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휴직 급여에서 빠진 복지 포인트 지급 요구한 노동자
대법 “통상임금 아니야”

[법알못 판례 읽기]
복지 포인트도 통상임금에 포함될까[법알못 판례 읽기]
사용 용도가 제한돼 있고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없어져 버리는 ‘복지 포인트’는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통상임금은 노동자에게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을 뜻한다.

사건은 20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로복지공단에서 근무하던 A 씨는 2010년 10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육아휴직을 했고 이후 급여를 신청했다. 공단은 A 씨에게 700여만원을 급여로 지급했다.

하지만 A 씨는 “상여금·장기근속수당·급식보조비·교통보조비·맞춤형 복지카드 포인트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이를 기초로 육아휴직 급여를 다시 산정하라”며 2014년 1월 육아휴직 급여의 차액을 지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공단은 같은 해 2월 “육아휴직 급여 전액이 이미 지급됐다”며 A 씨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2심 “복지 포인트도 통상임금”

1심과 2심은 모두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1·2심은 상여금·장기근속수당·급식보조비·교통보조비 그리고 맞춤형 복지카드 포인트까지 모두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통상임금의 정의를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 따라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으로 규정했다.

이어 재판부는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그 임금이 소정 근로의 대가로 노동자에게 지급된 금품으로서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것인지를 따져봐야 한다”며 그 기준을 제시했다.

‘정기성’은 임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돼야 함을 의미하고 ‘일률성’은 모든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고정성’은 노동자가 제공한 근로에 대해 업적·성과·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돼 있는 성질을 뜻한다.

재판부는 상여금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은 연봉제 적용 대상 직원을 제외한 전 직원들에게 월 기본급의 연 600%를 상여금으로 지급했다”며 “상여금은 각 보수 지급일에 50%씩 나눠 지급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상여금은 소정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매월 그 지급이 확정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이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장기근속수당에 대해선 “근로복지공단은 5년 이상 근무한 직원에 대해 근무 연수에 따라 장기근속수당을 지급하되 연봉제 적용 대상 직원에게는 장기근속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 근무 연차별로 일정한 그룹을 나눠 그룹별로 동일한 장기근속수당을 지급한 사실 등을 종합하면 장기근속수당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급식보조비와 교통보조비에 대해서도 “근로복지공단은 예산의 범위 내에서 보수 지급일에 직원들에게 매월 일정 금액을 급식보조비로 지급하고 다만 근무 기간이 한 달 미만인 경우에는 일할 계산해 지급했다”며 “자가운전비나 교통보조비 역시 매월 10만원의 금액을 지급한 사실 등에 따르면 이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원심은 맞춤형 복지카드의 복지 포인트 역시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근로복지공단은 2006년부터 맞춤형 복지 제도를 도입하면서 생일축하 금품·자기개발비용·건강검진 비용 등의 명목으로 지급하던 금품을 카드 포인트 형식으로 통합해 지급했다”며 “임직원은 배분받은 복지 포인트 중 일정 포인트로 단체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나머지 포인트는 후생복지관에서 정해진 물품 용역을 구매하면서 사용하거나 복지카드를 이용해 구매 후 차감 신청을 해 결제 대금을 지급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복지공단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임직원에게 복지카드를 계속적·정기적으로 지급하고 그 포인트에 상응하는 금액 상당액은 소정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매년 그 지급이 확정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인 통상임금이라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앞선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 “복지 포인트는 통상임금에서 제외해야”

하지만 대법원은 1·2심과 달리 맞춤형 복지카드의 포인트는 통상임금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A 씨 등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안양지청장을 낸 육아휴직 급여 일부 부지급 처분취소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지었다. 상여금·장기근속수당·급식보조비·교통보조비 등은 통상임금으로 봐야 하므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판단 자체는 뒤집지 않았지만 그중 복지카드 포인트는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 판단의 골자였다.

대법은 “원심은 근로복지공단이 선택적 복지 제도를 시행하면서 일정한 기준에 따라 A 씨 등 원고들을 비롯한 임직원에게 지급한 복지 포인트 상당액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원심 판결 이유와 기록에 의해 알 수 있는 선택적 복지 제도의 근거 법령과 도입 경위, 복지 포인트의 용도가 제한돼 있고 1년 내 사용하지 않으면 소멸하는 특성 등을 종합해 보면 복지 포인트는 근로기준법에서 말하는 임금에 해당하지 않고 그에 따라 통상임금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원심이 원고들의 복지 포인트 상당액이 육아휴직급여 산정의 기초인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본 것은 잘못”이라고 결론 내렸다.

다만 대법은 “원심 변론이 종결될 때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육아휴직 급여액을 계산할 수 없다”며 “필요한 자료가 제출되지 않았는데도 법원이 직권으로 급여액을 산정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므로 정당한 육아휴직 급여에 못 미치는 급여만을 받았음을 전제로 미지급된 금액을 추가로 지급하라는 원고들의 신청을 반려한 이 사건 처분 전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돋보기]
“업적 연봉도 통상임금” 인정한 한국GM 통상임금 판결

통상임금과 관련해 대법원이 내린 또 다른 판결에 따르면 고과를 반영해 지급하는 ‘업적 연봉’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만 휴가비나 개인연금보험료 등은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2021년 6월 10일 한국GM 전·현직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재상고심에서 ‘밀린 임금을 노동자들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지었다.

한국GM은 연봉제를 실시하면서 일률적으로 지급해 온 상여금을 인사 평가에 따라 그 금액이 달라지는 ‘업적 연봉’ 형태로 바꾸고 조사연구수당과 가족수당 중 본인분 등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채 시간 외 근로수당과 연월차수당을 산정해 지급해 왔다.

그러자 한국GM 사무직 직원들은 업적 연봉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해 계산해야 한다며 지급하지 않은 시간 외 근로수당과 연월차수당 차액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2007년 제기했다.

대법원은 업적 연봉과 조사연구수당·조직관리수당·가족수당 중 본인분은 모두 통상임금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귀성 여비와 휴가비, 개인연금보험료, 직장단체보험료는 특정 시점에 재직 중인 사람에게만 지급된 만큼 통상임금으로 보기 어렵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은 “노동자들이 주장한 업적 연봉, 조사연구수당·조직관리수당·가족수당 중 본인분은 노동자가 소정 근로를 제공하기만 하면 그 지급이 확정된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소정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며 “업적 연봉을 포함한 연봉제의 시행과 관련한 노사 간 협의가 존재하지 않았고 원고들을 포함한 사무직 노동자들은 노조에 가입되지 않아 업적 연봉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노사 합의가 존재하거나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남정민 한국경제 기자 peu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