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금융연,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심포’
관·학·연 “코로나19 위기 대응 성공적” 평가
금융당국 “민간 스스로 과잉부채 정상화 해야”
전문가 “한시적 지원 조치 단계별 환원 필요, 무차별적 유동성 공급은 문제”

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심포지엄 모습./사진=한경비즈니스
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심포지엄 모습./사진=한경비즈니스
금융당국과 전문가들이 한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금융 대응 정책에 대해 ‘성공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현재는 급한 불을 끈 상태고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취약부문이 받게 될 타격과 가계부채 완화를 주요 과제로 꼽았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자체적인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금리 상승기에 대비해 개인과 기업 모두 선제적으로 과잉부채를 정상화해 나갈 것을 촉구한 것이다. 금융연구원 등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금융 지원책의 단계별 환원 계획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재정과 금융, 통화정책의 조화가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일부 전문가는 무차별적 유동성 공급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연구원은 6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코로나19 대응 금융정책 평가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정부는 175조원이 넘는 역대급으로 두터운 방화벽을 구축해 시장에 팽배한 공포감과 불안을 잠재우고자 했다”며 “그 결과 금융시스템은 안정됐고 자영업자·중소기업들은 유동성 고비를 넘겼고, 기간산업 기업 등이 재무안전성을 유지해 연쇄 도산이나 대규모 고용불안이 촉발되지 않았다”고 자평했다.

전문가들도 정부의 코로나19 금융 대응에 높은 점수를 줬다. 박창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과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코로나19 관련 유동성 대응은 빠르고 과감했고 충격 흡수하는데 제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동환 대안금융연구소장은 “공매도 순차적 재개,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기준 등 주식 시장에 합리적인 정책이 많았다”고 평가했으며,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은성수 위원장은 코로나19 위기 이후의 ‘여진’ 가능성을 유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위기 대응 과정에서 가파르게 증가한 민간부채, 빠르게 상승한 자산 가격은 글로벌 긴축과 맞물려 또 다른 충격을 가져올 수 있다”며 “민간 스스로 과잉부채를 정상화해 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금리가 올라도 상환 능력에 문제가 없는지 재무건전성을 점검해달라”고 주문했다.

회복속도가 더딘 취약부문에 대해선 한층 더 두터운 지원을 약속했다. 은성수 위원장은 “소상공인 금융 지원 프로그램은 민간 체감경기가 개선될 때까지 운영하고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상환유예 등 촘촘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연구원은 현재 금융당국이 진행하고 있는 한시적 금융지원 조치에 대한 단계별 환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위기 후유증 방지를 위해 배당제한과 대출·이자상환 유예 등 일시적 금융지원 프로그램 종료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급격한 정상화에 따른 테이퍼 탠드럼(긴축발작) 등 우려가 남아있는 만큼 회사채 매입기구 연장 등 각 단계에 따른 적절한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또 선진국과 신흥국 간 회복 속도에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이에 맞는 통화·재정정책을 주문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선진국의 94%가 2년 이내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관측된 반면, 신흥국과 개도국은 40%만이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됐다.

김영도 선임연구위원은 “취약 부문 지원은 선별적 정책이 가능한 재정·금융정책을 시행하고, 전반적인 경기 상황에 따라선 통화정책을 구사하는 정책 조합을 구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외환시장은 해외 금리 인상에 대비해 금융 취약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으며, 국내 금융시장에서는 가계부채 문제 등 취약 금융 상황을 고려한 연착륙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소영 교수는 재정과 금융, 통화정책 조율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금리 인상에 따라서 금융 정책은 어떤 식으로 조율하는 게 바람직한지 시나리오별로 계획을 세워주면 좋겠다”며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부문별 지원을 할 때 재정과 금융정책을 사용해야 하는데 이 두 부분이 어떠한 역할을 할지 조율이 돼야 한다.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어떻게 살릴 것인지 금융과 재정지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패키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전문가는 무차별적 유동성 공급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창균 선임연구위원은 “취약부문으로 가면 갈수록 그냥 유동성이 공급되는 측면이 있는 거 같다”며 “무차별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면 경제주체의 도덕적 해이를 발생시킬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소상공인들에게 유동성 공급이라는 이유로 부채를 늘리면 나중에 못 갚을 사람이 상당히 많다”며 “이 부분은 금융정책이 아닌 재정정책을 통해 풀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