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최단기 흑자 이어 지난해 매출 1조원 돌파…CMO·CDO업계 ‘게임 체인저’로

[스페셜 리포트]
(사진) 바이오 의약품 생산 설비를 점검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사진) 바이오 의약품 생산 설비를 점검 중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직원들.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2011년 5월까지만 해도 허허벌판이던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지에는 총 3개의 바이오 의약품 생산 공장이 들어서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 시설인 3공장을 뛰어넘는 4공장을 짓고 있다. 내년 말 부분 가동을 목표로 한다.

10년 전 100여 명에 불과하던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임직원 수는 올 1분기 말 기준 3000여 명으로 30배 이상 늘었다. 매출은 지난해 창립 9년 만에 1조원을 돌파했다. 지난 10년간 바이오 의약품 생산 규모의 빠른 확대에 집중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향후 10년간 생산 규모 확장은 물론 사업 포트폴리오와 각국의 거점을 확대해 글로벌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다.

삼성 제조 경쟁력 발판 삼아 CMO 사업 진출

삼성은 2011년 2월 글로벌 제약 서비스 기업인 퀸타일즈와 3000억원 규모의 합작사를 설립하고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사업에 공식 진출했다. 반도체·화학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제조 경쟁력을 증명해 온 삼성은 CMO 분야를 이른 시간 내 최고의 자리에 올라설 도구라고 판단했다. 2011년 4월 21일 첫 이사회를 통해 삼성바이오로직스로 회사명을 정하고 당시 삼성전자 신사업팀 김태한 부사장을 대표이사로 임명하며 본격적인 사업에 돌입했다.
자료 : 삼성바이오로직스
자료 :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1년 5월 1공장 착공식을 열고 인천 송도에 3만 리터 규모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사업 기록이 없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글로벌 바이오 기업 담당자들을 건설 중인 1공장으로 끊임없이 초청해 보여주며 설득했다. 노력은 첫 성과로 이어졌다. 2013년 7월 글로벌 바이오 제약 톱 기업 중 하나인 미국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과 첫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같은 해 10월엔 스위스 로슈와 생산 계약을 했다. 이를 계기로 수주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글로벌 수주가 이어지면서 업계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신뢰도도 높아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3년 9월 2공장 착공에 나섰다. 공장 설계 과정에서 당시 업계 최대인 9만 리터를 넘어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확신하고 1.8배 이상 큰 15만 리터의 공장을 짓기로 결정했다.

당시 2공장은 단순히 규모에서만 세계 최대 수준이 아니라 기존 바이오산업에서 쓰이지 않던 신기술을 적용해 화제가 됐다. 이를 통해 건설 기간이 동종 업계 대비 9개월(40%) 단축됐고 설비 대비 투자비 또한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었다. 다양한 분야에서 제조 경쟁력을 쌓아 온 삼성의 노하우가 적극 반영된 결과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 2공장 수주가 대부분 완료되자 추가 시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15년 11월 3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착공 후 25개월 만인 2017년 11월 기계적 준공을 완료하고 10개월 만에 자체 검증도 끝내면서 2018년 10월 1일 3공장 가동에 돌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공장보다 3만 리터를 늘린 18만 리터 규모의 3공장을 완성하면서 총 36만4000리터로 글로벌 CMO 기업 중 가장 큰 생산 규모를 갖추며 ‘CMO 챔피언’의 목표를 달성했다.

CMO 이어 CDO 사업 진출…2016년 증시 상장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매출과 자산 등에서도 성장세를 이어 나갔다. 1공장은 착공 4년 8개월 만인 2016년 1분기 업계 최단기 흑자를 달성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7년 매출 4646억원, 영업이익 660억원으로 첫 연간 영업 흑자를 기록했다.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사업도 본격화하며 자산 가치가 빠르게 확대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러한 질적·양적 성장을 바탕으로 2016년 11월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당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공개(IPO) 공모 규모는 2조2496억원이었다. 글로벌 바이오 섹터에서 제넨텍에 이은 역대 2위, 2016년 전체 기준 세계 6위, 같은 해 아시아 전체의 3위 규모였다. 특히 해외 기관투자가 초과 청약이 중국의 알리바바를 넘어선 17배를 기록하며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했다.

CMO 챔피언의 목표를 이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8년 세포주 개발, 공정 개발, 임상 물질 생산, 품질 테스트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바이오 의약품 위탁 개발(CDO) 사업에 본격 진출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CDO 사업 누적 계약은 사업 첫해인 2018년 5건에서 지난 4월 말 기준 68건으로 증가했다. 지아이이노베이션·유틸렉스·이뮨온시아 등이 주요 고객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위탁 개발한 물질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 계획(IND) 승인(3건), 유럽의약청(EMA) IND 승인(1건)의 성과를 거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포주 개발 단계부터 위탁 개발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의 파이프라인 ‘GI-101’은 중국 심시어와 9000억원 규모의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에 성공하기도 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바이오 의약품 개발·생산 인프라를 활용해 한국 바이오업계와의 상생 협력에도 기여하고 있다”며 “CDO 사업 진출 이후 고객사로부터 스피드와 가격 경쟁력, 품질 및 효율 등에서 글로벌 선진 기업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8월 한국 바이오업계 최초의 자체 개발 세포주 ‘에스초이스(S-CHOice)’를 공개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 중 자체 세포주를 개발해 상용화에 돌입한 첫 사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에스초이스는 글로벌 기업들의 세포주보다 빠른 속도로 많이 번식해 오랜 기간 생존하는 것이 특징이다. 에스초이스의 세포 발현량은 세포주 개발 직후 기준 리터당 7그램 타이터(titer : 배양액 속 항체량 수치화) 이상으로 업계 평균(상업 생산 시점 기준 리터당 약 3~4그램) 대비 두 배 정도 높다.

