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계좌, 해외ETF 투자자의 필수템
연금저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이라고 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나요? 직장인들에게 이렇게 물어보면, ‘연말정산’이나 ‘세액공제’라는 대답을 많이 듣는다. 물론 ‘노후 준비’라고 답하는 사람도 있다. 대다수 직장인들은 연말정산 때 세액공제를 받으며 노후 준비를 할 요량으로 이들 연금 상품을 찾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해외 투자 열풍과 함께 해외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종전과는 다른 이유로 연금저축과 IRP를 찾는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매매차익을 과세하는 해외 주가지수 ETF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해외 주식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크게 늘어났다. 애플이나 아마존 같은 주식을 직접 사고파는 투자자도 있고, 해외 펀드를 이용해 간접투자를 하기도 한다. 요즘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나스닥100,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같은 해외 주가지수를 추적하는 ETF를 찾는 투자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ETF는 특정 주가지수를 추적하는 인덱스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둔 것이다. 해외 주식에 직접투자 할 때 겪는 어려움 중 하나가 정보 획득 문제다. 다양한 해외 주식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며 투자한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고, 할 수 있다고 해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해외 펀드를 이용하면 이 같은 수고는 덜 수 있지만, 실시간 거래가 어려운 단점이 있다.

해외 주가지수 ETF를 활용하면 적은 금액으로 다양한 해외 주식에 분산투자 할 수 있고,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손쉽게 사고팔 수 있다.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주가지수 ETF에 비해 세 부담이 큰 것은 단점이다. 현재까지 국내 상장주식 매매차익을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국내 주가지수 ETF를 매도해서 얻은 차익도 과세하지 않는다. 같은 이치로 해외 주식 매매차익을 과세하기 때문에 해외 주가지수 ETF를 매도해서 얻은 차익에도 세금을 부과한다.

매매차익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역외 ETF
과세 방법은 국내 상장된 것이냐, 해외 상장된 것이냐에 따라 다르다. 해외 증시에 상장된 것을 ‘역외 ETF’라고 하는데, 역외 ETF 매매에서 얻은 이익은 양도소득으로 과세한다. 양도소득이라고 하면 부동산을 매각할 때 내는 세금으로만 아는 사람이 많은데, 해외 주식이나 역 외ETF 매매차익에도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다른 소득과 달리 양도소득은 과세할 때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양도소득은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따로 떼어 분류과세한다. 따라서 역외 ETF 매매차익이 아무리 커도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둘째, 과세 기간(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에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통산해서 과세한다. 과세 기간 동안 여러 개 ETF를 사고팔거나, 동일한 ETF를 여러 번 샀다 팔았다 하다 보면, 이익이 나기도 하고 손실을 보기도 한다. 이때 이익에서 손실을 뺀 다음 과세하면 그만큼 세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셋째, 과세대상소득에서 250만 원을 기본공제 한 다음 남은 금액에 세율을 곱해 세금을 산출한다. 양도소득세율은 22%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하나 들어보자. 홍길동 씨가 지난해 역외 ETF를 2개 팔아서 1000만 원 이익과 250만 원의 손실을 봤다고 치자. 먼저 이익 1000만 원에서 손실 250만 원을 상계하면 750만 원이 남는다. 여기서 다시 250만 원을 기본공제하면 500만 원이 남는다. 여기 세율 22%를 곱하면 납부할 세금은 110만 원이다.
양도세 납부기한은 매년 5월 1일부터 31일까지이며, 이때 전년도 발생한 양도세를 납부하면 된다. 거주지 근처 세무서를 방문하거나 국세청 홈텍스 온라인 세금신고를 이용해서 세금을 납부할 수 있는데, 대행 납부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증권사도 많다.

매매차익에 배당소득으로 보는 국내 상장 ETF
해외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늘어나면서 국내거래소에도 해외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속속 상장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4월 중순까지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해외 주가지수 ETF만 해도 95개나 된다고 한다. 그러면 국내 상장된 ETF를 매매해서 얻은 차익도 양도소득으로 보고 과세할까.

