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 의약품 지정 17건으로 업계 최다…급성 백혈병 등 난치성 질병 내성 극복 가능성도

(사진) 실험 중인 한미약품 연구원. /한미약품 제공
(사진) 실험 중인 한미약품 연구원. /한미약품 제공
한미약품이 희귀 질환 영역을 선도하기 위한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한미약품은 30여개의 다양한 신약 후보 물질(파이프라인)을 확보하며 연구·개발(R&D) 중심 제약사로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약 2261억원을 R&D에 투자하며 꾸준한 연구·개발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희귀 질환 영역에서도 성과를 낸다는 목표다.

희귀 질환은 원인과 증상이 복잡한 반면 발병 환자 수는 매우 적어 관련 정보가 부족하다. 따라서 명확한 치료 방법이 없거나 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한미약품이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유럽의약품청(EMA),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지정받은 희귀 의약품은 국내 제약사 중 최다 규모다. 6개 파이프라인에서 10건의 적응증으로 총 17건(FDA 9건, EMA 5건, 식약처 3건)의 희귀 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특히 FDA가 지정한 희귀 의약품 파이프라인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FDA는 ‘희귀 의약품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 제도를 통해 희귀·난치성 질병 또는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의 치료제 개발과 허가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세금 감면, 허가 신청 비용 면제, 동일 계열 제품 중 처음으로 시판 허가 승인 시 7년 간 독점권 제공 등 다양한 혜택을 부여한다.

한미약품은 기존 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하거나 특정 돌연변이로 인해 생기는 암 치료제 개발에서 우수한 임상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에서 흔히 발현돼 내성을 유발하는 ‘FLT3 돌연변이(FMS-like tyrosine kinase 3 ITD 및 TKD)’ 등을 이중 억제하는 ‘HM43239’ 등의 파이프라인이 희귀·난치성 질환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의약품의 약효 주기를 늘리는 한미약품의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LAPSGLP-2 Analog(HM15912)’는 FDA에서 단장 증후군 치료를 위한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받았다.

단장 증후군은 선천적 또는 후천적으로 전체 소장의 60% 이상이 소실돼 흡수 장애와 영양실조를 일으키는 희귀 질환이다 LAPSGLP-2 Analog가 개선된 체내 지속성 및 우수한 융모 세포 성장 촉진 효과로 환자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게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한미약품은 또한 성장 호르몬 결핍증, 혈관육종, 자가 면역 증후군 등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의 내성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거나 치료제가 없는 분야의 첫 치료제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극소수 희귀 질환 치료제 개발에 속도 내는 한미약품
최근 들어선 한미약품의 바이오 신약 후보 물질 ‘LAPSTriple Agonist(HM15211)’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FDA는 최근 HM15211을 특발성 폐섬유증(Idiopathic Pulmonary Fibrosis) 치료용 희귀 의약품으로 추가 지정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을 알 수 없는 폐의 염증 과정에서 섬유 세포가 과다하게 증식해 폐 조직의 섬유화를 유발한다. 폐 기능이 급격히 저하돼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희귀 질환이다. 매년 10만 명당 100명 이하 꼴로 발병한다. 호흡 곤란 등 일상생활이 어려운 증상을 보이지만 대중 요법 외엔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다.

LAPSTriple Agonist는 GLP-1 수용체, 글루카곤 수용체 및 GIP 수용체의 동시 활성화 작용을 하는 삼중 작용제다. 글루카곤은 섬유화를 직접적으로 억제하는 기능을 한다. 또한 인슐린 분비 및 항염증 작용을 하는 GLP-1 및 GIP를 동시 타깃으로 해 염증과 섬유화 모두에 치료 효과를 보이는 장점이 있다. 한미약품은 특발성 폐섬유증 동물 모델에서 LAPSTriple Agonist의 항염증 및 항섬유화 효과를 확인했다.

LAPSTriple Agonist는 지난해 3월 FDA에서 원발 경화성 담관염(Primary sclerosing cholangitis)과 원발 담즙성 담관염(Primary biliary cholangitis) 치료용 희귀 의약품으로도 지정됐다. 1개의 파이프라인에서 총 3개의 적응증으로 희귀 의약품 지정을 받아 혁신적 개발이 기대된다는 게 한미약품의 설명이다.

LAPSTriple Agonist는 지난해 7월 FDA에서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 개발에 대한 ‘패스트 트랙’으로도 지정받았다. 개발 단계마다 FDA의 지원과 협의를 거쳐 신속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세창 한미약품 사장은 “극소수 희귀 질환 환자의 치료를 위한 희귀 의약품 개발은 제약사 본연의 사명이자 한미약품이 추구하는 R&D의 가치”라며 “미충족 의학적 수요가 높은 분야에서 한미약품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도록 희귀 의약품 개발에 더욱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