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대출‧자산 관리 첫 삽도 안 떠…경쟁력 제고 위해 안전성‧전문성 필수

[비즈니스 포커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20일 기업공개(IPO) 간담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카카오뱅크의 현재와 경쟁력, 그리고 상장 후 사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20일 기업공개(IPO) 간담회를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카카오뱅크의 현재와 경쟁력, 그리고 상장 후 사업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카카오뱅크 제공
출범 5년 차인 인터넷 전문 은행 카카오뱅크가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중적 플랫폼인 카카오톡을 활용한 비대면 채널로 소비자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시중은행들을 위협하고 있다. 위기감을 느낀 전통 은행권은 과거 대면 영업 위주의 영업 방식을 벗어던지고 디지털 접점을 활용해 먼저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영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소비자들이 은행에 가지 않아도 스마트폰 하나로 계좌를 개설하고 송금하고 대출을 받는 게 당연한 시대가 됐다.

이제 카카오뱅크는 한국 주식 시장 상장을 통해 ‘메기’에서 ‘고래’로의 변신을 꾀한다. 카카오뱅크의 여·수신 규모는 시중은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지만 시장의 기대치는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어떻게 메기가 됐나
카카오뱅크는 어떻게 금융 소비자들을 홀렸을까. 이들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2030세대를 우선 공략했다.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서비스를 보면 기존에 없던 상품이 아니다. 있던 상품을 ‘잘’ 판매하기 위해 직관적인 애플리케이션(앱) 디자인을 구성하는 한편 간단하고 빠르게 계좌를 만들고 송금하는 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제의 핵심 축으로 성장한 밀레니얼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또 이들 세대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부분에 주목했다. 출범 1년 만에 내놓은 26주적금 상품이 대표적이 예다. 26주적금은 1000원, 2000원, 3000원, 5000원, 1만원 가운데 하나를 첫 주 납입 금액으로 선택하면 매주 그 금액만큼 증액해 적금하는 서비스다. 매주 납입에 성공하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일정표에 채워지고 적립에 실패하면 일정표가 빈칸으로 남는 ‘게임’ 요소를 넣어 큰 성공을 거뒀다. 적금 도전에 성공한 이들이 SNS에 ‘인증 샷’을 공유하며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 잡았다. 게임하듯 적금에 드는 MZ세대의 금융이 물꼬를 튼 것이다. 26주적금은 서비스 론칭 반년 만에 100만 계좌를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계좌 개설 수는 875만 계좌다.

