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시가총액 추월할 가능성 높아...이더리움, 디파이 토큰은 거래와 수수료 매출 급증세

[비트코인 A to Z]
비트코인, 내재 가치가 없어 0원 된다? [비트코인 A to Z]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가장 잘못된 편견은 “모든 가상 자산은 내재 가치가 없기 때문에 가격이 0원에 수렴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가상 자산 회의론자들이 이런 생각을 가지게 만든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

365일 24시간 쉬지 않고 동작하며 글로벌한 유동성과 금융 에너지가 응축되는 가상 자산 시장의 특성상 다양한 외부 요인에 기반해 거친 가격 변동을 보여 왔고 실제로 내재 가치 없이 설계된 토큰을 다단계로 판매하고 마켓 메이킹한 집단들의 행태가 부정적인 인식을 확산시켰다.

또한 가상 자산이 전통 자산 대비 전혀 새로운 기술 기반과 경제 모델을 가지고 있음에도 개별 프로젝트들의 작동 원리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가상 자산은 사기’라는 확증 편향에 빠진 이들도 많다.

비트코인의 내재 가치, 디지털 금

비트코인은 정부와 금융 카르텔로부터 자유롭게 설계된 인류 최초의 화폐이자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은행과 금융회사의 비싼 수수료를 거치지 않고 빠르게 전송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전통 금융 네트워크보다 강력한 보안성을 가지고 있고 각국 중앙은행들의 과도한 인플레이션에서도 헤지가 가능한 하드 애셋이기도 하다.

비트코인 옹호론자들은 이러한 장점 하나하나가 강력한 내재 가치를 만들어 낸다고 믿는다. 이러한 철학과 가치에 동의하지 못하더라도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마저 “비트코인은 금과 같은 투자 자산”이라고 인정했을 정도로 ‘디지털 금’에 대응되는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가진다는 논의가 제도권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다. 현재 비트코인의 시가 총액은 금의 약 6% 정도인데, 금보다 투명성과 거래 효율성, 보관 용이성 등에 장점이 많아 장기적으로 금의 시가 총액의 상당 비율을 차지하거나 심지어 추월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비트코인의 가격도 크게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은 이미 많은 미국 기관투자가들이 채택하고 있다.

2021년에 접어들며 기관뿐만 아니라 국가들도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올해 2월 패트릭 조로지 케냐 중앙은행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촉발된 통화 평가 절하 문제를 비트코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비트코인을 준비 통화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엘살바도르는 지난 6월 전 세계 최초로 비트코인을 법정 화폐로 인정한 국가가 됐다.

엘살바도르는 비트코인을 통해 막대한 송금 수수료를 절약하고 달러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자국 내 금융 서비스의 접근성을 크게 높이는 등 다양한 혁신을 기대하고 있다. 엘살바도르에 이어 불안정한 법정 화폐를 사용하던 중남미 국가들이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추가적으로 참여하게 된다면 비트코인의 교환·가치 저장 수단으로서의 내재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인정하지만 나머지 토큰들은 모두 가치가 없어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은데 사실 탈중앙화된 월드 컴퓨터를 지향하는 이더리움의 내재 가치는 더욱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다. 어느새 이더리움에는 앱스토어처럼 수많은 디파이(DeFi : 탈중앙화 금융)와 메타버스 게임 그리고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서비스들이 개발돼 점점 더 많은 데이터 전송과 송금(트랜잭션)이 발생하고 있다. 2021년 5월 이더리움에는 역대 최고치인 4500만 건의 트랜잭션이 전송됐고 월간 활성 사용자 계정도 2000만 개 이상을 기록했다. 이렇게 번창 중인 탈중앙화 네트워크는 마치 아마존웹서비스(AWS)처럼 큰 수수료 매출을 만들고 있다.
비트코인, 내재 가치가 없어 0원 된다? [비트코인 A to Z]
디파이 토큰의 내재 가치

디파이 토큰들의 내재 가치 추정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보다 더욱 명확하다. 비슷한 목적 사업을 영위하는 금융회사들의 밸류에이션과 비슷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탈중앙화 거래소인 유니스와프(Uniswap)는 2021년 5월 기준 약 4200억원, 6월 기준 약 1500억원의 거래 수수료 매출이 발생했다. 흥미롭게도 유니스와프는 단 10명의 개발자가 웬만한 대형 거래소를 웃도는 규모의 네트워크를 효과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거대한 비즈니스 조직의 역량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상장 심사를 하고 마케팅을 하는 중앙화된 거래소에 비해 유니스와프에서는 커뮤니티의 수많은 참여자들이 자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개방형 상장을 주도하며 그에 따른 수수료를 나눠 가지고 프로토콜을 함께 이끌어 가고 있기 때문에 전통 비즈니스 모델에 비해 잠재성을 더욱 높게 평가해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의견도 많다.
비트코인, 내재 가치가 없어 0원 된다? [비트코인 A to Z]
가상 자산의 내재 가치 평가는 다양한 온체인 데이터 분석 도구의 성장과 함께 블록체인 산업의 뜨거운 주제가 돼 가고 있다. 주요 활동이 블록체인 위에 구현된 탈중앙화 프로젝트의 데이터는 블록체인상에서 그 누구나 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통의 금융회사보다 쉽고 신뢰성 있게 실사할 수 있다. 크립토퀀트(Crypto Quant)나 글라스노드(Glassnode)에서는 비트코인 온체인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고 듄 애널리틱스(Dune Analytics)나 난센(Nansen) 등은 알트코인들의 온체인 데이터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플랫폼이다.

미국 최고의 벤처 투자사 중 하나인 a16z가 지난 6월 24일 무려 2조500억원에 달하는 셋째 크립토 펀드를 출범할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시장의 구조적 성숙에 기반한다. 닷컴 버블의 한복판에서 아마존과 구글 등 정보기술(IT)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성장해 온 것처럼 여전히 초기 시장인 블록체인 산업에서도 데이터가 뒷받침되는 명확한 비즈니스 모델을 기반으로 단단하게 성장 중인 가상 자산 프로젝트들이 다수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가상 자산의 가치 평가에 대한 논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

김서준 해시드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