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질 수 없는 부를 향한 일그러진 욕망의 복수극
[서평] 프리티 씽 : 반짝이는 것은 위험하다자넬 브라운 지음 | 김소정 역 | 마시멜로 | 1만7500원
우리 안에는 분명히 자신인데 자기가 아니기도 한, 여러 가지 모습이 존재한다. 크고 작은 불행한 일들로 인생의 무게에 짓눌려 마음이 나약해졌을 때, 자기 자신을 혐오하거나 불신하거나 망가지도록 마구 부추겨 삶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들. 우리 대부분은 그런 자아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애쓰며 살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그런 늪에 빠진 인생을 살게 될 수도 있다.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이 주연을 맡아 아마존 TV 드라마로 방영을 앞두고 있는 자넬 브라운의 신작 소설 ‘프리티 씽’의 주인공은 부와 욕망을 좇으며 사는 현대인들의 자화상 그 축소판과도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서 도망쳐 어린 시절부터 엄마와 둘이 떠돌이 생활을 했던 니나는 사기를 쳐 뜯어낸 돈으로 삶을 꾸려 나갔던 엄마 곁에서, 딸만큼은 자신과 다른 인생을 살게 하겠다는 엄마의 바람대로 성장하려고 애쓴다. 하지만 대학에서 딴 예술사 학사 학위 정도는 그런 니나의 소망을 이루기엔 역부족이었고 결국 그녀에게 남은 것은 수십만 달러의 학자금 대출과 암에 걸려 목숨이 위태로운 엄마뿐이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속에서 부를 과시하는 부유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 수법을 쓰며 생계를 책임지던 니나의 눈에 학창 시절 자신의 기억 속에 뼈아픈 상처를 남긴 리블링 집안의 딸, 바네사가 들어온다. 바네사는 부동산부터 카지노까지 온갖 사업으로 거대한 부를 이룬 가문의 억만장자 상속녀이자 50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패션 인플루언서다. 니나는 자신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사람들을 향한 복수심을 간직한 채 신분을 위장하고 10여 년 전 그곳, 타호 호수 근처의 대저택 스톤헤이븐을 찾아간다. 바네사를 인생 역전의 제물로 삼기 위해….
이후 웅장한 저택 스톤헤이븐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니나와 바네사의 시점을 교차해 보여 주며 독자에게 누가 진짜 희생양이고 누가 진짜 사기꾼인지 질문을 던진다. “가짜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능력이야말로 우리 세대에게는 꼭 필요한 기술일지도 모른다”는 소설 속 대사처럼 SNS 속 빛나는 삶의 진실을 폭로하고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모호해진 현실을 풍자한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화려하게 장식했던 바네사의 모습은 과연 진실이었을까. 니나가 좇고자 했던 부와 욕망의 실체는 과연 진짜였을까.
우리는 모두 두 얼굴을 가지고 산다
소설은 SNS에서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타인의 삶을 지켜보며 자신이 갖지 못한 것에 대해 추종하게 되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정통으로 건드린다. 그리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듯이, 감춰져 있던 보이지 않는 진실에 관한 놀라운 반전들을 하나씩 꺼내 보인다. 그 반전들이 하나씩 민낯으로 드러나는 순간, 결국 완벽한 인생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프리티 씽’은 ‘부를 향한 욕망의 복수극’이라는 점에서는 얼마 전까지 엄청난 이슈와 인기몰이에 성공한 드라마 ‘펜트하우스’를, ‘돈과 마음을 뺏기 위해 속고 속이는 사기극’이라는 점에서는 영화 ‘아가씨’를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압권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두 주인공의 심리다.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이 “소셜 미디어 화면에 보이는 빛나는 삶에 관한 진실을 폭로하는 캐릭터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왔다”고 평하며 드라마 출연을 확정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이 책은 2020년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의 찬사는 물론 굿리즈 베스트 픽션에도 선정되는 등 큰 화제와 주목을 받았다.
빠른 전개와 놀라운 흡입력으로 애증의 대상일 수밖에 없는 가족애와 로맨스, 인간 내면에 숨겨진 이중성, 인생은 결국 책임과 선택이라는 의미까지 담아낸 욕망의 판타지-미스터리 소설의 매력에 빠져 보는 것은 어떨까. 두꺼운 분량을 단숨에 읽을 수 있는 가독성과 재미는 덤이다.
