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29개 거느린 유통·금융 공룡으로 성장…이성희 회장, 유통 대변화·디지털 혁신 드라이브

[비즈니스 포커스]
농업협동조합회 창립. / 사진 농협 제공
농업협동조합회 창립. / 사진 농협 제공
농업협동조합(농협)이 8월 15일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1961년 농업인이 중심이 되는 자주적 협동 조직으로 출범한 농협은 현재 자회사 29개(지주사 포함)를 거느린 유통·금융 공룡으로 성장했다. 농협은 유통 대변화와 디지털 혁신으로 ‘새로운 100년 농협’을 구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 /사진 한국경제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 /사진 한국경제

농협중앙회
“유통 대변화와 디지털 혁신에 방점”


농민이 주주인 기업이 있다. 조합원 수만 211만2317명으로 한국 농업인(224만5000명)의 94.1%가 참여하는 농협이다. 농협은 농업인이 중심이 되는 자주적 협동 조직으로, 1961년 출범한 한국의 대표적 협동조합이다. 이 거대 조직은 2012년 3월 사업의 전문성과 시너지 효과를 더하기 위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으로 분할, 현재 1중앙회·2지주사(경제·금융)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농협의 최고 권력은 농협중앙회다. 전국 조합원 211만여 명, 자산 규모(지난해 농협중앙회 기준) 약 147조원, 29개 계열사(지주 포함)에 이르는 거대 조직을 이끌며 사회·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농협중앙회는 전국 1118개 농·축협이 가입한 연합 조직이고 농협경제지주와 농협금융지주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이러한 농협중앙회의 회장은 임기 4년 단임제에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농협중앙회 산하 계열사 대표 인사권과 예산권·감사권을 갖고 농업경제와 금융사업 등 경영 전반에 막강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중앙회의 현 사령탑은 이성희 회장이다. 이 회장은 2020년 제24대 신임 회장에 당선됐다. 이 회장은 낙생농협 조합장 출신으로, 1971년 낙생농협에 입사한 이후 45년간 농협에서 한 우물을 팠다. 특히 농협중앙회장 다음 요직으로 평가받는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장을 7년간 지냈다. 감사위원장 재직 시절에 전산 모니터링제도를 개선해 금융 사고 예방 시스템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앞서 치러진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 1차 투표에서도 1위로 결선에 올랐지만 결선 투표에서 김병원 전 회장에 역전패하며 고배를 마셨다. 이후 절치부심하며 24대 회장에 올랐다.

이 회장은 중앙회 이사, 감사위원장을 오랜 기간 역임하며 농협중앙회 운영에 밝고 경험이 풍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요 공약도 남달랐다.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농업인 월급제·농민수당·농업인 퇴직금제 도입, 하나로마트의 미래 산업화 육성 등을 내걸며 중앙회 수장으로서 출사표를 던졌다.

중앙회장 취임 후 농축산물 유통 변화와 농업 분야 디지털 혁신을 위한 중·장기 로드맵 마련에 사활을 걸었다. 농협이 온라인 사업에 첫 도입한 ‘디지털풀필먼트센터(DFC)’ 시스템은 이 회장이 강조해 온 유통 대변혁과 디지털 혁신을 위한 역점 사업으로,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기 위해 기존의 오프라인 매장 내에 별도로 마련한 전용 공간이다. DFC 시스템을 통해 기존에 수작업으로 이뤄지던 피킹과 패킹 업무가 대폭 개선돼 주문부터 배송까지 2시간 이내에 배송되는 ‘싱싱배송’과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배송 받을 수 있는 ‘정시배송(예약 배송)’ 서비스가 가능해졌다. 연내 11개 유통센터에 적용해 농협의 농축산물 온라인 소매 부문의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미국 아마존의 인공지능(AI) 무인 매장인 ‘아마존 고’ 기술을 한국 최초로 자체 개발해 ‘AI 스토어’를 선보였다. 야간에 셀프 바코드 스캔 등을 통해 운영되고 있는 하이브리드형 매장에서 업그레이드해 바코드 스캔 과정을 생략,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향후 독립형 매장을 점진적으로 확대해 농협하나로마트의 디지털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임기 1년 만에 이익도 실현했다. 농협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비상 경영 체제를 가동, 2020년 종합 손익 9640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2012년 사업 구조 개편 이후 처음으로 현금 수지 흑자를 달성한 것으로, 차입금 규모를 감축하고 재무 구조를 개선하는 전환점을 맞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로 2년 차, 앞으로 남은 임기 2년간의 숙제는 국민이 체감하는 유통 대변화를 완성하고 디지털 전환을 선도적으로 이끄는 것이다. 2025년까지의 중·장기적 미션은 ‘농업이 대우받고 농촌이 희망이며 농업인이 존경받는 함께하는 100년 농협’이다. 이 회장은 “농업인과 소비자 모두에게 최고의 가치를 제공하는 유통 혁신, 농업·농촌과 농협의 미래 경쟁력을 갖추는 디지털 혁신, 농협의 정체성과 경영 기반을 내실화하는 조직 운영 혁신 등 과감한 혁신이 농협 비전 실현의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60돌 맞은 농협, 새로운 100년 ‘농토피아’ 이끈다
금융지주·경제지주
“디지털 전환에 박차, 변화에 선제적 대응”


