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 매장 선보이며 커피 시장 재공략 나서…롯데리아는 가성비로 재무장

[비즈니스 포커스]
엔제리너스 석촌호수점의 내부 모습. 윤쉐프 정직한 제빵소와 협업을 통해 매장을 구성했다.
엔제리너스 석촌호수점의 내부 모습. 윤쉐프 정직한 제빵소와 협업을 통해 매장을 구성했다.
7월 18일 오후 찾은 롯데지알에스(GRS)의 커피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 석촌호수점(이하 석촌호수점)에서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매장 정중앙에 빼곡하게 자리 잡은 각양각색의 빵과 케이크였다.

커피숍보다는 빵집에 온 느낌을 받을 정도로 다양한 베이커리 제품들이 진열돼 있었다. 내부에는 통유리를 설치해 안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제빵소도 있다. 안을 살짝 들여다보니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에서 위생모를 쓴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빵을 만들고 있었다.

매장 한쪽에서는 빵과 곁들여 먹기 좋을 만한 와인과 맥주도 판매 중이다. 기존에 거리 곳곳에서 흔히 접했왔던 엔제리너스와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롯데그룹의 외식업 계열사인 롯데GRS가 올해를 재도약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거침없는 변신에 나서 주목된다. 롯데GRS는 올해 들어 강도 높은 브랜드 구조 조정을 시작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실적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최근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TGIF를 과감하게 정리한 가운데 엔제리너스·롯데리아·크리스피 크림 도넛 등 주력 브랜드는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대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점포 리모델링 후 매출도 ‘껑충’이날 찾은 석촌호수점은 롯데GRS가 이 같은 전략을 세운 뒤 공개한 첫 ‘엔제리너스 점포’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앞으로 엔제리너스 브랜드가 나아갈 방향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이곳인 셈이다. 석촌호수점은 기존에 운영하던 엔제리너스를 전면 리모델링해 지난 6월 재오픈한 점포인데, 이른바 ‘베이커리 특화 매장’으로 구성했다.

배경은 이렇다. 그동안 엔제리너스는 롯데GRS에 ‘아픈 손가락’중 하나였다. 한국의 커피 시장은 매년 급속도로 커져 왔다. 2018년 기준 43억 달러를 기록하며 미국과 중국 등에 이어 세계 3위 규모로 성장했다.

엔제리너스는 한국 커피 시장의 ‘선발 주자’다. 론칭 시기는 2000년으로 스타벅스(1999년 한국 시장 론칭)와 비슷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벅스와 달리 성장하는 시장의 수혜를 누리지 못했다. 특히 수년 전부터는 매장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입지가 줄어들었다.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고유의 특색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혀 왔다.

롯데GRS는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숱한 고민을 이어 왔고 그 끝에 완성한 결과물이 바로 석촌호수점과 같은 특화 매장이다.

‘빵지순례’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로 맛있는 빵을 먹기 위해서라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아다니는 소비자들이 급증하는 추세를 반영해 이런 형태의 매장 출점을 결정하게 됐다.

모객을 위한 가장 큰 무기로 빵을 내세운 만큼 차별화된 맛을 내기 위한 전략도 돋보인다. 경기도 수원에서 줄 서는 빵집으로 소문난 ‘윤쉐프 정직한 제빵소’와 협업해 지금의 매장을 선보인 것이다.

엔제리너스 석촌호수점 매장에 진열된 빵들은 윤쉐프 정직한 제빵소의 전문 제과제빵사들이 현장에 상주하며 시시각각 만들어 내는 제품들이다. 저 멀리 수원까지 가야 맛볼 수 있던 빵 맛집을 서울 한복판으로 옮겨 온 셈이다.

결과는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오픈한 지 이제 막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반응이 심상치 않다. 벌써부터 소셜 네크워크 서비스(SNS)에서 유명세를 떨치며 고객들의 발길을 그러모으고 있다.

자연히 실적도 눈에 띄게 늘었다. 롯데GRS에 따르면 석촌호수점의 매출은 리모델링 이전보다 훨씬 증가했다. 특히 베이커리 부문에서의 매출이 약 35% 정도 늘어나며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세 속에서 거둔 성과여서 더욱 고무적인 수치다.햄버거 시장에선 왕좌 재탈환 노린다특화 매장의 효과가 어느 정도 입증된 만큼 롯데GRS는 향후에도 계속해 비슷한 형태의 매장을 계속 늘려 나가며 커피 시장에서 엔제리너스의 경쟁력을 확대하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오는 9월에는 대구 수성구에 둘째 특화 매장을 오픈하기로 결정했다. 더욱 고급스러우면서 다양한 커피 맛을 즐기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맞춰 매장을 설계 중이다.

