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기업가치 좌우할 메타버스 올라탄 ‘네이버Z’ 주목…케이크·크림도 성장 가능성 높아

[비즈니스 포커스]
네이버의 ‘IT 대장주’ 지키기, ‘손자회사’에 달렸다
‘시가 총액 3위’를 둘러싼 네이버와 카카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6월 15일에는 카카오가 네이버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시총 3위에 올랐다.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7년 전만 해도 카카오의 시총은 네이버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카카오가 다양한 분야로 발을 넓히면서 기업의 덩치가 순식간에 불어났다.

특히 양 사가 거느린 자회사들의 기업 가치는 양 사의 시총이 성장하는 데 큰 영향을 줬다. 향후 ‘정보기술(IT) 대장주’ 자리를 차지하는 것에도 자회사와 손자회사들의 활약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가던 네이버로서는 여러모로 자존심이 상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어떤 자회사 혹은 손자회사가 성장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특히 ‘Z세대’를 겨냥한 네이버의 손자회사들이 향후 네이버의 기업 가치를 좌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아시아의 로블룩스 ‘제페토’ 탄생시킨 네이버Z
증권가는 네이버와 카카오의 ‘시총 3위’ 경쟁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메타버스’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메타버스는 아바타를 통해 가상현실(VR) 세계를 체험하는 서비스다.

메타버스에서 네이버는 카카오는 물론 다른 기업들보다 몇 발짝 앞서 있다는 평을 듣는다. 지난해 5월 글로벌 증강현실(AR) 아바타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Z가 스노우에서 물적 분할로 분사했다. 그 후 제페토는 하이브(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서 70억원,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에서 각각 50억원을 투자 받았다.

제페토는 2018년 8월 전 세계 165개국에 출시된 이후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글로벌 사용자 2억 명을 확보했다. 해외 이용자 비율이 90%, 10대 이용자의 비율이 80%라는 점이 눈에 띈다. 글로벌 Z세대를 가장 큰 고객으로 확보하면서 제페토는 로블룩스와 파티로얄을 제치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협업처를 지닌 메타버스가 됐다. 구찌와 크리스탄 루부탱과 같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제페토에서 신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명품뿐만 아니라 유통사를 비롯한 다양한 한국 기업들도 제페토에 속속 ‘입성’하고 있다. 제페토를 통해 미래의 가장 큰 고객인 Z세대에게 손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Z는 네이버의 손자회사 중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할 것이 유력시되는 곳이다. 특히 제페토 내에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은 제페토 생태계가 성장하는 데 큰 몫을 하고 있다. 제페토는 제페토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화폐를 발행하는데, 아바타 의상 디자인 등을 통해 실제로 수익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곳이 ‘제페토 스튜디오’다. 전문적 디자인 지식이 없이도 누구나 손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아이템 템플릿을 제공한다. 제출된 아이템만 200만 개에 이른다. 벌써 제페토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의 누적 숫자만 70만 명이다. ‘유튜버’와 ‘틱톡커’처럼 새로운 직업을 양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네이버의 ‘IT 대장주’ 지키기, ‘손자회사’에 달렸다

'꾸준함’ 독려하는 영어 학습 앱 ‘케이크’
네이버Z 이후 스노우는 영어 회화 교육 애플리케이션(앱) 운영사 ‘케이크’를 분사하며 또 한 번의 손자회사를 탄생시켰다.

2018년 3월 한국에 출시된 케이크는 이듬해 10월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해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실생활 영어 학습 앱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 후 2020년 10월 케이크는 독립 법인으로 분사했다. 스노우 측은 이에 대해 “독립적이고 효율적인 의사 결정 구조를 바탕으로 2023년까지 글로벌 언어 학습 1위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분사를 결정했다”며 “영어 외 다양한 언어로 학습 콘텐츠의 범위를 확대하고 사용자의 학습 활동 코칭에 인공지능(AI) 기술의 활용도를 높여 서비스의 품질을 고도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비대면 교육이 확대되면서 이른바 ‘에듀테크’가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에듀테크 시장 규모는 2018년 1530억 달러에서 2025년 342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교육 기업·통신사·스타트업까지 너도나도 에듀테크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학교에 가지 않아도 집에서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플랫폼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케이크의 강점은 에듀테크 플랫폼의 약점으로 여겨지는 ‘꾸준함’을 독려한다는 점이다. 케이크는 짧은 클립을 매일 업데이트해 3회 반복, 무한 반복과 같은 케이크만의 ‘반복 학습법’으로 사용자의 꾸준한 공부를 독려한다. 녹음 지원 기능을 통해 어색한 발음을 케이크 AI가 잡아주고 다양한 코스에서 실제 원어민과 대화하듯 말하기 연습도 할 수 있다.

스니커즈 리셀로 400억원 투자받은 ‘크림’
네이버의 ‘IT 대장주’ 지키기, ‘손자회사’에 달렸다
지난해 3월 출시된 크림은 리셀(중고 거래)을 기반으로 한 C2C(Customer to customer) 거래 중개 플랫폼이다. 시세 예측·익명 거래 등 중개 시스템을 갖추고 전문 검수팀을 통한 안전 거래를 보장한다.

최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들은 한정판 스니커즈를 모으는 것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운동화 리셀은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취미임과 동시에 재테크 수단이기도 하다. 세계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2025년까지 약 60억 달러(약 7조원)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는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급격한 속도로 성장 중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성장세를 타고 크림은 매월 전월 대비 평균 121%의 높은 거래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출시 1년간 누계 거래액만 270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크림의 가능성은 크림에 몰리는 투자 금액이 말해주고 있다. 크림은 지난 3월 200억원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크림은 벤처캐피털(VC)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알토스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번에 투자한 VC들은 유상 증자를 통해 상환 전환 우선주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크림이 지난 1월 스노우에서 분사한 후 누적된 투자액은 400억원에 달한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