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부터 발행, 중·장기 지향점 명시…40개 부서 100여 명 참여해 8개월 준비

[ESG 리뷰]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읽기① LG전자
LG전자가 ‘지구의 날’을 맞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탄소 중립을 위한 캠페인 영상을 내보냈다.
LG전자가 ‘지구의 날’을 맞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탄소 중립을 위한 캠페인 영상을 내보냈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공식 자료는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로 수렴된다. ESG 공시 의무화가 현실화되면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기업 지배 구조 보고서가 지배구조(G)와 관련한 공시라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환경(E)과 사회(S) 등 지속 가능성 영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에선 2003년 3개 기관에서 시작해 매년 100여 개 기업이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지만 그중 거래소에 보고서를 공개하는 기업은 작년 기준 38개에 불과했다.

그간 공시 여부는 기업 자율에 맡겨 왔다. 앞으로는 모든 상장사가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를 대상으로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부터 모든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로 대상이 확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율 공시 시절부터 일찌감치 보고서를 작성해 온 기업들은 어떻게 지속 가능성을 다루고 있는지 살펴본다. LG전자는 2006년 처음으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2020년 열넷째 보고서를 펴냈다. 최근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올해 6월 말 발간하는 열다섯째 보고서에는 새로운 변화들을 예고하고 있다.

2018년 중·장기 로드맵 발표…3대 지향점, 9개 세부 과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의 출발점이다. LG전자는 CSR팀에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발간을 담당하고 있다. 회사 내부의 전담 부서에서 팀장을 포함한 8명의 실무진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CSR팀에선 크게 대외 공시와 이해관계인 커뮤니케이션, 리스크 관리, ESG 교육과 내부 심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시장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세계 각국의 동향과 규제 등을 파악하기 위해 설명회·교육·콘퍼런스 등에 참여하고 있다.

LG전자는 연 1회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발표한다. 최근 자료는 작년 8월 초 발간된 ‘2019~2020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다. 자문사 선정부터 최종 발간까지 약 8개월의 준비 기간을 통해 선보였다. 크게 자문사 선정, 보고서 기획, 원고 작성 및 검토, 검증, 발간 등 총 5단계의 프로세스를 거쳤다. 국제 표준으로 통하는 지속 가능 보고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국제 기구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됐고 기후 변화와 관련해 기후 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 협의체(TCFD)와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의 기준을 반영했다.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이해관계인에게 중요한 우선순위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또 각 유관 부서와 소통하며 데이터를 선별하고 축적하는 게 핵심 과제다. 전담 부서가 있지만 전사적인 참여를 필요로 한다. 이 보고서 작성에는 LG전자의 40여 개 부서에서 100여 명의 임직원이 참여했다.

발간 동기는 보고서 개요에 잘 설명돼 있다. 주요 지속 가능 경영 활동들을 이해관계인들과 공유하고 비재무적 활동을 투명하게 커뮤니케이션하기 위해서다. 중대성 평가를 통해 도출된 중요 이슈와 LG전자의 지속 가능 경영 지향점을 연계해 추진 과제에 대한 경영 접근 방식, 활동 및 성과, 목표와 진척 현황을 알리고 있다.

LG전자는 사회적 책임 이행을 비롯해 경제·사회·환경 분야의 지속 가능 경영 활동을 소개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은 ‘최고경영자(CEO) 메시지’에서 “디지털 전환 중심의 성장과 변화를 통한 고객 가치 창출은 LG전자가 추구하는 비즈니스의 본질”이라며 “3대 지속 가능 경영 지향점을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의 핵심은 ‘중·장기 지속 가능 경영 지향점’에 있다. 2018년 발간된 ‘2017~2018년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큰 변화를 맞이했다. 지속 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가야 할 방향성을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중간 목표를 설정해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는 중·장기 로드맵을 구축한 것이다. LG전자는 지속 가능 경영 지향점으로 중·장기 관점의 ‘3대 지향점과 9대 추진 과제’를 마련해 발표했다.