직접 로스터리 기기를 비치하고 최상급 원두를 활용한 커피를 선보일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석촌호수점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베이커리도 함께 판매하는데 이 부분은 대구 지역의 유명 빵집과 협업해 만들기로 했다.

롯데GRS 관계자는 “계속 한곳의 빵집과 협업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서 이름난 여러 빵 맛집과 신규 협업하며 계속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특화 점포들의 문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귀띔했다. 또한 엔제리너스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베트남식 샌드위치 ‘반미’를 앞세운 특화 매장을 선보일 계획도 갖고 있다.

주력 브랜드인 롯데리아도 ‘작지만 큰’ 변화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메뉴 업그레이드에 나선 것이다. 롯데리아는 수십년간 한국 햄버거업계 부동의 1위(점포 수 기준)였지만 최근 ‘가성비’를 앞세워 무섭게 덩치를 키운 맘스터치에 그 자리를 빼앗기고 말았다.
롯데리아는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최근 한우불고기버거의 패티와 양상추 양을 이전 보다 늘렸다.
롯데리아는 가성비를 높이기 위해 최근 한우불고기버거의 패티와 양상추 양을 이전 보다 늘렸다.
롯데리아는 여기에 같은 전략으로 맞불을 놓기로 했다. 가격 대비 제품의 양과 질을 더욱 강화해 빼앗긴 ‘왕좌’를 탈환하겠다는 얘기다.

이를테면 롯데리아는 최근 대표 제품인 ‘불고기버거’와 ‘한우불고기버거’의 양상추 양을 기존 대비 1.5배 정도 늘렸다. 패티의 중량도 각각 25%, 28% 늘렸다. 가격은 기존 제품과 동일한 가격을 유지해 더욱더 푸짐하게 즐길 수 있도록 리뉴얼했다.

또 ‘불고기버거’·‘새우버거’·‘핫크리스피버거’에 패티를 한 장 더 추가해 양을 획기적으로 늘린 프로모션 상품도 내놓았다. 영국 프로 축구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하며 이 같은 메뉴 리뉴얼을 대대적으로 알리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도 개시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제품을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도록 판매 채널을 다양화했다. 특히 비대면 소비 흐름이 거세진 만큼 ‘도넛 자판기’를 적극적으로 늘려 나간다는 구상이다.
시범 운영 중인 크리스피 크림 도넛 자판기.
시범 운영 중인 크리스피 크림 도넛 자판기.
이를 위해 5개 점포에 자판기를 비치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롯데GRS의 배달 주문 애플리케이션인 ‘롯데이츠’에서도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판매를 늘리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기획 중이다.

영국과 호주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신메뉴도 도입한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은 7월 26일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오리지널 바이트’의 한국 출시를 확정한 상태다.

돋보기
차우철 롯데GRS 대표
MZ세대 직원 지적 귀담아듣고 브랜드 혁신 ‘진두지휘’
TGIF 팔고 엔제리너스는 파격 변신…리빌딩 마친 롯데GRS
이런 롯데GRS의 변화를 이끄는 중심은 지난해 말 취임한 차우철 대표다. 차 대표는 실적 개선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안고 구원투수로 나섰다.

그가 취임했던 지난해 롯데GRS가 직면한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의 직격탄을 맞으며 실적이 추락한 상황이었다. 실적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난다. 롯데GRS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약 19% 감소한 약 68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차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 산적한 과제들을 헤쳐 나갈지 관심이 모아졌다.

고민을 거듭하던 차 대표는 결국 ‘잘하는 것에 집중하자’고 결론 내렸다. 그의 주도 아래 최근 TGIF 매각과 기존 브랜드의 경쟁력 강화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차 대표는 적극적인 소통을 강조하며 변화의 방향을 직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결정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청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트렌드 변화에 민감한 이른바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직원들을 선발해 ‘주니어보드’, ‘익명 소통방’ 등을 개설한 그는 이들에게 가감 없는 현장의 목소리와 보완점들을 전해 달라고 늘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로 여기에서 엔제리너스를 확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비롯해 롯데리아의 가성비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다. 차 대표 또한 이런 목소리들을 반영해 기존 브랜드 강화 전략을 펼쳐 나가고 있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