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행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이후의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통 은행의 틀을 깨고 디지털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며 “리딩 뱅크의 위상을 유지하며 계속 성장하려면 디지털 전쟁에서 승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2017년 11월 KB국민은행장에 취임한 직후부터 디지털 전환의 선봉장 역할을 자처하며 새로운 KB국민은행의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지난해에는 디지털 부문 강화를 골자로 한 조직 개편을 실시해 금융 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디지털 전환 실무를 맡는 25개 플랫폼 기술 조직을 8개 사업 그룹에 배치했다. 디지털·IT·데이터 등 기능별로 분리돼 있던 조직을 고개 관점에 기반한 플랫폼 조직으로 바꾼 것이다.
‘더케이 프로젝트’는 허 행장의 대표 디지털 전환 작품이다. 이 프로젝트는 코어뱅킹은 그대로 유지하되 정보계 시스템을 중심으로 차세대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온·오프라인의 여러 채널을 한데 묶어 고객에게 초연결적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KB국민은행은 이미 △KB스타뱅킹 △리브 등 고객 수요에 맞춰 특색 있는 금융 플랫폼을 다수 출시한 바 있다. 이들 플랫폼과 더케이 프로젝트가 연계되면서 디지털 전환과 함께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중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뉴 KB스타뱅킹’을 선보인다. 1600만 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KB뱅킹을 8년 만에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개발에는 180억원이 투입됐다. 비대면 채널 인프라 편의성을 극대화하면서 자산 관리 기능 강화와 고객 중심 서비스 강화 등을 목표로 한다.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지점에서도 활발한 디지털 전환 움직임이 나타난다. 무인 점포인 ‘디지털셀프점’, 디지털 창구 특화 점포인 ‘KB디지털금융점’ 등 다양한 콘셉트의 지점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점포의 특징은 지능형 자동화 기기 ‘스마트텔러머신(STM)’이다. STM은 신분증 스캔과 손바닥 정맥 인증, 화상 상담 등으로 유인 점포 수준의 업무 처리 능력을 갖췄다.
입출금 업무뿐만 아니라 체크카드 신규·재발급, 보안카드와 일회용 비밀번호(OTP) 발급, 통장 재발급 등을 수행한다. KB국민은행은 내년까지 STM을 현재의 140여 대에서 300대까지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 유호승 기자 y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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