다. 스마트폰 등 개인화된 각종 모바일 기기에는 이미 인터랙션 기능이 들어 있고 최근에는 자동차에도 음성 기반의 인터랙션이 탑재되는 등 사람이 활동하는 모든 공간에 들어가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인터랙션은 기기 간 연결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용자로서는 개별 기기와 홈·자동차 등 모든 공간이 하나의 인터랙션 기능으로 통합되는 것이 가장 편리할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이상적인 스마트 홈의 모습은 가전·조명 기기·상하수도 설비에서부터 AI 스피커와 가정용 로봇 등 임무를 직접 수행하는 기기들이 모두 동일한 인터랙션으로 연결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스마트 홈의 인터랙션 기능이 가질 수 있는 외형은 다양화될 수 있다. 벽에 내장된 마이크·스피커·카메라의 조합이 될 수도 있고 홈 허브 로봇이 될 수도 있다. 홈 허브 로봇은 간단한 AI 스피커형에서부터 소니의 아이보(Aibo)와 같은 반려동물형 로봇이나 소프트뱅크의 페퍼(Pepper)와 같은 친근한 휴머노이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진석용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