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 딛고 기업 실적 큰 폭 개선 전망…주식시장 괴롭히던 금리 우려도 해소
[머니 인사이트] 골디락스는 영국의 전래 동화 ‘골디락스와 세 마리 곰’에 나오는 금발머리 소녀의 이름이다. 숲속 어딘가에서 길을 잃은 골디락스는 우연히 곰 세 마리가 사는 집에 들어가게 된다. 마침 곰 세 마리가 집을 비운 동안 배가 고팠던 골디락스는 냄비에 들어 있는 죽을 맛보게 된다.그런데 첫째 죽은 너무 뜨거웠고 둘째 죽은 너무 차가웠다. 마지막 셋째 죽만 먹기 좋게 식어 있었다. 골디락스는 셋째 죽 그릇을 깨끗이 비워 버린다. 이후 경제가 인플레이션이 부담될 만큼 과열되지도 않고 경기 침체를 우려할 만큼 냉각되지 않은 상태를 골디락스에 비유하며 ‘골디락스 경제’라는 용어가 나왔다. 주식 시장에 인플레이션 부담이 없고 기업 실적이 큰 폭의 개선이 기대될 때를 ‘골디락스 증시’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런데 2분기를 정점으로 그동안 주식 시장을 괴롭혔던 금리 우려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올해 한국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치는 매우 높다. 2분기 이후 바로 골디락스 주식 시장이 기대되는 이유다.
2분기 들어 금리 상승 요인 해소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코스피지수는 2300에서 3000으로 단숨에 700포인트나 상승했다. 그러던 주식 시장이 2월부터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금리의 급등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 경제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 중앙은행(Fed)이 장기간 기준 금리를 동결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올해 들어 미국의 장기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다.
지난해 말 1.0%를 밑돌던 미 국채 10년물이 2월 중 1.3%를 웃돌며 가파르게 상승했다. 금리 급등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높은 미국 나스닥 시장부터 조정을 기록했다. 이후 3월 미국의 장기채 금리가 1.7%를 넘어서다가 최근 1.6%대의 숨고르기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난 1분기는 금리를 자극하는 요인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며 금리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먼저 미 대선 이후 1월 미 의회 선거 결과가 예상 밖으로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 웨이브’ 상황이 연출됐다.
미국 민주당은 정책 방향이 작은 정부를 표방하는 공화당과 달리 인프라 투자에 적극적이다. 이에 따라 인프라 투자의 재원 조달을 위해 채권 발행이 증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졌다. 결국 채권 시장은 수급 부담으로 금리가 크게 상승했다.
한편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한국의 겨울은 매우 추웠다. 미국을 포함한 북반구 전반으로도 이상 한파 현상이 심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난방유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추위로 일부 정제 시설의 가동이 중단됐다.
그 결과 국제 유가를 중심으로 1분기 상품 가격이 급등했다. 상품 가격이 오르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고 인플레 부담으로 금리가 상승하게 됐다.
그런데 2분기 들어 금리 상승 요인들이 해소되고 있다. 4월 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조2500억 달러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법인세를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증세 발언으로 인프라 투자를 위한 채권 시장의 수급 부담이 경감되면서 금리가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만일 미국 장기채 금리가 지속적으로 안정을 찾고 4월부터 발표되기 시작하는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양호하다면 골디락스 증시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까지 금리 상승 요인이 완전히 소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주의가 필요하다.
3월 중순 이후 증시의 상승 흐름 2분기에도 유효 지난해 2분기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 등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강제적 셧다운에 돌입하며 국제 유가의 수요가 급감했다. 2분기 수요 급감의 영향으로 국제 유가 선물 가격이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2분기 국제 유가 급락의 여파로 올해 2분기는 물가에서도 기저 효과가 매우 크게 존재한다.
올 2분기 발표되는 소비자물가 등 주요 물가 지표가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다행이 4월 13일 확인된 미국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해 예상을 웃돌았지만 금리를 자극할 수준까지는 아니었다. 다만 물가에 대한 기저 효과가 올 4월이 정점인 만큼 5월 발표되는 물가 지표까지는 금리 우려 부담이 상존한다.
하지만 기저 효과 소멸 이후 금리는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금융 위기 당시에도 경기 침체 이후 경기가 반등하며 일시적으로 소비자물가가 급등했고 금리도 크게 상승했다. 따라서 2분기 중 높은 기저 효과로 촉발될 수 있는 금리 상승이 주식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분기 이후 골디락스 증시를 전망하는 이유는 물가에 따른 기저 효과가 2분기 중 소멸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4월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을 시작으로 올해 기업들의 연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지속적으로 상향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한국 경제는 수출 호조를 지속했다. 1월과 2월 한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1.4%와 9.5% 증가했다. 특히 3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6.6% 증가하며 3월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국의 수출은 우리 기업 실적의 바로미터다.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높다. 이와 함께 한국의 실적 전망도 개선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4분기 한국 증시가 글로벌 증시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것도 향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지난해 4분기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은 글로벌 주요국 중 가장 빠르게 개선됐다. 그 결과 지난해 코스피는 글로벌 증시 중 코스닥과 나스닥 다음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
다만 지난 1분기는 미국 기업들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가 높았다. 미국 기업들의 양호한 작년 4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민주당 정부의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1분기 수출 호조가 지속되면서 3월부터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의 이익 모멘텀이 다시 미국 기업을 앞서기 시작했다.
정리하면 2분기 주식 시장에서 기저 효과에 따른 금리 상승 우려가 상존하는 점은 부담이다. 하지만 기저 효과는 2분기 중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 상장 기업들의 1분기 실적이 기대된다는 점에서 3월 중순 이후 한국 증시의 상승 흐름은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는 자동차·화학(2차전지)과 반도체 중심의 차·화·전 주도주 랠리가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1분기는 차·화·전 주도 업종 중 자동차가 가장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1분기 실적 발표 시즌 이후에는 이른바 차·화·전 중 반도체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삼성전자가 1분기에 호실적을 기록하며 반도체 업종에 존재했던 실적 불확실성이 모두 해소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차·2차전지·반도체로 대변되는 차·화·전 중심의 포트폴리오 전략이 올해 전반적으로 바람직한 투자 대안으로 전망된다.
김중원 현대차증권 투자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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