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슈드레서' 내놓고 프리미엄 시장 겨냥…LG도 연내 차세대 제품 출시

[비즈니스 포커스]
“이번엔 신발관리기”…新가전에서 다시 맞붙은 삼성·LG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프리미엄 신발관리기를 놓고 다시 한 번 격돌한다. 시중의 기존 제품들이 고온의 히터나 바람을 사용해 신발을 건조하는 수준이라면 한 발 더 나아간 탈취와 살균 등 신기술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양 사는 의류관리기 시장 선점을 놓고 치열한 마케팅 경쟁을 벌인 바 있다. 이번 신발관리기의 승기는 누가 쥐게 될까.

신발관리기의 대명사 노리는 삼성

선제공격은 삼성전자가 날렸다. 삼성전자는 5월 27일 신발관리기인 ‘비스포크 슈드레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 전시회(CES) 2020’에서 콘셉트를 선보인 뒤 1년여 만에 제품을 시중에 내놓은 것이다. 양혜순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상무는 “매일 신는 신발에 대한 소비자들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신발을 위생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슈드레서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제품은 탈취·건조·살균을 통해 신발을 최적의 상태로 관리해 주는 신발관리기로, 삼성전자의 의류관리기인 ‘에어드레서’의 원리가 적용됐다. 특히 비스포크 라인으로 구성해 고객의 취향에 맞게 전면 패널을 교체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서 신발 관리 시 가장 큰 고민이 탈취란 점에 주목해 냄새 입자를 효과적으로 털어낼 수 있도록 에어드레서의 핵심 기술인 ‘에어워시’를 적용했다. 에어워시로 털어낸 냄새 입자는 자외선 기술인 ‘UV 냄새 분해 필터’로 분해해 땀 냄새를 유발하는 물질을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국제 공인 시험 인증 기관인 인터텍(Intertek)의 검증을 받은 시험 결과에 따르면 EVA 깔창, 가죽, 패브릭 시편 등 3종류의 표준 시편을 땀 냄새, 발 냄새, 꿉꿉한 냄새, 고린내, 시큼한 냄새 등 5종 가스로 오염시킨 뒤 비스포크 슈드레서에 넣은 결과 5가지 냄새 유발 물질이 95% 제거됐다.
“이번엔 신발관리기”…新가전에서 다시 맞붙은 삼성·LG
이 제품은 또한 땀이나 외부 환경 등으로 인해 신발 안에 찬 습기를 사람 체온과 비슷한 40도 이하의 온도로 건조해 주는 ‘저온 섬세 건조 히트펌프’ 기술이 적용돼 신발을 쾌적한 상태로 관리해 준다. 위 칸에는 한국 가전 최초로 ‘제논(Xenon) UVC 램프’를 적용해 각종 바이러스와 유해 세균을 제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신발 외부에 묻은 인플루엔자·아데노·헤르페스·엔테로 등의 바이러스와 황색포도상구균·대장균·폐렴간균 등의 유해 세균을 99.9%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비스포크 슈드레서는 최대 3켤레의 신발을 동시에 관리할 수 있다. 신발의 종류에 관계없이 일반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본 코스 외에도 등산화·구두·골프화·레인부츠·부츠·젖은 운동화 등 최적화된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이번엔 신발관리기”…新가전에서 다시 맞붙은 삼성·LG
100만원대 가격…호텔·골프장 등 우선 공략

LG전자는 올해 안에 차세대 신발관리기를 선보인다. 지난 4월 특허청에 ‘슈 스타일러’란 브랜드로 상표 출원을 완료하고 신발관리기 신제품 정보를 공개했다.

공개된 제품은 살균과 탈취에 효과적인 트루스팀, 습기와 냄새를 제거하는 고성능 건조 물질 등 혁신 기술로 명품 구두, 한정판 운동화 등 고급 신발부터 매일 신는 데일리 슈즈까지 맞춤형으로 관리하는 신발관리기다. 시중의 기존 제품들이 고온의 히터나 바람을 이용해 신발을 건조하는 수준인 것에 비해 신발이 손상되는 것을 최소화하면서도 발 냄새 원인 물질을 제거하는 등 차원이 다른 신발 관리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LG전자의 신발관리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2008년 드럼세탁기 하단에 서랍형 신발관리기를 탑재해 출시하는 등 다양한 플랫폼의 신발관리기를 선보여 왔다. 지난해에는 현대차와 함께 미래차의 인테리어 비전을 제시한 ‘아이오닉 콘셉트 캐빈’을 통해 차량용 신발 관리 솔루션을 공개한 바 있다. 2017년부터 신발을 탈취·살균·건조하는 다양한 기기 디자인을 등록하고 2019년부터 차세대 신발관리기의 핵심 기술 특허들을 다수 출원하는 등 신제품 개발에 매진해 왔다.

다만, 단일 프리미엄 모델로서는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슈드레서에 비해 출시 시점이 늦었다.
제품을 먼저 내놓으면 시장 선점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자사 브랜드를 새로운 가전 카테고리의 명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LG전자가 최초로 출시한 의류관리기인 스타일러가 그 예다. 반창고가 곧 대일밴드가 됐듯이 의류관리기가 곧 스타일러로 인식된 셈이다. 이후 출시된 브랜드들은 경쟁사의 시장점유율을 따라잡고 브랜드 이미지를 지우느라 배의 수고를 해야 했다.
“이번엔 신발관리기”…新가전에서 다시 맞붙은 삼성·LG
제품 출시는 늦었지만 LG전자는 이미 신 가전 성공 모델로 시장에 안착한 자사의 의류관리기 ‘스타일러’의 계보를 잇는다는 계획이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의류관리기의 대명사 스타일러에 이어 혁신 기술로 완성한 차세대 신발관리기가 아끼는 신발을 제대로 관리하고자 하는 고객들에게 차원이 다른 편리함과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양 사 모두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의류뿐만 아니라 신발까지 위생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반영한다고 밝혔지만 가격 부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비스포크 슈드레서의 출고가는 99만9000~109만9000원이다. 삼성전자는 우선 호텔·영화관·골프장에 체험존을 마련했다. 다수의 이용자들이 사용하는 공용 장소를 주요 고객층으로 삼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LG전자의 제품 가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의류관리기에 이어 신발관리기 역시 신 가전의 성공 시대를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