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집콕’ 관련 기업이 상위권 차지, 보험 ‘뜨고’ 레저 ‘지고’

[글로벌 현장]
코로나19가 바꾼 인기 직장…조미료 회사가 소니·도요타 꺾고 1위
일본의 조미료 회사가 도요타와 소니 등 일본 대표 기업들을 제치고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기업에 올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난 영향으로, 생활에 밀접한 제품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취업 정보 회사 마이나비가 2022년 3월 대학 졸업 예정자 4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취업 희망 기업 순위에서 식품 회사인 아지노모토가 이과 계열 1위에 올랐다. 소니(2위)·도요타(5위)·후지쓰(8위) 등 쟁쟁한 기업들보다 순위가 높았다. 문과계열에서도 아지노모토는 도쿄해상일동화재와 다이이치생명에 이어 3위였다.

지난해보다 순위가 5계단 뛰어올랐다. 아지노모토는 1909년 글루탐산나트륨(MSG)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회사다. 대표적인 제품은 ‘우마미’와 ‘혼다시’ 등이다. 한국의 대표 조미료인 ‘미원’도 대상그룹 창업자인 고(故) 임대홍 창업 회장이 1950년대 직접 일본에 찾아가 아지노모토의 생산 기술을 배우고 발전시켜 만든 제품이다. 반도체 핵심 부품인 ABF 기판의 핵심 소재 ABF를 독점 생산하는 회사이기도 하다.
“임금 높고 안정적”…경쟁률만 230 대 1
아지노모토는 지난해 채용 경쟁률이 직군별로 115~230 대 1에 달할 정도로 일본 대학생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기업이다. 안정적이고 급료가 높다는 점이 인기 비결이다. 3494명 임직원의 올해 평균 연봉은 982만 엔(약 1억52만원)으로 일본 상장사 4000여 곳 가운데 115위였다. 동종 업계 2위인 닛신식품홀딩스(822만 엔)보다 150만 엔 이상 많다. 직원 평균 연령은 43세이고 평균 근속 연수는 19년, 이직률은 1.5%다. 다른 일본 기업들에 비해 오랫동안 다니는 직원이 많고 다른 회사로 떠나는 직원은 적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이라는 점도 대학생들이 아지노모토를 선망하는 이유다. 동남아·브라질 등 전 세계에 진출한 아지노모토는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올린다.

올해 인기 직장 순위는 식품·출판·음악·게임·슈퍼마켓 등 ‘집콕 수요’ 관련 기업이 상위권을 차지한 것이 특징이었다. 문과 졸업 예정자 가운데 소니뮤직그룹이 10위에서 6위, 게임·완구 업체 반다이가 22위에서 7위로 순위가 올랐다. 출판사 고단샤는 27위에서 10위, 일본 최대 유통 기업인 이온그룹은 86위에서 22위로 상승했다. 니토리(5위)와 패스트리테일링(13위) 등 생활 밀착형 기업도 상위권을 차지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보험사도 문과생들의 인기 직장으로 급부상했다. 문과 졸업 예정자의 인기 직장 50위 내에 7곳이 보험사였다. 작년 3위였던 도쿄해상일동화재보험이 1위, 16위의 다이이치생명보험은 2위로 뛰어올랐다. 손해보험재팬(8위)·니혼생명보험(11위)·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36위)·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37위) 등도 50위 내에 들었다.

도쿄해상은 온라인 좌담회와 동영상을 활용했고 다이이치생명은 가상현실(VR) 공간에서 대규모 이벤트를 열어 대면 채용 활동이 제한된 상황에서도 취업 예정자들과 접점을 크게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성별로도 문과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인기 직장 ‘톱10’ 가운데 보험사가 4곳 포함됐다. 니토리도 남녀 학생 모두 10위 이내에 들어가는 인기 직장이었다.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스포츠와 게임 관련 기업이 인기였다. 여학생 인기 순위 10위 안에는 미디어 관련 회사가 두 곳 포함됐다. 문과 졸업 예정자들이 다니고 싶어하는 기업 51~100위권은 지방은행과 신용금고 등 지역형 금융회사와 슈퍼마켓·전문점 등도 약진했다.

반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레저 관련 기업은 1년 만에 순위가 급격히 추락했다. 지난해 1위와 4위였던 일본 최대 여행사 JTB그룹과 2대 항공사 일본항공(JAL)의 순위는 35위와 45위까지 떨어졌다. 코로나19 이전까지 레저 관련 기업은 문과 대졸자들 사이에서 꾸준히 인기를 누려 왔다. 한때 일본 최고 인기 직장이었던 메가뱅크 이탈 현상도 뚜렸했다. 일본 최대 금융그룹인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은 남학생 순위 20위, 여학생 순위 45위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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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인기 20위 중 8곳이 식품사
이과 졸업 예정자들 사이에서는 식품 회사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아지노모토·산토리그룹(3위)·메이지그룹(4위) 등 상위 20곳 가운데 8개사가 식품 회사였다. 이공계 여학생은 상위 50위권 가운데 22곳이 식품·의료·복지 관련 기업이었다. 식품 회사는 전통적으로 이과 대졸자의 인기 직장이었지만 올해는 ‘집콕’ 관련 기업으로 더욱 주목받았다는 설명이다.

도요타는 5위로 지난해와 같은 순위를 유지했고 혼다와 스바루는 40위와 82위에서 23위와 28위로 순위가 뛰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대중교통을 피하고 자가용을 이용하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주력 사업인 냉동식품이 판매 호조를 보이면서 니치레이그룹의 순위가 81위에서 16위로 수직 상승하는 등 코로나19의 영향은 이과 졸업 예정자들 사이에서도 뚜렷했다.

건축 회사 세키스이하우스도 50위에서 32위로 순위가 올랐다. 원격 근무와 재택 근무의 확산으로 교외 단독주택이나 주택 리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경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과 51~100위권은 마쓰다 등 자동차·운송용 기기 관련 기업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이과 남학생들의 최고 인기 직장은 소니그룹이었다. 1위 소니 외에 전자·전기 관련 기업이 상위권을 유지했다. 이과 대학원 졸업 예정자들 사이에서 인기 직장은 1위 소니그룹, 2위 아지노모토 등이었다. 상위권의 순위가 지난해와 크게 변하지 않았다. 16위에서 4위로 상승한 캐논 등 전자·전기 관련 기업의 순위가 높았다.

9개사가 상위 50위 이내에 포함된 섬유·의류·화학 기업도 이과 대학원 졸업생들이 입사를 희망하는 직종이었다. 10위 후지필름(작년 29위), 30위 가네타(작년 47위) 등의 순위도 크게 올랐다. 이과 전공 과목별로도 인기 직장이 갈렸다. 기계·전자·정보통신 계열은 소니그룹·캐논·NTT데이터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토목·건축 계열은 TV 광고를 늘린데 힘입어 대형 건설사들이 약진했다. 전자·전기 업종의 최고 인기 직장은 소니그룹·캐논·아이리스오야마·후지쓰·파나소닉·히타치 등의 순이었다. 자동차는 도요타·닛산·혼다·마쓰다·스즈키·스바루의 순으로 인기가 높았다.

종합 상사 부문에서는 이토추상사가 미쓰비시상사를 꺾고 1위를 차지했다. 스미토모상사·미쓰이물산·마루베니 등이 뒤를 이었다. 인기 직장의 대기업 편중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코로나19로 대면 취업 활동이 어려워져 대졸자들이 인지도가 높고 온라인 채용을 조직적으로 진행하는 대기업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도쿄(일본)=정영효 한국경제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