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환경은 차별 대우·뒷말 등 불안감 가져와…핵심 가치에 맞는 행동은 발견 즉시 인정하고 공유해야

[경영전략]
원격 근무에도 몰입도 높이는 칭찬과 인정의 기술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업무 환경뿐만 아니라 일하는 방식, 일하는 사람까지 일에 관한 거의 모든 것들을 바꿔 왔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그 변화를 가속화했다.

이제 사람들은 동일한 공간에서 정해진 시간에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직접 만나야 편안했던 리더들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툴로 짧게 얘기하는데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도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있다. 바로 업무에 대한 집중도 향상이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발표한 원격 근무 경험에 대한 조사를 보면 원격 근무 기간 동안 동료들과 차별 대우를 당했다고 느낀다는 응답이 52%로 집계됐다. 동료들이 자기에게 뒷말을 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응답은 41%가 나왔다.

흩어져 원격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일하는 세상에서 직원들이 차별 대우나 뒷말 등과 같은 잡념 없이 일에 몰입하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몰입하면 성과는 자연히 따라온다

글로벌 인사관리(HR) 컨설팅사 워크휴먼(Workhuman)의 최고경영자(CEO) 에릭 모슬리는 ‘성과관리 4.0’이라는 책을 펴내며 리더뿐만 아니라 임직원 모두가 바람직한 행동에 대해 서로 인정하는 문화를 통해 몰입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잠시 눈을 감고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 만나는 모든 임직원을 떠올려 보자. 서로 다른 조직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이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고 크고 작은 진전에 대해 수시로 인정해 준다고 생각해 보자.

매일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인정받는다면 출근하고 싶다는 기분으로 깨어나고 즐겁게 일에 몰입하고 뿌듯한 마음으로 퇴근하지 않을까. 원격 근무여도 말이다. 그리고 몰입의 결과 성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테레사 아마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교수가 근무 시간 동안 느끼는 다양한 심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기록한 6만4000건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도 흥미롭다. 사람들은 일의 중요성과 의미를 알아봐 주고 인정받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몰입하고 더 나은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방식을 적용해 실제로 성과를 올리는 기업들도 있다. 금융 소프트웨어로 지속 성장하고 있는 미국의 인튜이트는 ‘가치 있는 올바른 행동’에 대해 누구나 인정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매주 구성원의 5~8%가 인정을 받는다. 구성원의 90%가 회사에서 일하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하고 93%가 인정의 문화가 지속적인 고성과를 만들어 내는 데 동기를 부여해 준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임직원 서로가 크고 작은 진전에 대해 수시로 인정하는 문화가 있다면 몰입할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임직원 모두가 서로를 인정하는 문화를 만들 수 있을까.

직원들의 크고 작은 진전에 대한 인정은 리더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고 책임이다. 하지만 리더가 직원들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는 어렵다.

생각해 보자. 일터에서는 서로 다른 조직의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 그 과정에서 다른 누군가에게 영향을 미치고 이를 바라보는 관찰자도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과 수시로 고마움을 표시하고 인정하는 경험을 나누게 된다. 그런데 수시로 일어나는 인정의 경험은 대개 비공식적이며 짧게 끝나고 만다. 이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공유하면 어떨까.

인정받는 사람도 인정하는 사람도 즐거운 기분을 더 크게, 오래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리더는 미처 몰랐던 상황을 알게 된다. 가령 혼자 조용히 일하는 성향으로 리더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직원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인정하면 좋을까.

인정을 기록으로 남겨 활용하라

앞서 이야기한 아마빌 교수의 연구에서 몰입은 ‘의미 있다고 느끼는 일’에서 진전을 이룰 때 가장 커졌다. 그리고 동기 부여 전문가 케네스 토머스 미국 해군대학원 경영학과 교수의 연구에서도 몰입의 가장 큰 동기는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느낄 때’였다.

그렇다면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 회사마다 그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냥 가치 있는 일에 인정을 표현하라고 하면 무슨 행동에 대해 인정해야 할지 헷갈리고 자칫 인기투표가 될 수도 있다. 이때 모든 임직원이 동일한 인정의 기준을 알고 있으면 보다 쉽게 인정할 행동을 발견할 수 있고 그 인정을 공유하면 다른 직원들도 공감할 수 있다.

대부분의 기업에는 세상에 가치를 주는 의미 있고 올바른 행동의 기준인 가치관이 있다. 세상에 어떤 가치를 주는지를 밝힌 사명, 이를 실현해 이루고자 하는 비전, 사명의 실현과 비전의 달성을 위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기준인 핵심 가치와 행동 원칙 등이다.

따라서 기업의 가치관, 특히 판단과 결정, 행동의 기준인 핵심 가치를 기반으로 인정하면 모든 임직원이 동일한 기준으로 인정할 수 있다.

비대면 상황에도 또는 협업하는 외부인이라도 모두가 같은 생각과 기준으로 행동하고 인정받고 잡념 없이 일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인정한 행동을 모든 임직원에게 공유하면 핵심 가치에 맞는 행동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일상적 업무에서 핵심 가치가 살아 움직이는 효과도 있다. 그러면 인정은 언제 어떻게 해야 지속적으로 살아 움직이게 될까.

가치관을 기반으로 인정해도 시큰둥한 반응이면 어떨까. 평소 칭찬이나 인정을 잘하지 않던 사람이라면 원래 하던 대로 금방 되돌아 갈 것이다.

스탠퍼드대 행동설계연구소장인 비제이 포그 교수는 즉시 칭찬하고 인정해야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인정받을 만한 행동을 발견하는 즉시 인정해 주면 뇌는 기분 좋은 행동으로 기억하고 그 행동을 다시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리고 단순하게 “오늘 고객 제안 발표 너무 좋았어요”라고 하면 무엇을 잘했다는 것인지 몰라 어색할 수 있다. 더욱이 그 자리에 없었던 사람들이 공감하기는 어렵다.

“오늘 고객 제안 발표는 고객 중심이라는 핵심 가치를 실현했어요. 고객의 니즈를 잘 분석했고 그에 맞는 우리의 경험을 잘 연결해 고객의 흐뭇한 미소를 봤어요”와 같이 구체적인 행동과 그 결과를 인정하고 이를 공유하면 누구나 쉽게 공감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공유한 인정을 기록으로 남기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긍정적 경험을 강화하는 풍성한 대화가 가능해지고 숨은 인재를 찾아 낼 수도 있다. 보다 공정한 평가와 보상도 가능해진다. 한마디로 인정 데이터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살아 움직이는 인정 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오늘 바로 출근해 퇴근할 때까지 만나는 모든 임직원을 관찰해 보자. 핵심 가치에 맞는 행동을 발견하면 즉시 인정해 주자. 그리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정리해 공유하고 기록으로 남기자. 그러면 흩어져 원격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일하는 세상에서도 누구나 잡념 없이 일에 몰입할 것이다.

김용우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