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온라인 거래액 24조원 달성…물류에 1조원 투자하며 ‘최강자’ 노려

[스페셜 리포트]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유통 시장의 강자로 우뚝 서게 됐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주도 아래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단행한 결과다. 특히 올해 상반기 M&A 시장의 최대어로 꼽혔던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넣는데 성공하며 ‘온라인 유통 거인’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다.

신세계는 단숨에 쿠팡을 밀어내고 이커머스 시장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향후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 갈 것이라는 방침을 밝히며 추가 M&A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커머스 왕좌를 향한 신세계의 본격 행보에 막이 올랐다.

4조 투자로 쿠팡 뛰어넘은 신세계…‘온라인 유통 거인’으로 거듭났다
지난 6월 24일 유통업계의 눈과 귀는 온통 신세계에 쏠렸다. 이날 신세계는 이마트를 앞세워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공식화했다. 약 3조4000억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의 지분 80%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4월에는 온라인 패션몰인 W컨셉을 약 27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M&A는 한 기업의 미래 사업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이정표다. 최근 신세계의 M&A 시장 행보를 봐도 신세계의 향후 사업 전략이 뚜렷이 나타난다.

신세계가 그리는 미래 모습은 바로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무려 4조원에 가까운 돈을 투입해 온라인에 특화된 기업들을 인수한 이유다.
4조 투자로 쿠팡 뛰어넘은 신세계…‘온라인 유통 거인’으로 거듭났다
이커머스 변방에서 중심으로신세계가 온라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간명하다. 이미 쇼핑의 무게 추가 온라인으로 기울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하는 온라인 쇼핑 동향을 살펴보자. 2018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당시에도 예상보다 빠르게 이 시장이 커진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는데 최근에는 성장성이 더욱 가팔라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촉매제’ 역할을 했다. 비대면 소비 붐을 일으키며 지난해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161조원을 기록했다. 그간의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200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4조 투자로 쿠팡 뛰어넘은 신세계…‘온라인 유통 거인’으로 거듭났다
신세계도 온라인 시장을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신세계는 2018년부터 온라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당시 정용진 부회장은 그룹의 미래가 ‘온라인’에 있다고 강조하며 온라인 쇼핑을 전담하는 신설 법인 SSG닷컴을 설립했다.

1조원의 투자를 유치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를 만들며 온라인 전환에 총력전을 기울여 나갔다.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했다. 짧은 시간 안에 SSG닷컴은 빠르게 몸집을 불려 나갔다. SSG닷컴은 지난해 거래액 4조원을 올렸다.
4조 투자로 쿠팡 뛰어넘은 신세계…‘온라인 유통 거인’으로 거듭났다
하지만 경쟁사들과의 격차는 갈수록 크게 벌어져 문제였다. 쿠팡의 거래액 추이를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다. 2013년 1조원에 불과했던 쿠팡의 거래액은 지난해 무려 20조원으로 불어났다. SSG닷컴과 비교가 안 될 만큼 가파른 성장 속도가 이어진 셈이다.

더욱이 올해 초 쿠팡은 미국 뉴욕 증시 상장에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5조원 정도의 실탄을 확보하며 계속해 물류 인프라 확충에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겠다고 선포까지 했다. 이대로 가다간 시간이 흐를 수록 이커머스 시장에서 쿠팡과 신세계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비록 신세계가 네이버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이커머스 동맹을 맺긴 했지만 이런 방식으로는 쿠팡처럼 자사 플랫폼의 힘을 키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렇게 신세계는 점차 이커머스 시장의 변방으로 밀려나는 듯 보였다.

최근에서야 비로소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 때마침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쥐게 되면서 단숨에 이커머스 시장의 중심으로 자리 이동했다.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G마켓과 옥션 등을 합친 신세계그룹 전체의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약 24조원에 달한다. 업계 2위로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렸다. 네이버·쿠팡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전력을 마침내 갖추게 된 셈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그룹 명운 걸었다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사실상 그룹의 명운을 건 ‘온라인 승부수’를 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수 금액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써낸 3조4000억원은 그룹 M&A 역사상 가장 큰 금액이다. 이전까지는 2006년 한국 시장에서 고전하던 월마트를 인수했을 당시 투입했던 7400억원이 최고가였다.

신세계는 이베이 인수를 계기로 그룹의 사업 구조를 ‘온라인과 디지털’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비쳤다.

목표는 이커머스 1위 등극이다. 향후 4년간 1조원 이상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확장에 집중 투자하고 이마트 등 오프라인 점포들도 하나둘 역시 온라인 물류를 위한 거점으로 변화시켜 그룹의 물류 경쟁력을 극대화해 목표를 이루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대형 M&A가 마무리되면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것이 바로 ‘승자의 저주’인데 신세계도 이 논란을 피해 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주장이 나오게 된 배경은 이베의코리아의 성장성에 대한 의문 때문이다. 단순히 숫자만 나열해 놓고 보면 별 문제없어 보이지만 ‘속살’을 찬찬히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성장성을 보여왔다. 이번에 미국 이베이 본사가 매각을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베이코리아의 경우 이커머스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내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성장성을 보여왔다. 이번에 미국 이베이 본사가 매각을 결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우선 이베이코리아의 작년 기준 거래액은 20조원으로 이커머스 시장 3위였다. 실적도 나쁘지 않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19%, 38% 증가한 1조3000억원, 850억원을 기록했다. 2001년과 2009년 각각 인수한 옥션과 G마켓을 앞세워 이커머스 기업 중에는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를 내고 있다는 강점도 갖고 있다.

