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 1분기 순이익 비은행 비중 50% 육박
마지막 남은 손보 M&A 승자는

[비즈니스 포커스]
‘쫓는 조용병, 쫓기는 윤종규’…리딩 금융 경쟁, 비은행 부문에서 갈린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리딩 금융의 자리를 놓고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나란히 연임에 성공한 ‘윤종규 3기’와 ‘조용병 2기’의 접전은 올해로 5회 차다. 이들은 은행에 치우쳤던 사업 영토를 증권·손해보험·생명보험·벤처캐피털·자산운용 등 비(非)은행은 물론 자동차·부동산·통신 등 비금융 플랫폼으로 무섭게 넓히고 있다. 양 그룹 모두 올해 1분기 총순이익에서 비은행 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은 50%에 육박했다. 2016년 30%를 밑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5년 새 20%포인트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예전엔 은행이 금융지주의 ‘엔진’이었지만 지금은 비은행 계열사들이 얼마나 약진하느냐에 따라 그룹의 실적이 달라진다. 그간 저금리 기조가 지속돼 은행 예대마진(대출 금리와 예금 금리의 차이)으로 벌 수 있는 이익이 한계에 달했기 때문이다. 금융지주별로 약하다고 생각하는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은행 쏠림’ 현상을 낮추고 다양한 수익 기반과 그룹사 간 시너지를 강화해 종합 금융사로 거듭나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것이다.

올해도 KB와 신한금융은 인수·합병(M&A) 매물 찾기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는 등 자본 여력을 한껏 그러모으고 있다. 비은행 계열사 M&A를 위한 실탄 확보에 신종자본증권이 동원되면서 이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지난해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앞두고 수천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KB금융이 대표적 사례다. 다만 현재 시장에 금융그룹이 눈독을 들일 만한 매물이 없어 M&A 결과물이 나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윤종규 회장, 그룹 포트폴리오 ‘완성’
KB와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M&A 쟁탈전은 윤종규 회장이 취임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 윤 회장은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이 전산 시스템 문제를 빚고 퇴진한 KB 사태 이후인 2014년 11월 선임됐다. 당시 KB금융의 실적은 처참했다. 외풍과 내홍에 휩싸이며 순이익이 약 1조4000억원으로 급감했다. 2011년 실적(약 2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3년 새 1조원이 빠지며 반 토막이 난 셈이다.

하지만 윤 회장이 취임한 후 반등세를 이어 가며 2017년 순이익이 3조원을 돌파, 신한금융이 9년간 지켰던 리딩 금융의 자리를 빼앗았다. 당시 두 그룹 간 순이익 차이는 약 4000억원 정도, KB금융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KB금융 경영사가 윤 회장 취임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B금융이 왕좌에 오를 수 있었던 배경엔 비은행 부문의 M&A가 주효했다. 윤 회장은 6년간 거침없이 M&A를 시도했다. 2014년 취임 이후부터 은행과 비은행 비율을 ‘6 대 4’로 하겠다는 포트폴리오 관리 계획 아래 손해보험·증권·생명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를 보강하며 몸집을 불렸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하고 2016년엔 현대증권(현 KB증권)을 편입했다. 2018년 오렌지라이프(구 ING생명) 인수전에서 신한에 패했지만 지난해 결국 알짜 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보험을 품에 안으며 비은행 부문을 강화했다. 은행-카드-증권-생명보험-손해보험으로 이어지는 그룹 포트폴리오가 완성된 셈이다.

실제 편입 당시 이들의 활약은 두드러졌다. KB손해보험은 출범한 지 반년 만에 약 16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은행과 카드 다음으로 든든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KB증권 역시 통합 출발 후인 2017년 1분기 전년 대비 순이익(1088억원)이 120% 정도 뛰었다. 매출(1조9317억원)은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각각 올린 합계보다 41.05% 늘었다. 당시 업계에선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의 통합을 두고 ‘두 회사의 장점만 아우른 대형 증권사’로 다시 태어나게 됐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푸르덴셜생명도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 1121억원을 기록하며 KB금융그룹 보험 계열사의 맏형 자리를 꿰찼다. 이는 KB국민은행(6886억원), KB증권(2211억원), KB국민카드(1415억원)에 이어 넷째로 높은 실적이다. 지난해 KB금융이 1위 자리를 되찾고 올해 1분기 리딩 금융의 타이틀을 수성하는 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다. KB금융은 신한금융보다 782억원 많은 1조2701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7295억원)과 비교해 74.1% 급증한 것이고 5대 금융지주인 NH농협금융지주의 지난해 총순이익(1조7359억원)과 맞먹는 규모다.

다만 손해보험업계 빅4였던 KB손해보험이 최근 3년 새 순익이 급격히 줄며 5위 자리마저 내줘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KB손해보험을 제외하고 손해보험사들이 올해 1분기 기대 이상의 실적을 달성했다”며 “매물만 나와 준다면 KB금융이 중소형 손해보험사를 인수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쫓는 조용병, 쫓기는 윤종규’…리딩 금융 경쟁, 비은행 부문에서 갈린다
조용병 회장, M&A 속도
조용병 회장은 취임 후 공격적인 M&A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취임 첫해인 2017년 KB금융그룹에 리딩 금융의 자리를 내주며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실제 조 회장은 2018년 이후 생명보험사 오렌지라이프, 부동산 신탁사 아시아신탁, 벤처캐피털 네오플럭스 등 알짜 매물들을 인수해 왔다. 올 1월엔 신한BNPP 자산운용을 신한자산운용으로 사명을 변경하고 100% 자회사로 편입했고 오는 7월엔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를 통합한 ‘신한라이프’ 출범을 앞두고 있다.

특히 오렌지라이프의 인수는 ‘신의 한 수’로 평가 받는다. 신한금융은 2019년 2월 오렌지라이프를 계열사로 편입해 총 자산을 490조원으로 키우며 2017년 KB금융에 빼앗겼던 선두 자리를 1년 만에 되찾았고 은행 업종 대장주의 지위도 탈환했다. 지난해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인수하며 다시 리딩 금융 자리를 내줬지만 올해 7월 ‘신한라이프’가 출범하면 자산 기준 업계 4위의 생명보험사로 단숨에 올라서게 돼 그룹 성장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의 주력 상품과 영업망 등이 겹치지 않아 통합 이후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여기에 마이데이터 예비 허가 및 본허가를 받게 되면 신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도 있게 된다. 현재 근소한 차이로 앞서 있는 KB금융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어쨌든 KB와 신한금융 두 곳 모두 리딩 금융의 타이틀 사수와 탈환의 열쇠로 생명보험사의 M&A를 활용했다.

업계에선 신한금융의 자금 조달 행보를 눈여겨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만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이 1조원을 넘었다. 신한금융은 손해보험사만 인수하면 금융그룹 포트폴리오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하게 된다. 지난해 매물로 나온 악사손해보험 인수 후보 0순위로 신한이 거론된 이유이기도 하다.

일각에선 당장 매력적인 매물이 나오지 않아 M&A 결과가 늦어질 것이라고 관측하고 있다. 금융권으로 진격하고 있는 빅테크(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IT 기업)에 대한 대비책을 강화하는 것이 경쟁력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이 포화된 상태인데 기존에 금융을 하지 않았던 업체들이 치고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 금융그룹마다 디지털 전략을 내세우지만 혁신보다 ‘따라하기 식’이거나 기존의 것을 고도화하는 데 그쳤다”고 지적했다.
‘쫓는 조용병, 쫓기는 윤종규’…리딩 금융 경쟁, 비은행 부문에서 갈린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