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재윤 IMM인베스트먼트 상무 인터뷰

[스페셜 리포트]
“팜에이트 기술력 세계 톱 수준…글로벌 진출 첫 타깃은 중동 시장”
샐러드 원재료를 만든 팜에이트가 한국의 대표적인 스마트 팜으로 성장한 배경에는 IMM인베스트먼트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력이 있었다.

IMM인베스트먼트는 사업 확장을 위한 자금 지원은 물론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선진 기술 업체와의 업무 제휴에도 도움을 줬다. 2014년 IMM인베스트먼트가 팜에이트에 투자할 당시 대표펀드 매니저로, 7년째 팜에이트를 담당하고 있는 구재윤 IMM인베스트먼트 상무를 만났다.

-2014년, 선견지명이 있었다.

“장동우 IMM인베스트먼트 사장의 시각이다. 당시 장 사장이 호출해 ‘앞으로 스마트 팜이 분명히 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길게 베팅해 보자’고 하셨다. 팜에이트를 발굴한 것도, 오늘날까지 상당한 관심을 가진 것도 장 사장 본인이다. 2014년 첫 투자 당시 장 사장과 팜에이트의 박종위 회장, 강대현 사장 등 세 분이 보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회사를 키워 보자며 도원결의한 것 같다. 최근에도 가끔 주말 브런치 타임에 세 분이 식사를 하며 사업 구상과 한국 스마트 팜의 미래를 이야기 나눌 정도로 각 사 경영진이 밀접하게 교류하고 있다.”

-실제 투자 이후 상당히 성장했다.

“투자 초기에는 매출이 100억원대 초반이었는데 2020년 600억원을 기록했다. 2017~2018년부터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애그테크 기업의 밸류에이션은 높은 편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투자를 감행한 것은 IMM인베스트먼트의 벤처 투자 경험이 많았고 애그테크 산업의 성장성을 내다봤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엔 팜에이트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다.”

-팜에이트의 기술력은 무엇인가.

“스마트 팜 업체를 만나면 생산성으로 그 회사의 기술력을 알 수 있다. 팜에이트의 포트당 재배 중량은 120~150g이다. 보통 100g 이하인데 엄청난 생산량이다. 종묘, 배양액, 종자 컨트롤, 공조 컨트롤 등 모든 재배 요소가 다 잘 조합됐다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다. 둘째는 스마트 팜 설비에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조합으로 팜에이트의 기술 수준이 월드 톱 레벨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설비 공급 등으로 매출이 다변화된 것 같다.

“미국 기업인 에어로팜즈는 설비를 만드는 기술부터 했다. 아직 제삼자에게 설비를 공급하지 않았는 데도 한국으로 치면 기술 특례 상장으로 1조원 가까운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IMM인베스트먼트는 투자사인 만큼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 재배한 채소를 갖고 샐러드를 만드는 것도 몹시 중요하지만 이를 넘어 하드웨어를 국내외에 서비스 패키지로 공급한다면 ‘애그테크’ 기업으로서의 기업 가치가 더 오를 수 있다. 한국의 스마트 팜 농업 시장은 시장 형성의 초기 단계로, 극소수의 플레이어가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데 스마트 팜 설비·생산·재배·가공·유통의 모든 밸류 체인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는 팜에이트가 유일하다. 원천 기술을 보유한 만큼 글로벌에서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스마트 팜에 대한 관심은 과거에도 있었다. 최근 달라진 부분은 없나.

“세 가지 정도다. 2년 전까지만 해도 글로벌 플레이어가 눈에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 보인다. 에어로팜즈·플랜티와 같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눈에 보이면서 국내외적으로 스마트 팜의 시장성이 괜찮다는 인식이 깔렸다. 여기에는 최근 경영 화두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그린도 한몫했다. 또 하나는 정부 정책이다. 정부가 2018년 스마트 팜 확산 정책을 폈다. 팜에이트도 참조 사례로 설명되고 있다. 셋째는 먹거리에 대한 인식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안전 먹거리를 찾으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일반 기업체에서도 스마트 팜에 관심을 가지면서 거래처가 다변화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메트로팜은 물론 KDB산업은행 지하 1층에도 우리의 수직 공장 시설이 있다.”

-IMM과 팜에이트가 함께 그리는 미래는 무엇인가.

“2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가장 우수한 원물을 만들어 샐러드를 공급하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그런데 2년 새에 국내외 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스마트 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설비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지난해에만 80억원 정도 스마트 팜 하드웨어를 공급했고 올해 목표는 200억원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동남아·중동, 심지어 몽골에서도 팜에이트의 설비에 관심을 갖고 있다. 중동과는 계약을 체결했으며, 몽골과는 협의 중이다. IMM이 아니었어도 팜에이트의 기술력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겠지만 우리의 네트워크가 더해지면서 양 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고 글로벌’이다. ‘고부가 가치 작물 생산’, ‘글로벌 펀드레이징’을 통해 회사의 위상을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드높일 계획이다.”

-IMM는 팜에이트에 더 지원할 계획인가.

“IMM은 팜에이트가 상장하더라도 최대 주주로 남아 회사의 해외 진출과 신규 사업을 견인할 계획이다. 관련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글로벌 시장이 열리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IMM은 팜에이트를 핵심 포트폴리오 삼아 애그테크 시장의 글로벌 마켓으로 도전할 계획이다. 그 첫 시작이 중동 프로젝트다. 중동은 자본과 기술의 전쟁터다. 특히 식량 안보를 국가 차원에서 중차대한 문제로 여기고 있다. 그곳에서 검증받으면 좀더 운신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 차후 더 나아가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연결 또한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조급하지 않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회사를 키워 나갈 생각이다.”

-7년, 길다면 긴 시간이다. IMM는 벤처에 어떤 철학을 갖고 투자하나.

“금융 자본으로 각광받지 못하고 있던 스마트 팜과 애그테크를 먼저 발견하고 성장을 견인했다는 자부심이 있다. IMM이 설립된 지 20년이 됐는데 우리 회사의 신조가 백년 가는 회사다. 회사에 대한, 산업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해야 하는데 그 사례가 바로 애그테크다. 앞으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것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