지난해 연결 기준 자산 규모 483조원의 농협금융지주 또한 농협의 중추다. 2012년 분리된 이후 NH농협은행·NH투자증권·NH농협생명·NH농협손해보험·NH-Amundi자산운용·NH농협캐피탈·NH저축은행·NH농협리츠운용·NH벤처투자 등 9개 금융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금융지주 회장직은 농협의 특수성을 이해하면서도 금융 분야에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여기에 금융지주의 지분을 보유한 농협중앙회는 물론 금융 산업의 특성상 당국과의 네트워킹에도 신경 써야 하는 어려운 자리다.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 사진 한국경제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 / 사진 한국경제
올해 초 농협금융지주 사령탑에 오른 손병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1962년생으로 진주고와 서울대 농업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에 입사한 농협 내 대표적인 기획·전략통이다. 2015년 스마트금융부장 재임 시 NH핀테크혁신센터 설립, 한국 최초의 오픈 API 도입에 기여했고 2019년부터 농협금융지주 사업전략부문장과 경영기획부문장, NH농협은행 은행장을 역임하면서 농협금융의 최근 호실적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협금융은 2012년 출범 이후 줄곧 관료 출신의 금융 전문가를 영입해 왔지만 이번에 내부 출신인 손 회장을 선임하면서 초대 신중식 회장 이후 둘째로 관행을 깼다. 그의 ‘디지털 전문성’이 주효했다.

손 회장이 이끈 금융지주 상반기 성적표는 ‘A+’다. 금융지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조28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0.8% 증가하며 금융지주 출범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핵심 자회사인 NH농협은행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856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 증가했다. NH투자증권도 동기 대비 101.7% 증가한 52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며 그룹의 손익 증대를 이끌었다.

손 회장은 앞으로 정보기술(IT) 시스템에 투자를 강화하며 디지털 가속화로 시장을 주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은행 3200억원, 생명 484억원, 증권 469억원 등 약 5000억원을 IT 부문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한 내년 3월이면 금융지주회사 체제 전환 10주년을 맞이하는 만큼 ‘미래 10년’을 위한 새로운 비전과 경영 원칙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손 회장은 “변화와 혁신을 통한 시장 경쟁력 제고로 농협금융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히 수행하고 국민과 농업·농촌에 기여하는 새로운 10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지주사인 농협경제지주는 농업인이 영농 활동에 안정적으로 전념할 수 있도록 생산·유통·가공·소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 사업을 지원한다. 경제 사업 부문은 크게 농업경제 부문과 축산경제 부문으로 나눠지며 각각 부문 대표가 있다. 농산물 생산·유통·가공·판매에 필요한 15개의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장철훈 농협경제부문 대표이사 /농협경제지주 제공
장철훈 농협경제부문 대표이사 /농협경제지주 제공
지난해 농업경제 수장에 오른 장철훈 농업경제 대표는 전남 목포 출신으로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농협에 입사, 중앙회 기획실장, 농협경제지주 회원경제지원본부장 등 요직을 거쳤다. 이 회장의 첫 임원 인사에서 발탁됐다.

장 대표는 취임 이후 운영의 내실을 다져 농산물의 판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농가 소득을 높이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이를 위해 농협의 로컬 푸드 직매장 수를 늘리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의 로컬 푸드 직매장은 여러 단계의 유통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역 생산자가 직접 가격 결정, 매장 진열, 재고 관리, 판매하는 직거래 방식의 농식품 판매장이다. 독립 판매점 또는 하나로마트 등의 매장 안에 로컬 푸드 직매장을 마련한 형태로 운영된다.

농협의 로컬 푸드 직매장은 2012년 전북 완주 용진농협의 1호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약 400개소로 확대해 3만5000명에 달하는 중소 농업인에게 안정적 판로를 제공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는 자회사인 농협하나로유통과 함께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초에는 전라남도 장성군에 농협 하나로유통의 지능형 물류센터를 개장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가기도 했다. 이 물류센터 내부에 자동화 설비를 구축해 기존 물류센터보다 생산성을 약 30% 늘렸다는 게 농협경제지주 측의 설명이다.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 /사진 농협경제지주 제공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 /사진 농협경제지주 제공
축산경제 수장인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 대표는 올해로 3선이다. 김 대표는 1983년 축협중앙회에 입사해 농협에서 축산지원부 단장, 축산경제기획부 부장 등 축산 관련 요직을 두루 거쳤다. 37년간 축산부문에서 근무한 정통 축산맨으로, 2016년부터 축산경제 대표로 재임했다. 미허가 축사 적법화, 가축 질병 방역 등 주요 축산 현안 해결과 축산 농가의 소득 증대와 축산물 판매 유통 확대라는 농협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농축산물 수입 개방 등 각종 어려움 속에서도 식량 안보를 지키고 경제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끊임없이 달려왔다”며 “농축산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유망 산업으로, 이러한 추세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스마트 기술을 통해 농가의 생산성을 높이고 환경 친화적인 농축산업을 만드는데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