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개편·수입 브랜드 선전으로 실적 반등…온라인몰 리뉴얼로 MZ세대 잡는다

[비즈니스 포커스]
‘젊어진’ 삼성물산 패션 부문…체질 개선 성과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소비가 줄면서 패션 기업들은 연일 휘청거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도 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비단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삼성물산 패션부문엔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2015년 13.03%였던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매출액 비율은 지난해 5.11%까지 줄어들었다. 그 사이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은 무섭게 성장하면서 대기업 패션 브랜드들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2020년 ‘비상 경영’에 돌입하면서 체질 개선을 시작했다. 핵심은 ‘브랜드의 과감한 정리’와 ‘온라인 채널 강화’다. 고급스럽지만 다소 올드했던 브랜드를 정리하고 ‘신명품’의 유통으로 실적을 끌어올렸다. 또 오프라인 매장보다 온라인 몰을 키워 나가기 시작했다.
안 되는 브랜드 접고 ‘신명품’ 키우고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구호 21FW 골프 캡슐 컬렉션.(/삼성물산)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구호 21FW 골프 캡슐 컬렉션.(/삼성물산)
‘비상 경영’이 효과를 보인 것일까.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지난 1분기 매출액은 41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분기 210억원으로 흑자 전환됐다. 증권가에서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올 2분기에도 실적 호조를 이어 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삼성물산 패션부문 직원들은 2014년 이후 7년 만에 성과급을 받게 됐다.

시작은 브랜드의 개편이었다. 삼성물산의 간판 브랜드인 빈폴도 개편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었다. 지난해 6월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빈폴스포츠 사업부문을 정리하고 빈폴 액세서리와 키즈를 온라인 전용 브랜드로 전환했다. 또 5월에는 ‘천송이 가방’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한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콜롬보’를 매각했다.

동시에 메종키츠네·아미·르메르·톰 브라운 등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공식 수입해 유통하는 해외 브랜드들이 인기를 끌며 매출액 향상을 이끌었다. 이른바 ‘신명품’으로 분류되는 이 브랜드들은 기존 명품들보다 다소 저렴한 가격, 편한 차림에도 잘 어울리는 디자인 등으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주머니를 여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브랜드들의 선전으로 지난 1분기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실적이 흑자 전환됐다.

브랜드 재편은 다소 올드했던 이미지를 벗고 MZ세대라는 새로운 고객층을 그러모으는 효과를 내고 있다. 여기에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기존 브랜드들의 개편과 신규 라인 론칭으로 ‘영 이미지’를 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모임이 어려워지면서 야외에서 소수가 즐길 수 있는 골프가 MZ세대의 새로운 취미로 떠올랐다. 패션업계는 MZ세대를 겨냥한 골프웨어 출시를 확대하고 있다. 7월 26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미니멀 컨템퍼러리 브랜드 ‘구호(KUHO)’는 골프 캡슐 컬랙션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구호는 모던한 디자인에 기능성을 더하면서 여유로운 실루엣, 절제된 디테일로 활동성을 강조하고 퍼포먼스를 돋보이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골프 캡슐 컬렉션을 기획했다. 구호는 2021년 가을·겨울 시즌 골프 캡슐 컬렉션을 아우터·티셔츠·니트·팬츠·스커트·모자·가방 등 의류·액세서리 총 28개 상품으로 구성했다.

임옥영 구호 팀장은 “최근 골프를 취미로 즐기는 고객들이 증가하면서 구호의 정체성을 담은 골프웨어에 대한 니즈가 더욱 높아졌다”며 “구호 고유의 모던함에 기능성을 더한 이번 골프 캡슐 컬렉션이 차별화된 고급스러운 룩을 찾는 여성 골퍼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젊어진’ 삼성물산 패션 부문…체질 개선 성과는

퀵 배송·AI 추천으로 매출액 40% 성장한 SSF샵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공식 수입 및 유통하는 메종키츠네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삼성물산)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공식 수입 및 유통하는 메종키츠네는 큰 인기를 끌고 있다.(/삼성물산)
최근 패션 브랜드들을 가장 긴장시키는 것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의 성장이다. 대표적인 온라인 패션 플랫폼은 무신사·지그재그·에이블리 등이 있다. 이들은 독립 쇼핑몰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마켓을 한곳에 모아 놓은 형태를 띠고 있다. 지난해 패션 시장이 침체된 와중에도 ‘업계 1위’ 무신사는 1조2000억원의 거래액을 기록하며 위용을 떨쳤다.

콧대 높았던 대기업 패션 브랜드들엔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패션 시장의 무게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 간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뼈저리게 체감한 것도 온라인 몰의 중요성이었다.

최근 그 복안이 가시화됐다. 삼성물산은 7월 15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통합 온라인몰 SSF샵을 리뉴얼했다고 밝혔다. 패션에 관여도가 높은 고객의 재방문을 유도하고 패션·라이프스타일 상품뿐만 아니라 총체적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삼성물산 측은 “이번 리뉴얼은 패션 시장에서 가장 핫한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고 트렌디한 스타일을 제안하는 한편 고객 케어를 통한 차별화된 구매 여정을 제공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변화된 SSF샵은 MZ세대와의 소통을 확대하고 브랜딩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라이브 커머스와 동영상 콘텐츠 등 신규 서비스를 통한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했다. 전문 쇼호스트, 인플루언서·유튜버·셀럽 등이 진행하는 ‘세사패(세상이 사랑하는 패션) 라이브(LIVE)’는 고객과의 실시간 소통으로 상품에 대한 설명과 스타일링을 제안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내 임직원을 비롯한 패션 전문가들이 생방송으로 솔루션을 제안한다. 여기에서 전면에 나선 것은 ‘신명품’이다. MZ세대의 워너비 브랜드 ‘아미(Ami)’를 시작으로 꼼데가르송·메종키츠네·구호플러스 등의 브랜드를 주제로 라이브 방송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또 SSF샵은 직관적인 이미지를 통한 구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카테고리를 개편하고 전문관을 오픈했다. 사용자 환경(UI)과 사용자 경험(UX)을 고도화함으로써 탐색 시간과 피로도를 낮추고 최소한의 클릭으로 원하는 상품과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했다. 남성·여성·라이프·뷰티 등의 카테고리에 따라 브랜드별 상품 코너로 이동할 수 있고 고객의 성별에 따라 접근 시 보이는 카테고리에 변화를 통해 짧은 시간에 원하는 상품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SSF샵에 가입한 회원 중 여성 고객에겐 여성 카테고리를 먼저 보여주고 상품 리스트에서는 스마트 필터의 추천 속성을 통해 원하는 스타일을 손쉽게 고를 수 있도록 했다.

김동운 삼성물산 패션부문 온라인영업사업부장(상무)은 “패션에 고관여된 고객에게 정보와 재미를 넘어 고감도의 패션 문화를 다양한 형태로 경험하게 함으로써 패션업계 대표 온라인 플랫폼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SSF샵은 올 6월 말 기준으로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 이상 늘었고 고객 유입률이 전년 동기 대비 55% 높아졌다”고 말하며 “성장 배경에는 아미·메종키츠네·르메르·톰브라운 등 MZ세대가 좋아하는 브랜드를 운영할 뿐만 아니라 퀵배송과 인공지능(AI) 기반의 고객 추천 서비스 등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