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5개월, 가입자 300만 명 돌파
초보 눈높이 맞춘 MTS, SNS 활용 마케팅 주력
토스증권은 실탄을 두둑이 마련해 젊은 ‘주린이(주식+어린이)’ 공략에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실제 토스증권은 ‘주식 1주 선물 받기’ 등 이벤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고객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마케팅 전략은 주효했다. 토스증권은 올해 3월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서비스를 정식으로 오픈한 지 한 달 만에 200만 명의 고객을 유치했다. 석 달도 안 돼 가입자가 300만 명이 넘었고 5월 말 기준 계좌는 330만 개를 기록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이 10개월 만에 300만 명이 넘은 것과 비교하면 가입자 유치가 가파른 셈이다.
실탄과 고객을 확보한 토스증권의 다음 목표는 리테일 서비스 확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7월 내 해외 주식 서비스를 오픈하고 내년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자산 관리 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리테일 비즈니스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이미 많은 증권사들이 비대면 주식 계좌에 대해 수수료 평생 무료 혜택을 적용하고 있어 일회성 이벤트만으로 고객을 잡아두기엔 한계가 있다. 당장 오픈을 앞둔 해외 주식 서비스를 안착시키기 위해선 금융 당국으로부터 소수점 매매 허가도 받아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리테일의 선전에만 기댈 수는 없다. 증권사 수익에서 기업 금융 부문이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세대, ‘혜택’에 민감
토스증권은 200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의 100% 자회사다. 2008년 이후 12년 만에 새로 등장한 증권사다. 동시에 카카오페이증권에 이은 둘째 핀테크 증권사다.
“한국에 처음 MTS가 나온 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초보 투자자들이 쓰기에는 너무 어렵다. 2030 밀레니얼 세대 투자자를 성장시켜 대한민국의 투자 저변을 확대하겠다.” 올해 2월 진행한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박재민 토스증권 대표는 이같이 말했다. 주식 투자를 경험하지 못한 초보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춘 간편하고 쉬운 MTS를 통해 잠재 고객인 2030세대 투자자들을 충성 고객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박 대표의 말처럼 토스증권의 타깃층은 명확하다. 주식 투자 경험이 부족한 2030세대들이다. 토스증권 가입자 중 2030세대의 비율은 200만 명을 기준으로 70% 수준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2030세대의 주린이들을 어떻게 홀렸을까. 우선 ‘주식 1주 선물받기’ 이벤트가 주린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주식 1주 선물받기 이벤트는 신규 계좌를 개설하는 고객에게 무작위 추첨으로 주식 1주를 지급하는 행사다. 현대차·삼성전자·네이버 등 시가 총액 상위 종목을 포함한 26개 종목을 대상으로 진행됐는데 이게 큰 인기를 얻었다. 하루에만 50만 개 계좌가 신규로 들어왔고 닷새간 총 170만 명이 가입했다. 이에 따라 일부 접속 지연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그동안 계좌 개설 시 주식을 준다는 이벤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기존 증권사 중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증권사도 있었다. 하지만 토스증권은 타깃 대상이 온라인에 익숙한 2030세대란 점과 이에 따른 SNS 마케팅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천원 단위부터 많게는 수십만원짜리 주식 1주를 가입만 하면 받을 수 있다는 이벤트 소식이 투자 커뮤니티와 소셜 미디어에서 입소문을 타며 화제가 됐다. 계좌 개설자들은 ‘토스에서 공짜 주식 어떤 걸 받았느냐’며 저마다 주식 종목의 인증 샷을 SNS에 빠르게 공유했다. ‘몇 분 시간 내 최대 30만원짜리 주식을 공짜로 받자’는 식의 유튜브 영상들이 속속 올라오며 가입을 더 가속화했다.