그렇지는 않다. 세법에서는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해외 주가지수 ETF를 매매해서 얻은 차익을 배당소득으로 본다. 양도소득과 달리 배당소득은 종합과세 대상 소득이다. 일단 배당소득이 발생할 때마다 금융사에서 15.4% 세율로 세금을 원천징수 한다. 그리고 다른 금융상품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을 전부 포함해서 한 해 동안 발생한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어가면, 2000만 원 초과한 금융소득을 다른 소득과 합산해서 과세하는데, 이를 금융소득종합과세라고 한다.

양도소득과 달리 손익을 통산해주지도 않는다. 홍길동 씨가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해외 주가지수 ETF 2개를 매도해서 하나는 1000만 원의 이익을 보고, 다른 하나는 250만 원 손실을 봤다고 해보자. 이때 250만 원 손해 본 것을 차감해주지 않은 채 1000만 원 이익 본 것에만 15.4% 세율을 적용해 154만 원의 세금을 부과한다.

이렇게 손익을 통산해주지 않으면 배당소득은 커지고 세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당할 가능성도 커진다. 종합소득을 과세할 때는 누진세율(6~42%)을 적용한다. 따라서 다른 소득이 많아서 높은 세율을 적용 받는 사람이 ETF 매매차익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되면 세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할 방법은 없을까. 먼저 한 해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이 넘지 않도록 ETF 매도 시기를 분산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매번 이자와 배당소득을 합산해 2000만 원이 넘는지 계산하기도 번거롭고, 세금 때문에 매도 시기를 마냥 늦출 수도 없다. 그래서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은 투자자들 중에는 해외 상장 ETF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많다. 앞서 살펴봤듯이 해외 상장 ETF에 발생한 매매차익은 양도소득으로 보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이익과 손실을 통산해주고, 기본공제 금액도 250만 원이나 된다. 하지만 양도소득세율이 22%로 배당소득세율(15.4%)보다 높다. 그렇다면 보다 세금을 절감하면서 해외 주가지수 ETF에 투자하는 방법은 없을까.

【해외 ETF에 대한 과세】
구 분매매차익분배금비고
해외 상장양도소득배당소득양도소득세율 22% (기본공제 250만원)
배당소득세율 15.4%
국내 상장배당소득
(보유기간 과세)
배당소득

비과세·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ISA
애당초 절세 혜택이 주어지는 계좌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투자 기간이 3~5년 정도 된다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이용하면 된다. 직전 3년 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만 아니라면, 만 19세 이상 국내 거주자는 누구가 ISA에 가입할 수 있다. 납입한도는 연간 2000만 원으로, 5년간 최대 1억 원까지 납입할 수 있다. 그 해 납입한도를 채우지 못했다면 이듬해로 이월된다. 의무 납입기간은 3년이다.

ISA의 장점 중 하나는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이다. ISA에는 예금과 적금뿐만 아니라 주가연계증권(ELS)과 펀드도 담을 수 있고, 국내 상장 주식, 리츠, ETF에도 투자할 수 있다. 물론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해외 주가지수 ETF도 투자할 수 있다. ISA를 활용해 해외 주가지수 ETF에 투자하면 크게 세 가지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첫째, 가입기간 동안 ETF를 사고 팔면서 얻은 이익에서 손실을 차감해서 순이익을 계산한다. 둘째, 순이익 중에서 200만 원(서민형 400만 원)까지는 과세하지 않는다. 셋째, 비과세 한도를 초과한 순이익은 9.9% 세율로 분리과세한다. 따라서 매매 차익이 아무리 커도 금융소득 종합과세를 당할 우려는 없다.

세액공제·과세이연 등 다양한 세제 혜택 있는 연금계좌
노후자금 마련이 목적이라면 연금저축과 IRP와 같은 연금계좌에 가입하면 된다. 이들 연금계좌에서는 예금부터 펀드까지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데, 국내 거래소에 상장된 해외 주가지수 ETF에도 투자할 수 있다. 흔해 연금저축과 IRP라고 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떠올린다. 이들 연금계좌를 저축하면 한 해 최대 700만 원(50세 이상 9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제 혜택이 이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먼저 과세이연 효과가 있다. 일반 계좌에서 이자와 배당 수익을 발생하면 즉시 과세한다. 하지만 연금계좌에서는 이자와 배당소득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인출할 때까지는 과세하지 않는다. 따라서 금융소득종합과세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운용기간 중에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통산해준다. 그래서 손익을 통산해주지 않는 일반 증권계좌에서 거래할 때보다 세 부담이 확연히 줄어든다.

