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몰 체질 개선 성공, 매출 35% 온라인으로…거점 매장은 지역 맞춤형 차별화

[비즈니스 포커스]
온·오프라인 모두 잡은 ‘LF몰’…매장에서 픽업·피팅 등 간편하게
‘보상 소비’로 패션 수요가 회복됐다지만 온라인 쇼핑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발길이 좀처럼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 와중에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시장 영향력을 넓혀 가고 있다. 패션 기업들로서는 결단이 필요하다.

LF는 오랜 시간에 걸쳐 온라인 사업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하고 트렌드에 맞게 품목을 다각화했다. 이러한 투자는 최근 빛을 발하고 있다. 신영증권은 LF에 대해 “업계 최초로 온라인 자사몰에 투자해 꾸준히 성장했고 2020년 전사 패션 매출의 35% 이상을 온라인에서 거두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핵심은 LF몰을 중심에 둔 온·오프 시너지 추구다.
온·오프라인 모두 잡은 ‘LF몰’…매장에서 픽업·피팅 등 간편하게

세 단계 변화 거쳐 ‘라이프스타일 전문몰’ 등극
LF몰은 2000년 개설된 후부터 세 단계의 변화를 거쳐 왔다. ‘자사몰’에서 ‘패션 종합몰’로의 변신에 이어 최근엔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전문몰’로의 변화를 끝마쳤다.

2000년 패션LG닷컴으로 처음 온라인몰을 개설한 LF는 2010년 LG패션샵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온라인몰 육성을 시작했다. 2010년대는 국내외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패션 시장이 본격적으로 형성되던 시기였다. 이에 따라 LF는 온라인 패션 유통 시장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대대적인 투자를 감행해 급변하는 국내외 유통 트렌드에 대응하고자 했다. 하지만 패션 제조 기업으로서 유통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것은 2010년대 당시 LF의 약점이었다. 이에 따라 LF몰의 전신은 LG패션샵은 LF브랜드의 제품을 나열해 판매하는 자사몰에 지나지 않았다.

론칭 초기, LG패션샵은 2~3년간 대부분의 입점 브랜드를 자사 브랜드로 구성해 닥스·헤지스 등 자사 고급 브랜드의 이미지를 활용한 대대적 마케팅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데 집중했다. 이후 일정 수준의 회원수를 확보하자 LF는 2014년 사명 변경과 함께 ‘LF몰’로 온라인몰의 간판을 바꿨다. 이때부터 LF몰은 ‘패션 종합몰’을 지향했다. 나이키·프라다·아디다스 등 외부 패션 브랜드의 입점을 꾀했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정식 론칭해 모바일 쇼핑 시장에 대비했다.

한편 LF는 30~40대 고소득 여성 고객이 주류를 이루는 LF몰의 특성을 감안해 2016년부터 불리 1803·그린랜드·보타니쿠스 등 해외 유명 화장품 브랜드의 국내 판권을 직접 확보해 LF몰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또 에스티로더·SK2·조말론 등 200여 개의 외부 뷰티 브랜드를 입점시켜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전문몰’로 또 한 번의 변신을 시도했다.

2018년 3월에는 리빙관을 오픈해 영국 주방 용품 브랜드 ‘조셉조셉’을 비롯한 리빙 제품을 입점시키며 패션 뷰티를 넘어 프리미엄 라이프스타일 전문 쇼핑몰로 한 발짝 더 다가섰다.