플랫폼의 이점을 십분 활용한 상품도 개발했다. 바로 ‘모임통장’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타행 모임통장은 모임주와 모든 구성원이 같은 은행 계좌를 만들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또 모임주 개인 계좌를 모임 통장으로 쓸 때는 구성원이 계좌 이용 내역과 잔액 등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며 카카오뱅크 모임통장은 카카오톡 초대와 공유 기능을 활용해 모임 회비를 관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대 받은 모임 멤버는 카카오뱅크 회원에 가입하기만 하면 계좌 없이도 모임통장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모임통장은 2018년 12월 선보인 이후 3개월 만에 200만 계좌를 넘어섰고 올해 상반기까지 약 887만 명이 이용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한 발 더 나아가 10대들을 공략하며 미래 잠재 고객 선점에 나섰다. 지난해 10월 14~19세 전용 상품으로 내놓은 ‘카카오뱅크 미니’가 바로 그것인데, 본인 명의 계좌나 주민등록증이 없는 10대에게 가상 계좌를 발급해 주는 상품이다. ‘엄카(엄마카드)’ 안 쓰고 ‘내 카(내 카드)’를 쓸 수 있다는 점에 청소년들이 열광했다. 올해 하반기까지 미니에 가입한 청소년은 85만 명이다. 한국의 만 14~19세 인구의 39%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고래로 우뚝 설까…상장 후 남은 과제
그런데 단순히 히트 상품 몇 개 터뜨렸다고 전통 은행들이 카카오뱅크에 위기감을 느끼지는 않을 것이다. 2010년대 초 모바일이 본격 도입되면서 플랫폼 경쟁 시대가 도래했다. 플랫폼 경쟁 시대에 가장 중요한 평가 지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쓰느냐’다. 카카오는 명실상부한 한국 플랫폼 강자다. 카카오 생태계 내에서 ‘혜택’, ‘편의성’, ‘연계 상품’ 등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들보다 모바일 뱅킹 시장에서 유리하다. 예컨대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고 카카오 모빌리티, 커머스와 데이터를 제휴해 신용 평가 모델을 개발하거나 모빌리티 포인트 충전 계좌를 카카오뱅크가 독점하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모바일 뱅킹 시장은 성장이 가파르다. 1년 새 2조8000억원(45.2%) 이상 증가하며 하루 평균 사용 금액이 9조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뱅크는 모바일 앱 이용자 수에서 이미 4대 시중은행을 앞지른다. 월간 실사용자 수(MAU)는 1300만 명 이상으로 금융 모바일 앱 중 1위다.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보는 시대에서 가장 많이 쓰는 앱으로, 카카오뱅크가 압도적인 역량을 보여주는 대목이면서 동시에 기존 은행들이 플랫폼으로의 변신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의 본질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줄이는 것이다. 즉 돈을 빌리는 사람이 갚을 능력이 되는지 안 되는지 효과적으로 해소하는 게 금융업의 본질”이라며 “카카오 등 빅테크(대형 IT 기업)는 정보가 집중되고 통제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이다. 전통 은행보다 온라인에 노출된 정보를 긁어 모아 기업을 새롭게 평가하는 방법을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분이 카카오뱅크가 고평가를 받는 이유다. 하지만 새로운 모델이 나오기까지 3~5년은 걸린다. 주가는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공모 가격은 방어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뱅크, 고래로 우뚝 설까…상장 후 남은 과제
고래로 도약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전통 은행과의 진검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시장점유율 측면에선 여전히 상위 시중은행들이 카카오뱅크를 앞서고 있는 상태다. 올해 1분기 카카오뱅크의 원화 예수금 점유율은 전체에서 2.3%밖에 안 된다. 이는 KB국민은행(27%), 신한은행(24%), 하나은행(22.8%), 우리은행(23.1%) 대비 현저히 낮다. 원화 대출금 점유율 역시 카카오뱅크는 9.1% 수준에 그친다.

또 카카오뱅크는 아직 기업 대출(개인 사업자 대출 등)을 출시하지 않은 반쪽짜리 은행이다.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는 IT 기술로 정교한 평가 모델을 개발해 새로운 대출 상품을 내놓아야 한다. 담보나 사업 가치를 평가하고 심사할 수 있는 전문 인력도 필요하다.

수수료 비율이 높은 고액 자산가들이 돈을 맡길지도 지켜볼 일이다. 자금력이 있는 세대인 50대 이상은 전체 이용자 중 15%에 그친다. 재미와 편의성도 중요하지만 고액 자산가를 끌어당기고 담보 대출 시장을 키우기 위해선 안전성과 전문적인 금융 관리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미 금융 시민 단체를 중심으로 카카오뱅크의 시스템 안전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지예 금융정의연대 사무국장은 “전세 자금 대출 등은 신용 대출과 달리 심사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며 “그동안 인터넷 은행은 모바일로 쉽게 접근하는 편의성을 강조했지만 전세 자금 대출 등에 대해선 ‘무조건 다 빨리 된다’는 식의 광고를 지양하고 소비자에게 어떻게 대출 심사가 진행되는지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또 이 같은 대출에 대해선 오프라인 창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 가치 고평가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대한 숙제도 있다. 아직까지 카카오뱅크가 진행 중인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사실 기존 금융사들이 수없이 해 온 사업이다. 증권사·카드사·저축은행 등과 제휴해 주식 계좌를 개설하고 신용카드를 발급하거나 맞춤 연계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인데 수익성은 낮다. 올해 1분기 기준 카카오뱅크 영업수익에서 플랫폼 비즈니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8%다.

게다가 시중은행들이 반격에 나서고 있다. 분산된 앱을 통합하고 비대면 금융 상품을 속속 내놓거나 배달 앱 등 비귬융으로 영역을 넓히며 플랫폼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인터넷 은행들은 다양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테크핀 기업들이 주주로 참여하고 있어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존 은행들도 플랫폼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비금융 사업과 제휴하거나 데이터 결합을 시도하고 있어 향후 주도적 플랫폼 사업자가 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