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6월 9일 ‘2021 포천 글로벌 포럼’에 연사로 나서 한 말이다. 현재 쿠팡은 이제 ‘한국판 아마존’에 가장 근접했다는 평가를 들을 만큼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유통 강자’로 성장했다. 로켓배송을 비롯해 로켓프레시 새벽배송, 당일배송으로 유통업계의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밤 12시 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받아볼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에 소비자들은 지갑을 열었고 유통업계의 배송 전쟁에도 불을 지폈다.
수익성 측면에서 갈 길이 아직 멀어 보이지만 쿠팡이 공개한 지난해 성적표는 경쟁사들을 바짝 긴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2020년 매출(13조3000억원)은 전년보다 2배 가까이 뛰었다. 2018년만 하더라도 연간 7억9000만 달러 마이너스였던 잉여현금흐름(FCF)이 2019년 마이너스 5억3000만 달러, 2020년 마이너스 1억8000만 달러로 줄었다.
현재 쿠팡의 기업 가치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70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쿠팡을 만든 주인공이 바로 김범석 의장이다. 김 의장은 2010년 7명의 창업 멤버와 함께 자본금 30억원으로 쿠팡을 설립했다. 시작 당시 비즈니스 모델은 할인 쿠폰을 공동 구매하는 형태의 소셜 커머스였는데, 2014년 이커머스 기업으로 변신시켰다. 당시 온라인에서 상품을 파는 중개인 역할에 그쳤던 경쟁사들과 달리 김 의장은 미국 아마존처럼 직접 배송까지 책임지는 사업 모델(로켓배송)을 쿠팡에 구축하며 빠르게 영향력을 넓혀 나갔다.
매년 수천억원에서 조단위 적자가 쌓였지만 쿠팡은 성장을 거듭하며 혁신 플랫폼으로 주목받았고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인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대대적인 투자를 받았다. 그 결과 올해 3월 쿠팡은 뉴욕 증시에 상장하면서 5조원의 실탄 마련에도 성공했다. 이 자금을 활용해 전국 단위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쿠팡이츠(배달 서비스)’, ‘로켓프레시(신선식품 배달 서비스)’ 등 신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김 의장은 1분기 실적 발표 후 콘퍼런스콜에서 쿠팡의 미래 성장 동력으로 로켓프레시와 쿠팡이츠를 꼽은 바 있다.
김 의장은 지난해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한 ‘고성장 CEO 20’에 속했던 인물로, 순위가 껑충 뛰었다. 다만 5월 31일 의장직에 이어 사내이사에서도 사임했다.
앞으로 김 의장은 국내 사업은 강한승 신임 의장(대표이사)에게 맡기고 글로벌 경영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쿠팡은 일본에서 법인 설립과 시범 서비스 개시에 이어 현지 직원들을 채용하며 사업 확대를 위한 채비에 나섰다. 일본의 시범 서비스는 쿠팡의 한국 사업 중 쿠팡이츠와 유사한 형태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4월 싱가포르에서도 최고운영책임자, 물류·유통 부문 고위 임원 등 임직원 채용에 나선 바 있다.
설립 10년 만에 뉴욕 증시 상장을 이끈 김 의장의 리더십이 해외 시장에서도 혁신을 이어 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 당일인 6월 17일 김 의장이 국내 법인 의장과 등기이사직 사임을 전격 발표한 것에 대해 소셜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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