유통업계는 지난해 발생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더 이상 온라인 전환에 망설일 시간이 없어졌다. 이러한 면에서 LF는 그간 고객들을 위해 모바일 쇼핑 편의성을 향상시키고 매년 리뉴얼을 실시하는 등 기술 혁신을 위한 투자로 비교적 일찌감치 적응했다는 평을 듣는다. LF몰은 2017년 11월 신규 브랜드 이미지(BI) 론칭과 함께 단행한 모바일 앱 리뉴얼 작업을 통해 LF몰에 입점한 6000여 개의 브랜드를 성별과 품목 등 직관적인 기준으로 나열하고 이를 다시 소재·패턴·핏 등 다양한 조건으로 정렬(필터링)해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탐색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또 품절 상품 재입고 알림 기능, 간편 회원 가입 등의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개편함으로써 고객 쇼핑 편의성을 더욱 높였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쇼핑의 흐름에 따라 품목군을 다양화한 것도 LF몰의 성장에 도움이 됐다.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던 소비 욕구가 폭발하면서 명품 브랜드들의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LF몰은 2016년 명품관을 론칭해 구찌·프라다 등 다수의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면서 명품 브랜드 라인업을 강화해 왔다. 또 2018년 12월에는 토스터기·에어프라이어·믹서기 등 소형 가전 제품들이 리빙 상품군의 영역으로 확대되는 현상에 주목해 리빙관 내에 디자인 가전 섹션을 신설해 롯데하이마트·한샘·쿠쿠전자· 뱅앤울룹슨 등 프리미엄 가전·리빙 브랜드들의 단독관을 지속적으로 론칭했다.
온·오프라인 모두 잡은 ‘LF몰’…매장에서 픽업·피팅 등 간편하게

온라인 전용 상품 입어볼 수 있는 매장 도입
대기업 패션 브랜드들은 기존에 보유한 매장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고민도 안고 있다. 무조건 폐점만이 답은 아니다. 온라인 유통만으로는 고객에게 ‘체험 가치’를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LF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장과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구조를 장기간 고심해 왔다. 고민 끝에 2019년 10월 자사의 서울 강남권 대표 종합 가두 매장인 GS강남타워점을 온·오프라인 통합 매장 신규 브랜드인 ‘LF몰 스토어’로 리뉴얼 오픈했다. ‘매장에서 편하게, 온라인에서 싸게, 집에서 빠르게’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2021년 4월 현재까지 전국이 LF 가두 매장 30여 곳을 LF몰 스토어로 전환했다.

LF몰 스토어는 기존 브랜드 상품 외에도 피즈(Phiz)·JSNY·일꼬르소·질바이질스튜어트 등 LF몰 온라인 전용 브랜드(PB) 상품을 매장에서 직접 체험해 보고 또 매장 직원에게 자신에게 어울리는 맞춤형 코디 제안을 받아볼 수 있다. LF 관계자는 “온라인 전용 상품은 실물을 보거나 실착이 불가능했는데 LF 스토어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한다.

또 LF몰에서 주문 시 원하는 거점 매장에서 상품을 픽업할 수 있고 매장에서 상품 픽업 시 피팅 후 현장에서 무료 반품과 교환은 물론 무료 기본 수선과 프리미엄 선물 포장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유통을 연결한 ‘O4O 비즈니스 모델’을 마련한 것이다.

‘단일 브랜드 매장’은 대기업 패션 브랜드들을 오랜 시간 지탱해 왔다. 특히 LF는 LF몰 스토어 대부분이 위·수탁 형태로 운영되는 대리점을 감안해 코로나19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대리점주들을 위해 매장별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차별화된 머천다이저(MD)의 구성을 권장했다. 이를 위해 개별 상권과 소비자 관련 데이터에 기반한 지역 특화 마케팅을 지원한다.

전북 군산의 중심가에 자리한 LF몰 스토어 군산헤지스점은 젊은 층의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 상권의 특성을 감안해 매장 면적의 15% 정도를 할애해 카페를 구성했다. 그 결과 LF몰 스토어 전환 이전과 비교해 하루 평균 내방 고객 수가 2배 가까이 늘었다 이 밖에 LF몰 스토어를 운영하는 대리점주들은 LF 자체 브랜드뿐만 아니라 LF몰에 입점한 6000여 개에 달하는 패션·뷰티·리빙 등 라이프스타일 관련 중소 브랜드들 중 지역 상권의 특성에 맞는 브랜드를 직접 선정해 팝업스토어 형태로 매장에 입점시켜 차별화를 꾀할 수 있다.

LF 관계자는 “LF몰 스토어의 전면 확대는 오규식 부회장이 ‘기존의 방식과 틀에 얽매이기보다 LF의 온라인 플랫폼과 디지털 기술,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 노하우 등을 대리점주를 비롯한 사업 파트너들에게 과감하게 개방하고 나눌 것’을 강력하게 주문한 데서 출발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