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재개 기대감에 실적 반등 가능성 높아…여러 자회사 거느린 지주사 가치 상승 전망

[화제의 리포트]
이번 호 화제의 리포트는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펴낸 ‘지주회사의 신 스틸러들’을 선정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최근 백신 접종으로 인한 경기 재개(re-opening) 기대감이 일면서 그동안 부진했던 기업들의 실적이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곧 여러 자회사들을 거느린 지주회사(이하 지주사)들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주사 중에서도 시가 총액이 많지 않으면서 자회사들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CJ·두산·휠라홀딩스·현대그린푸드·한화·오리온홀딩스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지주사들을 주목하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에서 수많은 기업들을 둘러싼 경영 환경이 악화됐다. 그런데 최근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경기 재개(re-opening) 기대감이 일고 있다. 이에 힘입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기업들의 실적 반등이 가능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이는 곧 여러 자회사들을 거느린 지주사의 가치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부분의 지주사들이 밸류체인 측면에서 살펴볼 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신사업 발굴과 사업 구조 조정 같은 포트폴리오 조정을 진행해 왔다. 그 결과 미래 성장을 위한 밸류 드라이버 중심의 가치 창출까지 가능해지는 모습이다. 즉 신사업의 성장성이 부각될 것이라는 얘기다. 경기 재개적인 측면 외에도 이런 부분 역시 향후 지주사의 프리미엄 요소로 부각되면서 이들의 주가는 한 단계 레벨업될 가능성이 높다.

이른바 ‘어게인 2007’을 예상해 본다. 당시에도 코스피 지수의 지속적인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지주사들이 재평가 받은 바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지주사들은 부실 자회사들로 인해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는 자체가 리스크 요인으로 주식 시장에서 작용했다. 하지만 이후 강도 높은 구조 조정 등으로 자회사들이 실적 턴어라운드를 이뤄 냈다. 결국 자회사 보유가 오히려 프리미엄을 가져오게 하면서 2007년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물론 옥석 가리기는 필요하다. 지주사 중에서도 시가 총액이 많지 않으면서도 경기 재개 효과와 본격적인 성장 단계 진입 등으로 ‘신 스틸러’ 역할을 할 수 있는 CJ·두산·휠라홀딩스·현대그린푸드·한화·오리온홀딩스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신 스틸러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훌륭한 연기력이나 독특한 개성, 카리스마 등으로 주연 못지않게 주목받는 조연 등을 뜻한다. CJ, 부진했던 자회사 ‘실적 턴어라운드’우선 CJ는 올해 1분기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8% 정도 증가한 약 8조원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69% 늘어난 4500억원대로 집계됐다. 자회사 가운데 ‘집콕’ 수혜주로 분류되는 CJ제일제당과 CJ ENM의 활약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

하반기에는 두 회사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자회사들의 실적이 경기 재개에 따른 실적 반등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대표 주자는 핼스앤드뷰티(H&B)업계 1위 기업 CJ올리브영이다. 최근 10여 년간 꾸준히 성장해 온 H&B 시장은 코로나19의 악영향을 받았다. 이에 따라 많은 경쟁사들이 점포를 줄이는 등 구조 조정에 돌입했다.

이는 시장점유율 50%인 CJ올리브영의 독주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올해 CJ올리브영의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빕스·계절밥상·더플레이스·제일제면소 등 외식 브랜드와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보유한 CJ푸드빌도 기대해 볼만하다. 운영하는 점포 수는 2019년 1분기 2558개에서 지난해 말1525개로 줄어들었다.