여기에 이벤트 2탄에선 대상을 확장했다. 일명 ‘친구에게 주식 1주 선물하기’인데, 토스 이용자가 ‘친구(가족과 지인 등 타인)’에게 이벤트 페이지를 공유하고 해당 링크를 받은 지인이 토스 계좌를 신규로 개설하면 주식을 1주씩 받을 수 있는 방식이다. 지인 간 공유하고 자연스럽게 가입하는 모습은 2030세대들에게 익숙한 마케팅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가입자에게 주식 1주를 주는 데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끼리 인증하거나 서로 공유하는 ‘재미’를 줬다”며 “당첨 주식을 랜덤 뽑기 게임하듯 느낄 수 있는 디자인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기존 증권사 이벤트와 시각적인 효과에서 차이가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초보 투자자들이 쉽게 주식 투자에 적응할 수 있도록 사용자 환경·경험(UI·UX) 등을 기존 증권사 MTS와 다르게 구성한 점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토스증권의 MTS에선 투자자가 친숙한 브랜드명을 검색창에 입력하면 관련 종목들을 조회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너구리’와 ‘새우깡’을 검색하면 ‘농심’이 나오는 식이다. 매수와 매도 등 어려운 용어도 ‘구매하기’, ‘판매하기’ 등으로 쉽게 표시했다. 음원 차트처럼 ‘구매 톱(TOP)100’, ‘수익률 톱100’, ‘관심 톱100’ 등 매매 통계에 기반한 투자 정보와 ‘영업이익률 톱100’, ‘매출 톱100’ 등 재무제표 기반의 정보 제공, ‘1만원으로 가능한 주식’, ‘5만원으로 가능한 주식’, ‘비싼 주식’ 등 거래 가격 기반의 정보 제공도 특징이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는 어릴 때부터 직관적인 애플리케이션(앱) 디자인과 간단하고 빠르게 계좌를 만들고 송금하는 금융 소비에 익숙해져 있다. 또 작은 혜택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커피 쿠폰, 마일리지 혜택을 준다는 등의 정보를 서로 빠르게 공유하는데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이를 활용한 유인책을 기존 금융사들보다 더 많이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성 고객 만들기가 핵심
하지만 토스증권이 20년 전 키움증권처럼 증권업계의 ‘메기’가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진성 고객 확보가 관건이다. 토스증권은 이미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가 올해 목표치인 100만 명을 달성했지만 이를 유지하기 위해선 체리피커(혜택만 챙기고 곧바로 떠나는 소비자를 일컫는 말)들을 걸러내야 할 과제가 있다. 일회성 이벤트로 모은 고객이 충성 유저가 되기까지 ‘한 방’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초보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UI·UX는 반대로 말하면 전문적인 기능과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최근 봉(캔들) 차트와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수익률(PER) 등 대표적인 기업 재무제표를 보강했지만 투자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나중에 더 전문적으로 투자하기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연내에 카카오페이증권 MTS 서비스가 나온다는 점도 토스증권이 하루빨리 진성 고객을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또 기존 증권사들이 고객 이탈을 막고 타 증권사 고객을 신규로 유입하기 위한 방안으로 각종 이벤트를 줄줄이 쏟아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 등은 MZ세대 관련 부서를 설치하고 주식 거래 앱을 새롭게 내놓는 등 MZ세대 사로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게다가 토스증권은 금융 당국도 설득해야 한다. 당초 소수점 매매가 가능한 해외 주식 투자 중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위원회가 법률 개정 준비를 이유로 해외 주식 소수점 매매 신청을 받아 주지 않고 있다. 토스증권은 먼저 해외 주식 서비스를 개시한 후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추가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해외 주식 소수점 거래는 혁신 금융 샌드박스 제도를 통해 신한금융투자(7월 만료)와 한국투자증권 등 2곳에서만 가능하다.
구성회 SK증권 연구원은 “(토스증권은) 점포 관리비용이 안 든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 때문에 기존 증권사는 고객 자산이 5조원이 있어야 영업 적자를 면할 수 있는데, (토스증권은) 손익분기점이 훨씬 더 낮다. 또 하나의 앱에서 두 가지 서비스가 있어 토스 이용자들이 손쉽게 넘어갈 수 있고 두 서비스를 연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사업 확장의 한계는 고민해야 한다”며 “시작 단계여서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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