하지만 거래액 증가율을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때 매년 10% 넘게 증가했던 거래액 증가율이 지난해에는 한 자릿수(약 5%)로 추락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작년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쇼핑몰들이 큰 수혜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액 증가율이 한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역성장한 것과 마찬가지”라며 “빠른 배송 트렌드에 적응하지 못한 이베이코리아는 사실상 완전히 쿠팡과 네이버에 밀린 형국이다. 더 이상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미국 이베이 본사도 매각을 결정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4조 투자로 쿠팡 뛰어넘은 신세계…‘온라인 유통 거인’으로 거듭났다
4조 투자로 쿠팡 뛰어넘은 신세계…‘온라인 유통 거인’으로 거듭났다
이런 측면에서 이베이코리아를 둘러싼 인수 가격 ‘거품’ 논란이 나온다. 성장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물류센터와 같은 유형 자산마저 사실상 전무한 상태인 이베이코리아를 신세계가 지나치게 비싼 값에 인수했다는 얘기다. 현재 이베이코리아가 보유한 물류센터는 단 세 개에 불과하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이렇게 말했다.

“쿠팡이 현재 약 100개의 물류센터를 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쿠팡과 경쟁하기 위해선 막대한 물류 인프라 투자뿐만 아니라 대대적인 프로모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게다가 쿠팡이 중·장기적으로 5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힌 만큼 신세계도 최소 2조~3조원 정도를 물류에 투자해야 한다.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상당히 힘든 싸움이 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실적이 악화될 수도 있다.”승자의 저주 피해 갈까?
하지만 대대적인 변화에 나선 신세계를 향한 기대의 시선도 적지 않다. 이진협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이베이코리아가 물류 인프라에 투자하지 못하고 결국 빠른 배송 트렌드에 뒤처지게 된 것은 본사와의 이해관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 5년 동안 이베이코리아에서 미국 이베이 본사로 회수된 자금만 약 1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물류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다. 이 애널리트는 “신세계가 주인이 되면서 앞으로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 역시 인수 시너지를 톡톡히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신세계 SSG닷컴은 그동안 쿠팡처럼 빠르게 온라인 전용 물류 인프라를 확충하지 못했는데 여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바로 공장 가동률 때문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시장에 후발 주자로 진입해 거래액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무턱대고 대규모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여러 곳에 짓게 되면 오히려 비효율성만 늘어날 뿐”이라며 “20조원의 거래액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이런 부분을 걱정할 필요가 사실상 없어졌다.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겠지만 앞으로 신세계 역시 물류 인프라 확충에 박차를 가할 것이고 점유율도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수연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식품 배송에 강점을 갖고 있는 신세계 SSG닷컴과 공산품에 강점을 가진 이베이코리아가 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쳤다.

다만 그는 “현재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의 가동률이 굉장히 높다. 90% 이상 나오는 것으로 추정돼 단기적으로는 네오를 활용한 이베이코리아의 빠른 배송을 진행하기가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앞으로 신규 물류센터와 이마트 점포를 활용한 PP센터 등이 점차 늘어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봤을때 시너지가 나타나면서 점유율이 상승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신세계 역시 어떻게 하면 이베이코리아를 활용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내부에서 한창 진행 중이다. 아직 완전히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구상 중이다.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003.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계기로 신세계는 물류 인프라 확충을 위해 약 1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SSG닷컴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003.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계기로 신세계는 물류 인프라 확충을 위해 약 1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완료 시점은 내년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통상적으로 인수 계약부터 마무리까지 약 6개월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주체인 이마트 관계자는 “이 기간 동안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 내기 위한 다양한 추가적인 방안들을 고민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새로운 M&A를 시도할 가능성도 열어 놓아 주목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온라인 채널 추가 확장과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위한 디지털 기술을 확보하는 데 그룹의 역량과 자산을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돋보기
롯데 vs 신세계, 과연 누구 선택이 현명했을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발표한 뒤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 결정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발표한 뒤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 결정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롯데와 신세계 유통업계 라이벌 간의 경쟁으로도 관심을 모았다. 결국 신세계가 인수하기로 결정됐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롯데와 신세계가 써낸 인수 금액의 차이를 예로 들며 신세계가 베팅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와 주목된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마지막까지 신세계와 경합했다. 더 높은 금액을 써낸 신세계가 결국 최종 인수자가 됐다.

롯데가 인수 금액으로 정확하게 얼마를 책정했는지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략 2조5000억원대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신세계가 써낸 금액(약 3조4000억원)과 비교하면 최대 1조원에 가까운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마지막까지 인수를 놓고 경합한 기업끼리 써낸 금액 차이가 이 정도로 난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그간의 행보를 보면 롯데는 삼성그룹의 화학 계열사 인수 등 신세계보다 훨씬 굵직한 인수·합병(M&A)을 많이 성사시켜 경험이 많다”며 “이런 롯데와 써낸 금액 차이가 크다는 점에 비춰 볼 때 신세계의 이베이코리아 베팅이 성공적이었다고 결론 짓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세계 역시 이런 논란들에 대해 신중히 고민하면서 당초 예정됐던 것보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발표가 늦어졌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실제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은 이베이코리아 인수 직후 이를 의식한 듯 “얼마가 아니라 얼마짜리로 만들 수 있느냐가 의사 결정의 기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두 기업 중 어느 곳이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 여부는 앞으로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