연금계좌 적립금은 55세 이후에 연금으로 수령할 수 있다. 이때 연금 수령한도 이내에서 인출한 연금소득에는 낮은 세율(3.3~5.5%)의 연금소득세가 부과된다. 그리고 해당 연금소득이 연간 1200만 원만 넘지 않으면 이것으로 과세를 종결 지을 수 있다. 55세가 되기 이전에 연금계좌를 해지하거나 연금 수령한도를 초과해서 인출한 금액은 기타소득으로 보고 과세한다.

기타소득세율은 16.5%로 배당소득에 부과되는 세율(15.4%)보다 높다. 하지만 연금계좌에서 발생한 기타소득은 다른 소득과 분리해서 과세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연금계좌를 잘만 활용하면 세액공제, 과세이연, 손익통산, 저율과세, 금융소득종합과세 회피 등 다양한 절세 혜택을 누리며 해외 주가지수 ETF에 투자할 수 있다.

한 해 1800만 원까지 투자할 수 있는 연금계좌
이렇게 다양한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으므로 해외 주가지수 ETF와 연금계좌는 ‘찰떡궁합’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자한도가 얼마 되지 않는다고 볼멘소리를 하는 사람이 많다. 과연 그럴까. 한 해 연금저축과 IRP에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얼마나 될까. 올해 초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30~50대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연금 이해력 조사'를 실시하며 한 해 연금저축에 최대 얼마까지 투자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객관식으로 질문의 선택지로 ‘① 400만 원, ② 1800만 원, ③ 제한이 없다, ④ 모르겠다’ 네 가지를 줬다.

정답은 ②번 1800만 원이다. 연금저축 가입자가 매년 1800만 원을 저축할 수 있고, 한 해 저축한 금액 중에서 최대 400만 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정답을 맞춘 응답자는 24.5%에 불과했다. 응답자 4명 중 1명만 정답을 맞춘셈이다. 오히려 ‘모르겠다’고 답한 사람이 정답자보다 많았다. 특이할 만한 점은 응답자 중 33.1%, 즉 3명 중 1명은 연금저축에 한해 최대 400만 원까지만 저축할 수 있다고 답한 점이다. 이는 연간 저축한도와 세액공제 한도를 착각한 것이다.

연금저축에만 가입하면 한 해 최대 400만 원, IRP까지 합산하면 한 해 7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하지만 연금저축과 IRP를 합산해서 연금계좌에 한해 저축할 수 있는 금액은 1800만 원이다. 이 금액도 적다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겠다. 하지만 매년 1800만 원씩 저축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금액이라고 할 수 없다. 물론 연간 700만 원을 초과해서 연금계좌에 저축한 금액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다. 대신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저축한 금액은 언제든지 인출할 수 있다. 그리고 적립할 때 세액공제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인출할 때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연금을 수령할 때도 마찬가지다. 연금계좌 적립금은 55세 이후에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가입자가 연금을 개시하면, 금융사에서는 먼저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저축한 금액을 재원으로 연금을 지급하는데, 이때는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세액공제를 받지 않고 저축한 금액이 전부 소진되면, 그제서야 세액공제 받고 저축한 금액과 운용수익을 재원으로 연금으로 지급하면서 연금소득세(3.3~5.5%)를 부과한다. 따라서 세액공제 한도를 초과해서 저축한다고 해서 투자자가 손해 볼 일은 없는 셈이다. 오히려 운용수익에 대한 과세이연, 손익통산, 금융소득종합과세 회피 등 다양한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으므로 득이라고 할 수 있다.

소득이 있는 곳에는 세금이 따른다고 한다. 인생에서 죽음과 세금은 피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피할 수는 없지만 줄일 수는 있다. 해외 주가지수를 ETF에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같은 주가지수를 추적하는 ETF는 수익률이 똑같은 것 아니냐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동일한 주가지수를 추적하는 ETF라고 하더라도, 거래계좌에 따라 과세 방법과 세제 혜택이 제각기 다르다. 세전 수익이 같아도 세후 수익이 달라지는 이유다. 따라서 해외 주가지수 ETF에 투자할 때는 상품을 고르는 것만큼이나 거래 목적에 맞는 절세 계좌를 찾는 게 중요하다.

김동엽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