특히 직영점은 2019년 1분기 230개에서 지난해 말 92개로 감소함에 따라 고정비가 대폭적으로 줄어들었다. 이와 같은 점포 수 축소로 매출은 감소하겠지만 올해부터 직영점 축소에 따른 고정비 감소 효과가 본격화되면서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지주사들을 주목하라
무엇보다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차입금 감축 등 재무 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CJ올리브영과 CJ푸드빌의 수익성 개선 가시화는 지주사인 CJ의 주가 상승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

두산은 구조 조정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채권단에서 3조6000억원을 긴급 지원받았다. 그 대신 자산·자회사·손자회사 매각, 유상 증자를 포함한 3조원 규모의 재무 구조 개선안을 마련해 진행 중이다.

이미 사옥인 두산타워를 비롯해 네오플럭스·두산솔루스·모트롤사업 등을 매각 완료한 상태다. 이 같은 구조 조정에 따라 두산은 차입금 감축 등 재무 구조가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두산중공업의 재무적 여력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은 것도 두산의 주가 전망을 밝게 하는 요인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인력 구조 조정을 진행해 고정비 부담을 줄이고 보유 자산에 대해 대규모 손상 차손을 인식함에 따라 우발 손실 위험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는 일회성 비용 기저 효과와 원가율 개선 등을 통해 흑자 전환이 유력해 보인다. 이에 힘입어 두산의 실적 턴어라운드 또한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그린푸드 ‘기저 효과’ 누릴 것
휠라홀딩스도 눈여겨 볼만하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9117억원, 영업이익 1836억원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 자회사이자 글로벌 시장에서 3대 골프 회사로 불리는 아쿠쉬네트(Acushnet)가 전 세계적인 ‘골프 붐’에 힘입어 호실적을 거둔 것이 배경이다.

중국 법인의 성장도 한몫했다. 휠라홀딩스는 중국 현지 기업인 안타스포츠와 조인트벤처 풀프로스펙트를 설립하고 중국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이 법인으로부터 매출 3%를 디자인 수수료로 수취하고 보통주 15%에 대한 지분법 이익을 인식한다. 중국 사업은 안타스포츠의 영업력을 기반으로 지속적인 고성장세를 기록 중인 상황이다.

통상적으로 패션 브랜드의 매출이 성장했다는 것은 곧 브랜드의 인지도가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코로나19가 종식되고 패션업계가 다시 활기를 찾게 되면 그만큼 가파른 실적 상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올해 2분기 이후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1분기 성적표는 저조했다. 매출은 약 83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소폭(-0.9%)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28% 떨어진 220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단체 급식 감소 등이 악영향을 미쳤다.

올해 2분기부터 식자재와 외식 사업의 영업이익이 빠른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급식 사업도 흑자 전환이 가능해지면서 분기를 거듭할수록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관측된다. 게다가 지난해 코로나19의 여파로 실적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에 기저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신사업 성장성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해 3월부터 833억원을 투자한 스마트 푸드센터를 가동하고 식품 제조 사업을 본격화했다. 가정 간편식(HMR)과 함께 케어푸드(carefood) 등의 사업을 확대할 예정인 만큼 신정장 동력 마련이 기대된다.

한화도 빼놓을 수 없다.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1% 감소한 12조8400억원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186% 오른 8500억원으로 나타났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매출 증가와 함께 한화생명과 한화손보 등 금융 계열사 실적이 개선되면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전망도 밝다. 한화생명은 견고한 보험 본연 이익과 금리 상승에 따른 안정적인 실적 성장이 예상되며 한화솔루션은 케미칼 시황 호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하반기 태양광 설치 수요 증가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민수와 방산 부문의 동반 실적 성장이 기대되며, 한화건설은 한국 주택 사업 분양 물량이 순차적으로 착공되며 견조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오리온홀딩스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오리온홀딩스는 지난해 10월 중국 국영 제약 기업인 산둥루캉의약과 합자 계약을 체결하면서 중국 바이오 사업이 가시화됐다.

초기 바이오 사업 역량을 키운 뒤 합성 의약품과 신약 개발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오리온홀딩스의 중국 바이오 사업은 한국 바이오 기술을 중국 현지 시장에 선보이기 위한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