LG전자 관계자는 “‘그린 워싱’에 그치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실행 원칙을 마련해 꾸준히 이해관계인들과 소통하겠다는 의지로 한국의 주요 기업 중 선도적으로 마련했다”며 “하나의 큰 집을 만들어 그간의 활동을 소개하고 중·장기적인 계획을 알린 점에서 주목받았고 이후 많은 회사들이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말했다.

3대 지향점으로는 지속 가능성의 트리플 보텀 라인으로 불리는 경제·사회·환경 등 세 요소에서 도출했다. 각각 ‘지능형 라이프스타일 촉진’, ‘탄소 중립 및 순환 경제 실현’, ‘더 나은 사회 구현’의 키워드로 세부 과제를 마련했다. 지능형 라이프스타일에선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 등을 제품과 서비스에 적용해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게 핵심 과제다. 또 탄소 중립과 순환 경제를 위해 LG전자는 2030년 탄소 저감 목표를 설정했다. 2030년까지 생산 단계 탄소 배출량을 2017년 대비 50% 감축하는 게 목표다. 이와 함께 더 나은 사회 구현 영역에선 사회 공헌 활동 프레임워크를 통해 소개했다.

실제 이 목표에 따라 LG전자의 각 사업장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스콥(Scope) 1~3 측면에서 온실가스 저감 장치를 확대 도입하고 에너지 고효율 설비를 들였다.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를 관리하는 에너지 관리 시스템(EMS)도 업그레이드했다. 지난해 LG전자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7년 대비 45% 감소한 90만8559톤 CO₂e(이산화탄소 환산 톤,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배출량으로 환산한 값)으로 나타났다. 2019년과 비교하면 10% 줄었다.

유니레버·파타고니아 등 해외의 지속 가능 경영 선두 주자들은 이와 같은 로드맵을 통해 달성할 목표를 숫자로 제시하고 매년 보고서를 통해 업데이트하는 게 특징이다. 비즈니스의 미션·비전화 지속 가능 경영의 미션·비전을 결합하고 매년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숫자’로 관리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6월 말 발표할 2021년 보고서에는 보다 ‘정량화된 목표’를 제시할 계획이다.
‘그린 워싱은 가라’…6월부터 실시간 ESG 웹 리포팅 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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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환경·사회’에서 ‘환경·소셜’로 개편…보다 정량화된 목표 제시

최근 ESG가 부상하면서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도 ‘정교화’, ‘고도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기존의 활동을 이어 나가면서도 ESG 트렌드와 국제 동향을 반영한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0~2021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형식과 내용 면에서 모두 변화를 예고한다. 먼저 보고서의 양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LG전자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크게 회사 소개, 중·장기 지향점, 팩트 북, 데이터 요약 등의 순서로 전개되고 있다. 올해 리뉴얼되면서 중·장기 지향점은 더욱 강조될 예정이다.

중·장기 지속 가능 경영 지향점도 기존의 경제·환경·사회에서 환경·소셜 등 두 개의 키워드로 개편될 예정이다. 기존의 경제 영역을 제외하는 것은 구체적인 계획과 정량적 목표를 담는 게 더 진정성 있는 방안이라는 판단에서다. 지능형 라이프스타일과 고객의 건강한 삶 추구는 정량적으로 표현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린 비즈니스 확대는 매출액 이외의 수치를 보여주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올해 보고서에서는 과감하게 목표를 정리하기로 했다.

환경에서는 제품과 서비스 측면에서 구체적인 목표가 제시된다. 또 새롭게 선보일 소셜 영역 중심에서 핵심 키워드로는 최근 국제 사회에서 중요하게 논의되고 있는 ‘다양성’과 ‘포용성’이 포함될 방침이다. 다양성의 효과가 발휘되기 위해서는 우선 포용하는 문화가 구축돼야 한다. LG전자는 다양성과 포용의 문화를 경영 활동 전반에 녹여 혁신과 성장의 전략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내용 측면에선 지향점 중심으로 개편되고 워싱은 삭제하고 팩트 위주로 구성하는 게 달라지는 면”이라고 말했다.

