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옥 펫펄스랩 대표…올해 CES에서 혁신상 수상
유럽 등 30여 개국에서 문의 쏟아져

[인터뷰]
장윤옥 대표가 펫펄스를 목에 착용한 강아지를 안고 환하게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이승재기자 fotoleesj@hankyung.com]
장윤옥 대표가 펫펄스를 목에 착용한 강아지를 안고 환하게 웃음을 짓고 있다. [사진=이승재기자 fotoleesj@hankyung.com]
“나는 아무렇게나 입어도 괜찮지만 우리 아이는 고급지게 입혀야죠.”

여기에서 ‘우리 아이’는 반려동물이다. 최근 1인 가구 등 ‘혼족’이 늘어나면서 반려견을 키우는 가구도 늘고 있는데 한국에선 이미 반려견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섰다. 쉽게 말해 서울시 인구(959만8484명) 전체가 반려견을 키우는 규모다.

새로운 수요를 감지한 기업들이 반려견 제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이제는 출근하는 직장인이 프라다 조끼를 입은 반려견을 애견 유치원에 맡기는 모습도 이따금씩 볼 수 있다. 100만원이 훌쩍 넘는 반려견 소파를 없어서 못 산다는 말은 더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하지만 펫팸족(Pet+Family :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커다란 고민거리가 있다. 회사에서 일하거나 출장 또는 여행을 갈 때 애지중지 키우는 반려견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인이나 애견 유치원에 맡겨도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또 반려 용품이 다양해지면서 ‘우리 아이’가 어떤 브랜드의 음식을 더 좋아하는지, 어떤 옷을 입었을 때 편안해 하는지 등 더 정확하게 반려견의 ‘감정’을 알고 싶어한다. 스타트업 ‘펫펄스랩’은 이러한 수요에 주목했다. 짖는 소리를 분석해 반려견의 ‘감정’을 메시지로 전달하는 것이다. 예컨대 슬픈 이유가 배가 고파서인지, 주인과 떨어져 있어서인지 파악해 메시지를 주인에게 보낸다.

장윤옥 펫펄스랩 대표는 “멀리 있어도 감정의 거리는 가까워야 한다”며 “펫펄스는 반려견이 감정 신호를 줄 때 이를 바로 파악할 수 있다. 펫펄스로 케어(care) 문화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펫펄스는 어떤 제품인가요.

“펫펄스는 반려견의 음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인공지능(AI)을 통해 행복·슬픔·불안·분노·안정 등 5가지 감정으로 해석해 주는 목걸이 형태의 웨어러블 스마트 기기입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돼 반려견의 기분이 어떤지 감정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3년간 모은 강아지 음성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지난해 8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선보였죠, ‘세계 가전 전시회(CES) 2021’에서 혁신상을 받고 난 후 해외 주문이 확 늘었습니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이 있는데 남자와 여자는 사고방식이나 공감 능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사람과 반려견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근본적으로 소통이 어렵습니다. 이 때문에 사람이 먼저 반려견의 상태를 판단하는 게 아니라 반려견이 ‘멍멍’ 짖을 때 어떤 상태인지 알려주는, 관점을 달리해 접근한 부분이 CES에서 통한 것 같습니다.”

‘멍멍’ 소리 데이터를 모으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5년 전 여행 상품을 파는 웹서비스를 운영했는데 이때 많은 고객들이 여행 갈 때 반려견을 맡아 주는 서비스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어요. 당시 여행 사업과 연계해 사업하면 괜찮다 싶어 돌봐 줄 사람을 연결해 주는 펫시팅 플랫폼을 만들었죠. 하지만 주인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2016년부터 본격적으로 3년간 강아지 소리를 모았죠. ‘멍멍’ 소리는 결국 반려견의 감정과 연결됩니다. ‘멍멍앱’을 만들어 강아지 소리가 있는 곳은 어디든 가서 소리를 수집했어요. 강아지 소리를 업로드해 주는 사람에게 여행 할인 쿠폰 등을 주기도 했어요. 그렇게 모은 소리는 2년 만에 전 세계 80여 종, 1만5000여 건이 됐습니다. 강아지를 크기별로 구분했고 수의사 등 10여 명의 반려동물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아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공통점을 뽑아냈죠. AI 분석을 위해 서울대 융복합대학원 음악오디오연구소와도 협업했어요. 현재 강아지 소리를 통해 감정을 해석하는 정확도는 90% 이상입니다. 올해 안에 100만 건의 데이터 수집을 목표로 하고 있고 계속 딥러닝 모델을 만들어 업그레이드하고 있습니다.”

감정 메시지 전달 외에 달리 활용할 곳이 있나요.

“펫펄스는 ‘확장성, 지속 가능 성장성, 글로벌’을 키워드로 두고 있어요. 펫펄스는 B2C(기업 대 소비자) 시장이지만 B2B(기업 대 기업)로 확대할 수도 있죠. B2B 시장에서 펫펄스는 주인이 반려견과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강아지의 감정 상태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도록 다른 기기와 연결하는 역할도 합니다. 예를 들어 반려견이 외로우면 텔레비전을 틀어 주고 배가 고프면 로봇 급식기가 밥을 차려 주는 것입니다. 자동차에 반려견을 홀로 있게 했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도 있는데 반려견이 차 안에서 외로우면 음악을 틀어 줄 수도 있습니다. 도요타 1차 벤더(공급사)인 도카이 일렉트로닉스와 협의 중인 것도 이때문입니다. 또 올해 안에 펫펄스와 연동하는 허브 스테이션을 내놓을 예정인데 이 플랫폼으로 감정 분석을 더 세분화할 계획입니다.”

펫펄스랩, 어떤 회사인가요.

“펫펄스랩은 2008년 세워진 정보기술(IT) 중소 벤처기업 너울정보의 스핀오프(분사) 회사입니다. 저는 너울정보에서 반려동물 관련 프로젝트를 책임졌는데 2020년 글로벌 진출을 목적으로 분리했습니다. 제일 처음 한 일은 해외 채널을 구축하기 위해 마케팅 업체를 물색한 것이었는데 오히려 미국의 한 홍보 업체에서 먼저 연락해 왔어요. 전시회에서 펫펄스 기술을 인상 깊게 봤다더군요. 이를 계기로 미국에 먼저 진출하게 됐고 앱도 영어 버전이 가장 먼저 나왔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CES 이후 30여 개국 100여 곳에서 문의가 쇄도하고 있어요. 독일·폴란드·남아프리카공화국·칠레·아랍에미리트·우크라이나 등에서 기업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습니다. 유럽에선 전 세계 백화점에 유통 채널을 둔 스마트테크와 판매 계약을 하고 영국의 유명 백화점 셀프리지 입점에도 성공해 올해 7월 1일부터 판매할 예정입니다. 한국에선 4월부터 하남 스타필드에서 1000개 정도의 제품을 준비해 판매 중입니다.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을 적극 공략할 방침입니다. 미국에 1800여 개의 매장을 가진 펫 용품 업체가 투자를 저울질하고 있는 상황이고 궁극적으로 감정 상태와 그 원인을 대화체로 알려 주는 챗봇인 ‘댕댕이톡’을 론칭해 미국 지역 기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