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택자 이상 보유자, 매매 대신 가족 증여 선택

[아기곰의 부동산 산책]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전경. /한경DB
다주택자를 압박하기 위해 여당에서 양도세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주택자였다가 다른 주택을 모두 처분하고 1가구 1주택자가 된 경우 장기보유특별공제 기간을 1주택자가 된 날로부터 기산한다는 내용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혜택을 줄이고 다주택자 소유 매물이 시장에 나오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의도와 달리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2012년 A 아파트를 취득해 현재까지 거주하고 있고 2015년 B 아파트를 투자용으로 취득했다고 가정해 보자. 2020년 이전에는 B 아파트를 팔고 다음 날 A 아파트를 팔더라도(B 아파트는 과세 대상이지만) A 아파트는 비과세 대상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B 아파트를 팔고 다음 날 A 아파트를 팔면 A 아파트도 과세 대상이 된다. 비과세 혜택을 받으려면 1주택인 상태에서 2년을 더 보유해 2023년 이후 처분해야 양도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더욱이 양도가가 9억원이 넘는 고가 주택이라면 장기보유특별공제가 문제가 된다. 현행 법에서는 1주택이 된 A 아파트를 팔면 최초 취득일부터 보유 기간을 산정한다. 위의 사례에서는 A 아파트를 10년 보유·거주해 2023년 이 아파트를 팔면 80%에 해당하는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여당에서 추진하는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과거 오랜 기간 동안 보유하고 거주했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1주택이 된 날로부터 장기보유특별공제 기간을 적용하려고 한다. 단, 그 적용 시점을 2023년부터로 하려고 한다.

결국 2주택자인 위 사례의 경우 (올해나 내년에 B 아파트를 처분하지 않고) 2023년 처분한다고 하면 A 아파트에서 10년간 거주한 것 자체를 인정받을 수 없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없다. 이 사람이 80%의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으려면 (2023년이 아닌) 2033년 이후 처분해야만 한다.

핵심은 2023년 1월 1일 기준으로 1주택자가 된 사람에게만 과거의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A 아파트를 ‘인질’ 삼아 B 아파트를 내년에 처분하도록 압박하는 셈이다.

2·3주택자 압박하는 여당, 4주택 이상에는 무의미

여당이 추진 중인 이 개편안은 주택을 2~3채만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이다. 이보다 많은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에게는 무의미하다.

예를 들어 아파트 10채를 가지고 있는 다주택자는 이 법의 취지에 따르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양도소득세의 특성 때문이다.

한국의 양도소득세는 분리 과세가 아니라 합산 과세다. 다시 말해 B라는 아파트의 양도 차익(정확하게는 과표)이 1억원이고 C라는 아파트의 양도 차익이 1억원이라고 하면 한 해에 한 채씩만 팔면 각각 2010만원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반면 두 아파트를 같은 해에 팔게 되면 과표가 2억원이 되면서 양도소득세는 5660만원으로 불어난다. 두 해에 걸쳐 처분하는 것보다 1640만원의 양도소득세를 더 내는 것이고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그 차이는 1804만원까지 벌어진다.
그런데 이것은 한 해에 두 채만 팔았을 경우다. 여러 채를 판다면 기하급수적으로 세금이 늘어난다. 올해부터 강화된 다주택 중과세까지 감안하면 입법 취지와 달리 다주택자가 주택을 처분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한다. 정확하게는 처분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양도소득세 중과세 때문에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고 있다. 현행 양도소득세 중과 세율이 가혹하다고 할 만큼 높기 때문이다.
다주택자 압박 위한 여당의 ‘양도세제’ 카드…시장매물 줄어드는 역효과 낸다
주택 매매 자금 증여보다 부동산 양도가 더 유리

2015년부터 올해 6월 말까지 반기별로 월평균 아파트 증여 건수를 나타낸 자료를 보면 두 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는 증여 건수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정부 때보다 최근의 월평균 증여 건수가 두 배 이상 많아졌다.

둘째는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 강화 시점이라는 것이다. 8·2 조치로 다주택자에게 중과세가 시작됐다. 3주택자 이상에게 과표의 20%, 2주택자에게는 10%의 징벌적 과세를 부과한 것이다.

이것이 지난해 7·10 조치 때 각각 30%, 20%로 중과세율이 상향 조정됐다. 과표가 1억원인 3주택자의 매물이 있다면 예전에는 (지방소득세를 포함해) 2211만원의 세금만 내면 됐지만 지금은 5511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본인의 몫보다 세금이 더 크다는 뜻이다. 이렇게 처분하고 나서 가족에게 현금을 증여하려고 하면 또 증여세를 내야 한다. 결과적으로 제삼자에게 주택을 팔고 나서 그 자금을 증여하는 것보다 본인 소유의 물건을 가족에게 증여하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하게 된다.

결국 다주택자들은 정부에서 아무리 압박을 가하더라도 보유 주택을 처분하기보다 차라리 증여라는 대안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이렇게 증여되면 5년간 그 매물은 시장에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여의 목적이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하려는 것도 있지만 취득가액을 높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최초 취득가가 1억원이고 양도가(과표)가 6억원인 매물이 있다고 하면, 이를 제삼자에게 팔게 되면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해 1억8766만원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런데 이를 배우자에게 증여하면 증여 공제가 적용돼 증여세는 한 푼도 내지 않는다.


또한 취득가가 6억원이 되기 때문에 나중에 이 매물을 팔면 장부상 양도 차익이 줄어들면서 양도소득세가 극적으로 줄어든다.

다만 제삼자에게 양도 직전 증여하는 편법을 방지하기 위해 증여한 후 5년 이내에 양도하면 취득가는 증여가가 아니라 최초 취득가를 적용한다. 결국 증여 받은 사람은 5년 동안 그 물건을 팔 수 없다는 뜻이다.

결국 증여가 늘어날수록 시장에서 매물은 사라진다. 시장에 매물을 늘리려는 목적으로 양도세제를 강화할수록 시장에 매물이 줄어드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아기곰 ‘아기곰의 재테크 불변의 법칙’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