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을 맡았던 그는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추진하던 중 주형환 당시 산업부 장관과 의견 충돌을 빚고 항의 표시로 사표를 낸 적도 있다. 2018년 1월 한국가스공사 사장에 선임됐고 같은 해 9월 산업부 차관에 임명돼 2020년 11월까지 근무했다.
전력 공기업의 맏형인 한전은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정부 정책에 발맞춰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전력 산업의 탈탄소화, 전력 생산과 소비의 분산화, 전력 생태계 전반의 지능화를 이끌어 가야 한다.
정 사장은 취임식에서 “탄소 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과감한 에너지 시스템 전환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력 산업 전반의 탈탄소화를 위한 두 축은 에너지 믹스의 과감한 전환과 효율 향상이라며 이를 위해 신재생 발전 확대에 최적화된 송·변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력의 생산·운송·소비 전 주기의 효율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탈원전 정책 이후 눈덩이처럼 불어난 한전의 적자 해소도 시급하다. 한전은 누적 부채가 132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 정책에 따른 발전비용 증가로 적자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한전공대 운영 비용도 부담이다. 2022년 3월 개교를 앞둔 한전공대 운영 비용은 10년간 1조6000억원으로, 그중 1조원을 한전이 부담해야 한다.
정 사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또 있다. 전임인 김종갑 전 사장이 마무리하지 못한 전기요금 현실화도 해결해야 한다. 한전은 올해 1분기 매출액 15조753억원, 영업이익 5716억원을 올려 흑자 전환에 성공했지만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2분기에도 적자가 예상된다.
정부와 한전은 2021년부터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는데 국제 유가 등 연료비 급등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우려로 정부가 2분기 전기요금도 동결하면서 한전의 적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2050 탄소 중립’ 정책에 발맞추기 위한 전기사업법 개정안 통과도 정 사장의 손에 달렸다. 2020년 7월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한전의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1년 전력 산업 구조 개편에 따라 전력 판매와 전력망 사업만 해온 한전은 해상 풍력 등 대규모 신재생 발전 사업에 직접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망 중립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시민사회 단체의 지적에 따라 이 법은 1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