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예품 등 판매, 매출 연평균 41% 고속 성장…영국 중고 마켓 ‘디팝’ 인수하며 Z세대 빨아들여
[돈 되는 해외 주식] 2005년 미국에서 설립된 ‘엣시(Etsy)’는 세계 최대의 핸드메이드 전문 이커머스 플랫폼이다. 주로 취급하는 제품은 수공예품, 직접 만든 예술 작품, 보석, 장신구, 미술 용품, 빈티지 상품 등으로 세계 200개 이상 국가에 진출해 있다. 엣시는 2020년 2분기 말 기준 6030만 명의 구매자와 310만 명의 판매자를 보유하고 있다. 약 6500만 개의 상품이 엣시에 등록돼 있다.엣시가 나오기 전에도 핸드메이드 제품을 온라인으로 거래할 수 있었다. 다만 이를 전문으로 하는 플랫폼이 없었다. 즉, 공예품을 만드는 판매자가 구매자를 찾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핸드메이드 상품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엣시가 나타나면서 판매자의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 엣시가 핸드메이드 시장 자체를 활성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핸드메이드라는 독특한 시장에서 포지셔닝에 성공한 엣시는 빠르게 성장해 대표적인 글로벌 이커머스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매출액은 2012~2019년 연평균 41%의 빠른 속도로 증가했고 총 거래 대금 또한 같은 기간 동안 연평균 28% 늘며 외형 성장을 지속 중이다.
엣시는 최근 영국의 패션 리세일 플랫폼인 ‘디팝(Depop)’을 16억2500만 달러(약 1조8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인수 절차는 3분기 내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엣시는 인수 후에도 디팝이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독립적 마켓 플레이스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디팝은 2011년 영국에서 설립된 패션 전문 글로벌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중고나라와 당근마켓의 글로벌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글로벌 플랫폼인 만큼 크로스 보더 거래가 가능하다. 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 간의 중고 거래가 이뤄진다는 뜻이다. 또한 단순히 중고 거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기능이 추가된 형태의 플랫폼이라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디팝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 받아 보면 이커머스 앱보다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가깝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이러한 이유로 전체 사용자의 90%가 26세 이하의 젊은 소비층인 특징이 있다.
디팝은 150여 개 국가에서 3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총거래액은 6억5000만 달러, 매출액은 7000만 달러 수준이다. 총거래액이 전년 대비 100% 이상 늘어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라이징 스타다.
엣시의 디팝 인수는 전략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판매자의 유니크한 아이템 거래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양 사의 전략이 일치한다. 엣시는 핸드메이드 제품 위주의 플랫폼이고 디팝은 스트리트 패션 중고 거래 플랫폼이다. 양 사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유사한 만큼 시너지 효과도 클 가능성이 높다.
둘째, 엣시가 시장 규모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카테고리(패션 중고 거래)와 지역의 확장이 동시에 가능하다. 특히 중고 거래 시장은 미국을 기준으로 2019~2024년 연평균 성장률 39%에 달하는 시장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젊은 층을 공략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디팝 사용자의 무려 90%가 26세 이하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세대)다. 미래 소비의 주력 세대를 고객으로 확보한 셈이다.
마지막으로 디팝이 초기 단계의 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엣시의 성장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 자체만으로 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참고로 2020년 디팝의 매출은 2012년 엣시의 매출액과 유사한 규모다. 엣시가 디팝에 8년 앞서 유사한 길을 걸어왔다는 뜻이다.
따라서 위의 네 가지 요인을 고려하면 이번 인수·합병(M&A)은 충분히 매력적인 거래라는 판단이다. 인수 당일 엣시 주가가 7.15% 상승했을 정도로 시장의 평가 역시 긍정적이다.
최근 몇 달 동안 금리 상승 리스크로 엣시의 주가는 조정을 피하지 못했지만 이번 디팝 인수를 비롯해 광고 서비스의 성장, 검색 알고리즘 개선에 따른 총거래액 확대, 해외 사업 확장 등 앞으로 기대할 만한 것이 많다. 단기적으로 매크로 불확실성을 피할 수 없지만 여전히 중·장기적으로 우상향이 기대되는 이유다.
한주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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