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9월 사장에 부임했던 권오갑 회장은 당시 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현대중공업의 경영 위기 극복을 위해 고강도 개혁 작업에 착수했다. 그는 기술과 영업을 중심으로 조직을 전면 재편하고 조직을 이끌 젊고 능력 있는 리더를 발탁하는 한편 주식과 부동산, 국내외 법인 등 비핵심 자산들을 잇달아 매각하는 등 핵심 사업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재무 구조를 크게 개선했다. 당시 권 회장은 2017년 하반기까지 3년간 무보수경영을 실천하며 직원들에게 책임 경영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러한 권 회장의 고강도 개혁으로 전 세계적인 수주 가뭄과 유가 하락,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위기 속에서도 현대중공업은 불과 2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권 회장은 2017년 4월 시장 관계자들과 투자자들을 초청한 가운데 ‘기술과 품질 중심의 경영 전략’을 발표하며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4개 독립 법인으로서의 새 출발을 선포했다. 현대중공업 내 한 울타리 안에서 영위하던 사업들을 현대중공업·현대건설기계·현대일렉트릭·현대로보틱스 등의 독립 법인으로 출범시켜 각 사업에 맞는 신속한 의사 결정과 적절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고 4개사 모두 분할 첫 해 흑자를 달성했다.
최근 권 회장은 그룹의 최대 현안인 대우조선해양·두산인프라코어의 기업 결합을 총괄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2019년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고 올해 2월에는 두산중공업과 두산인프라코어 인수를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기업 결합이 마무리되면 현대중공업지주는 각 법인의 독립 경영 체제를 지원하고 연구·개발(R&D)부문 강화와 중복 투자 조율 등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이번 인수로 현대중공업지주는 조선·정유·건설기계까지 국가 기간 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그룹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됐다.
권 회장은 기술 중심 경영의 핵심이 될 미래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조선해양을 비롯한 현대중공업그룹 조선 3사는 조선 경기가 침체되기 시작한 2014년부터 올해까지 조선 업체 중 유일하게 매년 약 400명에 달하는 인력을 채용해 왔다. 이는 우수 인력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기술력을 확보, 미래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권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이다. 최근에는 서울대와 ‘중공업 분야 인공지능(AI) 응용 기술 기반의 산학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차세대 선박 개발과 스마트 야드 구축 분야에서 AI 인재를 공동으로 육성하기로 했다. 이 밖에 2022년 준공되는 글로벌 R&D센터 내에 협업 공간을 마련해 공동 연구를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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