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액 생산 출사표 던진 삼성바이오로직스…내년 승인 목표로 백신 직접 개발 나선 에스티팜

[비즈니스 포커스]
(사진) 경기 안산의 에스티팜 반월공장 직원들이 원료 의약품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제공
(사진) 경기 안산의 에스티팜 반월공장 직원들이 원료 의약품 생산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제공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대량 생산 기술 확보와 자체 개발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mRNA 백신 원료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고 더 나아가 변이 바이러스를 막는 백신을 직접 개발한다는 목표다. 수년 뒤 발생할지 모를 또 다른 팬데믹(세계적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mRNA 백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특이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RNA 형태로 체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백신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 백신은 혈전 부작용 위험이 보고되지 않아 일반의 관심이 높다. 다른 백신보다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개발할 수 있어 업계도 주목하고 있다.

한미약품(320,000 -2.59%), 평택에 백신 위탁 생산 설비 갖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5월 21일 미국 모더나의 mRNA 백신을 품목 허가했다. 모더나 백신은 아스트라제네카·화이자·얀센 백신에 이어 한국에서 넷째로 허가받은 코로나19 백신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890,000 -2.31%)는 이튿날 모더나와 백신 완제 위탁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르면 7월부터 미국 이외의 시장에서 유통될 연 수억 회 접종 분량의 모더나 백신에 대한 무균 충전·라벨링·포장 등의 공정에 돌입한다는 목표다.
(사진)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의 mRNA 백신 완제 공정 설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사진)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의 mRNA 백신 완제 공정 설비.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삼성바이오로직스는 mRNA 백신 원료 의약품 위탁 생산에도 뛰어들었다. 인천 송도의 기존 설비에 백신 생산 설비를 증설해 내년 상반기 안에 우수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cGMP) 인증을 획득한다는 계획이다. mRNA 백신은 제조 과정에서 바이러스 항원 배양 과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만들기 쉽고 제조 시간도 절약되는 등 이점이 많다는 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설명이다.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확장하는 생산 능력을 통해 파트너가 새로운 mRNA 백신과 치료제를 더 빠른 속도로 시장에 출시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약품도 mRNA 백신 원료 의약품 위탁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mRNA와 DNA 등 유전자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제조 시설인 평택바이오플랜트를 보유하고 있다. 이 공장은 DNA 백신 기준으로 연 1억 회 접종 분량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다.

한미약품의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71,700 -3.11%)는 이와 관련해 최근 진원생명과학(41,500 -6.32%)과 손잡았다. 진원생명과학은 mRNA 백신 후보 물질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DNA 백신의 임상 1·2a상을 진행 중이다. mRNA와 유사한 형태의 유전자 백신인 DNA 백신의 최대 장점은 상온 유통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다만 이 방식으로 허가 받은 백신은 세계적으로도 아직 없다.

양 사는 유전자 백신 원료 의약품 등의 대규모 생산을 위한 차세대 생산 기술을 함께 연구하기로 했다. 코로나19는 물론 신종 감염병을 예방할 수 있는 mRNA 백신의 공동 연구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 DNA 백신 개발에도 협력할 계획이다. 한미사이언스 관계자는 “팬데믹 상황에서 심각한 공급 부족을 겪는 mRNA 백신의 글로벌 수요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협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이 바이러스 막자…불꽃 튀는 mRNA 백신 생산·개발 경쟁
mRNA 백신 핵심 기술 확보한 에스티팜(107,400 -2.36%)

동아쏘시오홀딩스(125,500 -0.40%)의 자회사인 에스티팜도 유전자 백신 원료 의약품 생산 채비를 갖춘 상태다. 에스티팜은 5월 말 반월 공장에 mRNA 전용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 기준(GMP) 설비를 완공하고 백신 원료 의약품 위탁 생산을 위한 시생산을 하고 있다. 화이자 백신 기준 연 1억 회 접종 분량 이상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비를 추가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에스티팜은 더 나아가 mRNA 백신을 직접 개발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지질나노입자(LNP) 약물 전달 기술과 특허 출원한 ‘5프라임-캡핑(5’-capping)’ mRNA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변이 바이러스에도 대응할 수 있는 mRNA 백신 개발을 본격화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에스티팜이 개발하는 백신은 숙주 세포와 결합하는 바이러스 돌기인 스파이크 단백질 항원에 제2 항원을 보강하고 면역 세포인 T세포의 반응을 증가시킬 수 있는 펩타이드 조각인 ‘T세포 에피토프’를 추가했다. 스파이크 단백질을 단독 항원으로 개발한 기존 mRNA 백신보다 효능이 탁월하고 변이 바이러스의 예방에도 높은 효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에스티팜의 설명이다.

에스티팜은 자체 발굴한 총 22개의 후보 물질 중 효능이 탁월한 3종(STP2104, STP2108, STP2120)을 선정한 상태다. 최종 후보 물질을 결정한 뒤 올해 안에 임상 1상에 돌입할 계획이다. 빠른 속도로 개발할 수 있는 mRNA 백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해 내년 상반기 식약처에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한다는 목표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mRNA 백신은 변이된 염기 서열만 교체하면 가장 신속하게 중화항체를 유도할 수 있는 백신 플랫폼 기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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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티팜이 mRNA 백신 개발에 자신감을 갖게 된 배경은 제네반트 사이언스에서 도입한 LNP 약물 전달 기술에 있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초 제네반트에 계약금과 기술 이전 비용을 포함해 mRNA 백신 개발과 상업화에 따른 마일 스톤 등 최대 1억3375만 달러(약 1496억원)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해당 기술을 사들였다. 이 기술은 화이자와 모더나가 백신 개발에 활용해 상용화한 플랫폼이다. 임상을 통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기술인 셈이다.

에스티팜은 자체 5프라임-캡핑 기술인 ‘스마트캡(SMARTCAP)’도 확보했다. 5프라임-캡핑은 mRNA 합성과 항체 생성 과정에서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현재 세계적으로 5프라임-캡핑 기술로 상용화된 제품은 트라이링크(TriLink)의 ‘클린 캡(Clean Cap)’ 외에 에스티팜의 스마트 캡이 유일하다. 스마트캡은 기존 클린 캡보다 저렴한 데다 6개의 상이한 캡핑 형태를 지녀 mRNA 등 각종 유전자 백신에 최적화된 유형을 선택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는 게 에스티팜의 설명이다.

에스티팜은 또한 LNP에 사용되는 핵심 지질인 이온화지질(Ionizable lipid)과 폴리에틸렌글리콜 결합 인지질(PEG-lipid)을 연 1톤 이상 생산할 수 있다. mRNA 백신 기준 연 10억 회 접종 분량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에스티팜 관계자는 “에스티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mRNA 신약 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자체 캡핑 기술과 LNP 약물 전달 기술, 이에 필요한 원재료 생산까지 모두 가능한 원료 의약품 회사로, 코로나19 mRNA 백신을 개발할 수 있는 준비를 마친 상태”라며 “영국·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인도 등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교차 중화 반응 유도를 타깃으로 개발해 코로나19 바이러스 예방 효과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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