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탄소 배출 감축 등 각종 얼라이언스 통해 파급력 확산”

[ESG 리뷰] 인터뷰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이사. /사진=서범세 기자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이사. /사진=서범세 기자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과 관련한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인텔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인텔은 지난해 5월 앞으로 10년을 아우르는 ‘2030 RISE 전략’을 발표하며 ESG 경영을 선도한다는 계획을 공개했다. RISE는 책임(Responsible), 포용(Inclusive), 지속 가능(Sustainable), 실현(Enable)의 영문 앞글자를 딴 용어다.

특히 기업의 성장에 ESG 가치를 통합, 성장과 ESG를 별개로 보지 않고 함께 가는 인텔의 전략이 전 세계 기업의 이목을 끌었다. 여의도 인텔코리아 사무실에서 권명숙 인텔코리아 사장을 만나 인텔과 인텔코리아의 ESG 전략에 대해 물었다. 권 사장은 ESG 경영에 대해 개별 기업 차원뿐만 아니라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하는 ‘공동의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ESG에 관심이 몰리는 이유는 뭔가.

“작년부터 ESG 열풍이 불고 있다. 예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공유 가치 창출(CSV)이라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개념이 관심을 끌었고 ESG도 유사한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투자 기관들이 ESG를 기업 가치나 신용을 평가하는 데 반영하고 여러 나라에서 ESG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기업의 ESG 채택이 빨라졌다. 또 하나는 팬데믹(세계적 유행)이라는 예상하지 못한 상황을 겪으면서 사람들이 기업에 대해 기대하는 부분이 달라졌다. 기업의 경제적인 성과도 중요하지만 기후와 탄소 중립을 포함해 환경·사회 문제에 대한 기업의 대응력과 관리 능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것이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ESG의 관리 성과, 비재무적인 가치가 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영향을 주게 됐다.”

-ESG가 가야 할 방향을 어떻게 보나.

“ESG 평가 방법도 혼재돼 있고 기업마다 진정성이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지금처럼 평가와 측정을 시작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표준이 곧 만들어지고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초기 단계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평가와 측정을 해 나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 지금은 기업별로 기업의 ESG 성과를 관리하고 있지만 기업뿐만 아니라 기업 간, 또는 산업 전체 차원의 공동 협력과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 많다. 환경이나 사회 문제가 특정 기업이나 특정 산업군의 노력만으로 풀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부와 기업, 산·학·연이 다 같이 함께하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텔의 글로벌 ESG 전략은 뭔가.

“인텔의 기업 목적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을 만들어 인류에 기여하고 인간의 삶을 윤택하게 개선하는 데 공헌하는 것이다. ESG는 별도로 가야 할 일이 아니라 이러한 인텔의 기업 목적에 부응하는, 너무나 당연한 우리의 책임과 의무다. 인텔은 1994년 기업 성장 리포트를 통해 지금까지 해 온 노력을 성공과 실패에 관계 없이 자발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해 왔다. 투명성 면에서 인텔이 그 어느 기업에 비해서도 빨랐다고 본다. 또 인텔은 지난해 5월 2030 목표와 전략을 발표했다. 지난 10년간 해 온 것을 평가하고 앞으로 10년간 어떻게 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앞으로 10년간 ESG 경영을 하겠다는 것이 RISE 전략이다. 장기적인 목표와 함께 단기적인 목표 관리, 변화 관리까지 하는 점이 인텔의 강점이다. 특히 여러 개의 얼라이언스에 참여해 산업 전반에 걸친 활동을 선도하고 있다.”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이사. /사진=서범세 기자
권명숙 인텔코리아 대표이사. /사진=서범세 기자
-RISE 전략의 구체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반도체 회사에 중요한 것은 물과 전력이다. 공정을 돌리는 데 이 둘이 굉장히 중요하다. 지속 가능(Sustainable) 부문에서 물과 관련해 인텔은 지난 한 해 약 70억 갤런의 물을 절약했다. 그리고 환경 관련 프로젝트로 13억 갤런의 물을 복구하는데 참여해 담수의 90%를 복구하는 결과를 냈다. 사용된 물을 복원시키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전력 부문에서 인텔은 현재 총 전력량의 82%를 재생에너지로 사용하고 있다. 2030년 목표는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다. 미국에 있는 몇몇 공장들은 이미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폐기물도 매립 비율을 5%까지 줄였다. 2030년까지 제로화하는 게 목표다.”

-인텔코리아는 ESG 활동을 어떻게 하나.

“포용(Inclusive) 부문에서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의 기술 접근에 차별이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팬데믹으로 온라인 교육이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디지털 격차가 문제가 됐다. 인텔코리아는 지난 2월 교육부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인공지능(AI) 교육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인텔은 2019년부터 ‘에이아이 포 유스(AI for youth)’라는 이름으로 전 세계 11개 나라에서 5000개 기관 약 10만 명에게 AI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도 인텔의 커리큘럼으로 연수를 하고 있다. 또한 인텔이 가진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교실을 변화시키는 데 협력하고 있다. 차세대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한 활동에 인텔이 가진 기술과 솔루션, 커리큘럼을 통해 최대한 기여하고자 한다. 또한 작년에 팬데믹을 겪으면서 PRTI(Pandemic Response Technology Initiative)라는 단체를 만들었다. 여러 기관 파트너사와 함께 인텔의 기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는 것이다. 전 세계 170개 파트너사가 참여했고 한국에서도 9개 기업이 유전체 분석, AI 의료, AI 모빌리티 등에서 협력했다. 올해는 이를 IRTI(Intel RISE Technology Initiative)로 확장했다. 지난해 활동이 코로나19 대응과 학생들의 온라인 수업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는 환경과 사회 문제 해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ESG 활동에서 기업 간 협력을 강조하는 이유는 뭔가.

“사회적 난제를 해결하고 사회적인 인식을 바꿔 가려면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인텔은 5개 회사가 속한 ‘포용을 위한 얼라이언스(Alliance for Global Inclusion)’에 참여하고 있다. 4대 핵심 부문인 포용과 관련해 취약 계층의 과학 기술 교육 개선 등에서 공동의 노력, 집단적인 노력을 같이하고 있다. 특히 ‘포용’의 정의와 측정 방법, 지표들을 공동 개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지속 가능 부문에서는 탄소 배출과 관련해 ‘디지털 기후 얼라이언스(Digital Climate Alliance)’에 참여해 기술을 사용해 탄소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함께하고 있다. 공동의 협력, 초협력을 위한 노력이다. 책임성(Responsiblity) 및 실현(Enable) 부문에서는 임직원의 안전과 복지, 공동망에서의 인권 보호 및 인권 존중, 지역 사회에서 임직원 헌신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글로벌 가치 사슬 내 서플라이 체인에 있는 업체들(1차 협력사 9000곳)까지 적용하는 책임 경영에 대한 표준을 만들 예정이다. 또 얼라이언스를 통해 다른 기업과 함께 집단적인 파급력을 높여 가기 위한 활동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인텔은 10년 연속 에티스피어(Ethisphere) 재단에서 선정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에 포함된 바 있다.”

-다른 기업들과는 앞으로 어떻게 협력할 계획인가.

“기업의 가치는 결국 비재무적인 부문과 재무적인 부문이 결합돼 평가될 것이다. 또 환경과 사회적인 글로벌 난제에 대한 대응에서 개별 기업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1+1=3’이 되는 협력의 시너지를 같이 만들어 나가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앞으로도 다른 기업들과 함께 초협력을 통해 진정성 있는 활동을 꾸준히 해 나갈 계획이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