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가격 인상 폭 최소화한 ‘2021 그랜저’ 출시
K8, 기아 세단 역대 최다 사전계약 신기록 달성
4월 판매량, 그랜저 여전히 우세

‘한지붕 두가족’ 현대차 그랜저 vs 기아 K8, 세단 시장서 진검승부
국내 준중형 세단 시장은 ‘한지붕 두가족’인 현대차와 기아가 주름 잡고 있다. 양 사는 해당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보이지 않는 눈치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현대차 그랜저가 수십년간 쌓아온 금자탑을 무너뜨리기 위해 기아는 K8으로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 한다.

그랜저는 지난해 14만6923대의 판매량을 달성해 국내 세단 1위 자리를 차지했다. 기아는 올해 K8을 출시해 그랜저의 독주를 막으려 한다. K8은 사전계약 첫날에 판매량 1만8015대를 기아 세단 역대 최다 신기록을 세웠다. ‘스테디·베스트셀러’ 그랜저의 뒤를 바짝 쫓고 있는 형국이다.

현대차는 11일 ‘2021 그랜저’를 출시해 K8의 추격을 뿌리치려 한다. 스페셜 트림 ‘르블랑’을 추가하고 안전·편의사양을 크게 늘렸다.

르블랑은 하얀색을 의미하는 프랑스어다. 베이지와 블랙 컬러의 새로운 조합 인테리어가 적용돼 밝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더해졌다. 가솔린·하이브리드 모델로 판매돼 소비자의 선택 폭도 넓어졌다.

그랜저 신규 모델을 출시하며 현대차는 가격 인상을 최소화하는데 집중했다. 안전·편의사양이 늘어났음에도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인상 폭은 9만~25만원이다.

가솔린 2.5 모델은 △프리미엄 3303만원 △르블랑 3534만원 △익스클루시브 3681만원 △캘리그래피 4133만원 등이다. 가솔린 3.3 모델의 경우 △프리미엄 3593만원 △르블랑 3929만원 △익스클루시브 3926만원 △캘리그래피 4388만원 등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프리미엄 3679만원 △르블랑 3900만원 △익스클루시브 4012만원 △캘리그래피 4489만원 등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이 강화된 2021 그랜저가 준중형 세단 시장의 성장을 지속적으로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새롭게 선보인 르블랑 트림의 인테리어는 많은 소비자로부터 사랑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가격 인상폭을 최소화한 것은 매섭게 추격해오는 기아 K8을 견제하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한지붕 두가족’ 현대차 그랜저 vs 기아 K8, 세단 시장서 진검승부
K8은 3220만~4526만원에 판매 중이다. 기아는 준대형 세단 최강자로 장기집권해온 그랜저와 자존심 대결을 펼치기 위해, 그랜저가 갖지 못한 기술력을 추가해 동급 최강자로 도약하려 한다.

첨단 주행보조 기술이 대표적이다. K8에 적용된 고속도로 주행보조(HDA2)는 그랜저에 적용된 HDA1에는 없는 차로 변경 보조 및 차로 내 편향 주행 등을 가능하게 한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알아서 차로를 변경해주고, 옆 차로에 다른 차량이 다가오면 알아서 간격을 벌려주는 등 자율주행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단, 그랜저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에는 K8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랜저는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9684대가 팔렸다. 반면 K8은 절반 수준인 4857대가 판매됐다. 그랜저의 ‘맞수’로는 아직 부족한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의 준중형 세단 시장에서의 대결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그랜저는 2016~2019년 4년 연속 국내 1위 자리를 지킨 국민차로 K8이 따라잡기 위해선 가격과 성능, 소비자 만족도 등 많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전했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