이혜영 한경BP 편집자
이 주의 책 불안한 사람들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 이은선 역 | 다산책방 | 1만5800원
‘불안한 사람들’ 속 주인공들은 몸만 커버린 채 미처 어른이 되지 못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나이를 먹어 가고 일을 해서 돈을 벌어야 하고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여줘야 할 때마다 써야 하는 가면의 종류는 늘어 간다. 이것저것 알고 있는 척, 처음 겪는 일투성이지만 겁나지 않는 척, 현재의 삶에 만족하는 척, 거기에 지켜야 할 아이나 식구가 있다면 절대로 실체를 들키지 말아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늘어난다. 함께 살아가면서 점차 오해와 거짓말이 늘어가지만 그 거짓말조차 어떻게든 더 잘해 보려고 애쓴 몸부림이었음을,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때로 더 바보 같은 실수를 저지르곤 한다는 것을, 이따금 그런 실수가 인생을 아름다운 난장판으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작가는 소설에서 그 어느 때보다 무르익은 솜씨와 심도 깊은 통찰로 말해 주고 있다. 평범한 사람들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듯 정확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세월의 흔적에 닳고 굳은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후크 포인트
브렌던 케인 지음 | 김고명 역 | 윌북 | 1만6800원
디지털 미디어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발달로 ‘초미세 관심’의 시대가 열렸다. 디지털 플랫폼에서 하루 평균 600억 개의 메시지가 쏟아져 나오고 우리는 최대 1만 개의 광고에 노출된다. 온갖 잡음이 가득한 세상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콘텐츠에 반응하는 시간은 단 3초다. 어떻게 해야 이 짧은 시간 안에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아 존재감을 각인할 수 있을까. ‘후크 포인트’는 수많은 소음을 뚫고 고객의 마음에 각인되는 상품·서비스·브랜드를 만드는 법이다. 이것은 단순히 누군가의 이목을 얄팍한 속임수로 낚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시선을 끄는 데는 성공하지만 막상 알맹이는 없는 소위 ‘낚시’와 달리 진정성을 갖추고 있고 고객의 삶에 가치를 제공하는 이야기다. 프리워커스
모빌스 그룹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1만6000원
‘프리워커’는 자신이 하는 일과 방식에 꾸준히 질문을 던지며 더 나은 방식을 찾아가는 사람이다. 책 ‘프리워커스’는 지금처럼 일해도 괜찮을지, 일의 다음을 고민하고 자기답게 일하고 싶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지금 어떻게 일하고 있나’, ‘뭐부터 시작해야 하지’, ‘어떤 태도로 일할 것인가’와 같은 여덟 가지 질문을 던진다. 질문에 답하듯 쓰인 이 책이 ‘어떻게 하면 오래오래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지’ 자신만의 답을 찾아가도록 도와준다. 회사에 소속돼 일하는 사람부터 다음 스텝을 고민하거나 자기 브랜드를 만들고 싶은 사람까지 폭넓게 읽힐 책이다. 지은이인 모베러웍스 팀의 ‘더 나은 일을 찾기 위한’ 고군분투기를 레퍼런스 삼아 더 나은 방식으로 일하는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네카쿠배 경제학
김철민 지음 | 페이지2북스 | 1만6000원
최근 몇 년간 패션, 신선식품, 가구와 생활 가전 순으로 온라인 판매 품목이 다양화되면서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들은 더 큰 도전에 직면했다. 바로 배송 영역이다. 이커머스 사업자에게 배송은 온라인 서비스가 오프라인으로 실현되는 그 지점에서 고객들의 체험과 만족도를 극대화하는 사업 전략을 뜻한다. 또 배송은 인터넷 사업자가 판매한 상품과 서비스 평판의 최종 목적지다. 마켓컬리의 새벽배송, 쿠팡의 로켓배송 등 우리는 배달이 매출을 지배하고 배송 모델이 브랜드가 되고 배송 서비스를 소비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바뀐 시장에서 ‘돈 버는 기업들’은 어떻게 비즈니스 기회를 찾았는지, 이커머스 기업들이 왜 물류에 주목하는지 등 생활 속 물류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낸다. 매매의 기술
박병창 지음 | 포레스트북스 | 1만8000원
매매를 하다 보면 매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놓인다. 이유는 모르지만 갑자기 매수세가 강해지며 주가가 치솟는 종목이 있는데 이럴 때 동반 매수해야 하는지, 아니면 위험 신호이니 보유 중인 주식을 팔아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갑자기 매도세가 강해지며 낙폭을 키워 가는 종목에서는 보유 중인 주식을 팔아야 하는지, 아니면 물량을 끌어내려는 매집 세력의 제스처일 뿐이니 자기도 덩달아 수량을 늘려야 하는지 고민하게 된다. 시장에 참여하다 보면 이런 일은 부지기수다. 투자자 중 원칙의 필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원칙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저마다 처한 상황과 투자 성향이 다른데 일률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원칙이라는 게 존재할 수는 있을까. 그에 대한 답을 풀어낸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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