그 무엇보다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가 발간되는 시점에 맞춰 이르면 6월 말 지속 가능 경영 ‘웹 공시’를 시작한다. 그간 보고서는 책자 형태로 발간돼 왔다. 홈페이지에 PDF 파일을 올리고 있지만 발간 시점 이후로는 1년 여 기간 동안 ‘올드 데이터’로 머물러 있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ESG와 관련해 국제 기준과 지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글로벌 평가 기관들은 웹상의 정보를 인공지능(AI)을 통해 수집하고 평가 근거로 활용한다. 이에 따라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고 플랫폼 형태로 운영하는 웹 리포팅 체제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LG전자는 이해관계인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해 현재 온라인 채널 구축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올해부터 모바일과 PC를 비롯한 웹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 공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외부 이해관계인들은 정보 접근성과 편의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데이터로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다는 인상을 줄 수 있고 회사의 강점을 부각할 수 있다. 또한 내부적으로는 ESG 데이터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셈이다.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데이터가 핵심이며 온라인 채널은 데이터가 축적되는 창구로 활용될 계획이다.

[돋보기] - 보고서 작성 원칙과 기준
2019~2020 LG전자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국제 지속 가능 경영 표준 가이드라인인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 스탠더드의 ‘핵심적 부합 방법(Core Option)’을 준용했다. SASB(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s Board)와 TCFD(Task Force on Climate-realted Dislosures)에서 제시하는 보고 기준을 반영하고 있다. 또한 유엔 글로벌 콤팩트의 인권·노동·환경·반부패 등 4대 분야 10대 원칙을 따르고 있다. 이 밖에 지속 가능 경영 설명 의무를 담고 있는 AA1000AP(AccountAbility Principles Standard)의 4대 원칙인 포괄성(inclusivity)·중요성(materiality)·대응성(responsiveness)·영향성(impact)을 충족하고자 했다.

[인터뷰]
최건 LG전자 CSR팀 선임
“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그린 워싱은 가라’…6월부터 실시간 ESG 웹 리포팅 도입
-LG전자의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는 어떤 발전 단계를 거쳤나.

“LG전자의 지속 가능 경영 보고는 크게 3단계로 발전해 왔다. 2006~2009년 지속 가능 경영 도입 및 내재화, 2010~2013년 지속 가능 경영 추진 기반 강화, 2014~2018년 지속 가능 경영 가치 확산이 그것이다.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최초 발간(2006년), 이해관계인 자문회의 개최(2009년), 분쟁 광물에 대한 성명서 공시(2011년), GRI G4 가이드 라인 도입(2014년), 발간 10주년 기념 지속 가능 경영 변화와 발전 정리(2016년), 지속 가능 경영 중·장기 지향점 수립(2018년) 등의 주요 발자취를 밟아 왔다.”

- LG전자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의 발간 목표는 무엇인가.

“LG전자의 이해관계인들에게 자사의 비재무 활동과 성과를 투명하게 공시하기 위해서다. 보고서는 고객사·투자사·협력사·평가사·정부 기관 등 여러 이해관계인이 활용하고 있다.”

-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의 핵심 콘텐츠는 무엇인가.

“한국 최초의 지속 가능 중·장기 지향점을 수립하고 이를 중심으로 자사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활동을 정리하고 있는 점이다. 특히 중·장기적인 목표 수립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향성, 세부 목표를 공시하고 있다.” 

-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올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의 공시 형태를 웹 리포팅 방식으로 전환해 추가로 공시할 필요가 있는 정보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 최근 ESG가 부상하면서 달라진 점은 있나.

“ESG 정보를 공시하는 채널 중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이고 그 중요도가 높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팩트 중심의 공시 형태로 변경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중·장기 지향점을 새롭게 개편할 예정이다. 또 개편된 내용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구성하고 홈페이지에 공시할 예정이다.”

- 만드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나.

“과거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의 중요성에 대해 임직원들이 기대했던 만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면서 추진이 쉽지 않았다. 또 많은 부서와 커뮤니케이션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관리에 어려움이 있었다. 부서별 콘텐츠를 공시하는 데 공시가 어려운 항목을 설득해 원만하게 이끌어 내는 것 중요한 과제다.”

-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 담고자 한 가치는 무엇인가.

“자사의 비재무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고 더 나아가 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

이현주 기자 ch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