또한 에스초이스의 생존 기간은 유가 배양(fed-atch) 21일까지 생존률이 90% 이상으로, 업계 평균 생존 기간(14일)보다 1.5배 길다. 세포주의 생존 기간이 길수록 대량 생산에 투입될 고품질의 세포주를 보다 잘 선별할 수 있게 되고 생산성도 높아진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에스초이스 개발을 통해 기존 글로벌 바이오 제약 기업들보다 압도적 퀄리티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요람’ 샌프란시스코에 둥지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표 바이오 클러스터인 샌프란시스코에 CDO 연구·개발(R&D)센터를 열고 글로벌 거점을 확보하기도 했다. 고객사와의 물리적 거리를 좁히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넥스트 도어 CDO 파트너’로 도약하기 위해서였다.

샌프란시스코 CDO R&D센터에는 인천 송도 본사의 최신 CDO 서비스 플랫폼이 그대로 구축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 센터를 통해 현지의 글로벌 빅파마 및 바이오테크와 가까운 거리에서 보다 긴밀하고 신속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의약품 개발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일부 해외 고객사가 제기해 온 시차 등 낮은 지리적 접근성 우려를 해소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와의 접근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미 동부와 유럽 등에 CDO R&D센터를 열고 보다 많은 바이오테크가 삼성의 CDO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규모의 4공장 건설에 나서기도 했다. 4공장은 내년 부분 생산, 2023년 전체 가동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4공장의 생산량은 25만6000리터로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 시설인 3공장(18만 리터)의 기록을 스스로 경신하게 된다.
(사진)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사진)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건설에 1조74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향후 제2 캠퍼스 부지 확보를 진행하게 되면 전체 투자비는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9년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누적 투자액인 2조1000억원에 버금가는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은 세포주 개발부터 완제 생산까지 한 공장 안에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한 ‘슈퍼 플랜트’로 설계됐다. 이를 통해 글로벌 바이오 의약품 공급 속도를 획기적으로 높이고 고객 만족을 극대화해 초격차 경쟁력 시대를 연다는 계획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66.0% 증가한 1조1648억원으로 창립 9년 만에 ‘연매출 1조 클럽’에 가입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19.3% 증가한 2928억원을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유행)으로 인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비대면 실시간 가상 투어를 통해 글로벌 규제 기관의 실사와 검사를 지원하는 등 신속한 대응을 통해 전사적 수주 역량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명이다.
허허벌판이 세계 최대 바이오 기지로…삼성바이오로직스 10년 스토리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지난해 매출은 본격적으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한 2015년 대비 12배 이상 증가한 금액이고 5년간 연평균 매출액 상승률은 66.4%에 달한다”며 “지난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으로부터 6억2700만 달러어치 수주를 포함해 2019년 매출의 약 2.5배 수준인 총 17억800만 달러어치를 수주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2030년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기업 목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월 21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2030년 글로벌 톱티어 바이오 기업 도약’이라는 비전을 공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미션인 ‘드리븐 포 라이프(생명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를 공개했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드리븐 포 라이프는 단순히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약을 만들고 인류의 더 나은 삶을 실현하기 위해 임직원 모두 책임과 역할을 다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바이오 의약품 생산 분야에 진출해 사업 안정화와 생산 규모의 빠른 확대에 집중했다면 앞으로 다가올 10년은 생산 규모 확장뿐만 아니라 사업 포트폴리오와 글로벌 거점을 동시에 확대하는 다각화된 사업 확장을 통해 글로벌 종합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지속되면서 관련 치료제와 백신의 임상 및 상업 생산 수요가 발생하고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의 공급망 관리(SCM) 다변화 전략 등의 영향으로 CMO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라며 “올해 4공장 선수주 활동에 역량을 집중해 1분기 말 기준 57건인 CMO 누적 수주 실적을 더욱 늘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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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로슈 출신 글로벌 바이오 전문가…바이오·제약 일류화 ‘가속’
(사진)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사진)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존림(John Rim)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1961년생으로 1982년 미국 컬럼비아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화학공학 석사, 1985년 미국 노스웨스턴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2004년 헬스케어 분야 글로벌 톱 제약사인 로슈의 자회사 제넨텍을 거쳐 2010년 로슈로 자리를 옮겼다. 두 회사에서 14년 간 근무하면서 생산·영업·개발총괄·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역임한 글로벌 바이오 제약 전문가다.

존림 사장은 2018년 9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사장으로 합류해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3공장 운영을 총괄해 왔다. 또한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수주 확보에 크게 기여한 성과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글로벌 바이오 제약사에서 쌓은 풍부한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삼성의 ‘바이오 제약 사업 일류화’를 가속화하고 한국 바이오 제약 사업의 성장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내부의 평가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