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적된 후기는 사용자에게 좋은 정보로…‘악성 리뷰’는 강경하게 대응
[비즈니스 포커스] 배달부터 중고 거래까지 우리 생활 곳곳에 ‘플랫폼 기업’이 파고들었다. 플랫폼은 개인과 개인, 혹은 개인과 업체를 연결해 준다.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통하는 시대, 편리함은 더욱 늘어났다.플랫폼을 통해 무언가를 주문하거나 구매할 때 참고하게 되는 것이 ‘후기’다. 사용자들은 후기를 통해 결정한다. 동시에 후기와 별점으로 구매의 만족도를 남긴다. 이렇게 쌓인 후기들은 다른 사용자들에겐 좋은 정보로, 기업엔 마케팅에 사용할 수 있는 빅데이터가 된다.
한편 후기가 쌓이면 쌓일수록 부작용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기업들은 광고성 리뷰와 악성 리뷰, 별점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광고성 리뷰’ 걸러내야 플랫폼 신뢰도 올라가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는 최근 광고와 거짓 후기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강남언니’에 사용자들의 후기는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 이 기업이 진출한 미용·의료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꼽히는 것이 의료인과 환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이다. 이러한 불공평을 해결하는 것에 ‘후기’가 큰 역할을 도맡는다.
강남언니는 피부과·성형외과·한의원 등 비급여 병원의 의료 정보를 제공한다. 2015년 1월 출시돼 현재 국내 가입자 300만 명, 입점 병원 800개를 확보했다. 지난해 12월 일본 현지에 진출해 가입자 30만 명, 입점 병원 500개로 현지 1위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강남언니를 통해 병원을 이용한 환자는 자신이 방문한 병원에 대한 경험담을 치료 전후 사진, 시술비용, 집도 의사 등의 정보와 함께 선택적으로 작성, 등록한다.
강남언니는 지난 1월 실제 방문을 인증하는 영수증 후기 시스템을 도입했다. 또 강남언니는 베스트 후기를 선정해 메인 화면에 ‘강언s픽’ 콘텐츠로 게재한다. 여기에 가짜 후기와 불법 브로커를 차단하기 위해 올해부터 ‘클린 클리닉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데이터 분석과 딥러닝 등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가짜 후기를 구분하고 걸러 낸다.
핵심은 실제 유저와 함께 가짜 후기를 강요하는 병원을 찾아내는 것이다. 강남언니는 지난 6월부터 유저 전화 조사 등 가짜 후기가 신고된 모든 병원에 페널티를 주고 있다. 병원이 시술 후기 작성을 강요하거나 후기를 작성하면 할인해 주거나 대리 작성을 위한 계정 양도를 요구하거나 후기 보증금을 요구하는 경우 페널티에 해당된다. 모든 가짜 후기는 신고받는 즉시 애플리케이션(앱)에서 삭제되고 10회 신고 시 1주일간 앱 내 광고를 하지 못한다. 또 20회 신고가 누적된 병원은 앱에서 퇴점 조치된다. 강남언니 관계자는 “가짜 후기를 걸러 내기 위한 기술 적용, 유저 참여, 병원 페널티 등을 통해 광고비만 많이 쓰는 병원이 아니라 신뢰도가 높은 병원이 앱 유저에게 더 많이 노출되는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늘어나고 있는 중고 거래에서도 후기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과 개인 간 거래인 만큼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 서로에 대한 판매와 신뢰가 뒷받침될 때 건전한 거래 문화가 정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번개장터 이용자는 각각 하나의 ‘상점’으로 상점 정보 페이지를 통해 후기·문의·판매 내역 및 팔로워·팔로윙을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가 남긴 거래 후기는 해당 판매자의 신뢰도를 평가하는 척도다. 구매자는 각 상점에 최대 6장의 사진을 첨부할 수 있고 0.5 단위로 5점 만점의 별점을 남긴다. 8월 10일 기준 번개장터에 포스팅된 전체 후기 개수는 약 550만 개다. 포스팅된 모든 후기의 평균 평점은 5점 만점에 4.81점이다.
부작용도 있지만…쌓이면 데이터 되는 후기
번개장터는 실제로 거래를 완료한 사용자만 상점 후기를 남길 수 있게 해 허위 후기를 방지하고 있다. 구매자는 거래 완료 후 180일 내에만 후기를 작성할 수 있고 동일한 거래에 중복으로 후기를 남길 수 없다. 또 어뷰징을 방지하기 위해 같은 기기를 사용하는 상점 간에는 후기를 작성할 수 없고 악성 후기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후기에 대한 답글 등록과 신고 기능도 제공하고 있다. 번개장터 관계자는 “번개장터는 거래 없이 허위로 거래 기록을 만들어 후기를 남기는 것과 대가를 받고 허위로 후기를 만드는 것을 금지하고 있고 이를 위반한 이용자는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플랫폼 기업들이 후기와 별점 관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와 관련해 여러 부작용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이 악의적인 리뷰를 게시하고 환불이나 물질적 대가들을 요구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이 때문에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배달 플랫폼들은 자영업자들을 보호하는 데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최근엔 방송통신위원회도 정책 마련에 나섰다. 방통위는 7월 11일 악성 리뷰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온라인 플랫폼 이용 사업자 보호를 위한 정책 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리뷰와 별점 제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원스톱 피해 구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부작용도 있지만 축적된 후기는 플랫폼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대표적인 플랫폼은 한국의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OTT)를 대표하는 ‘왓챠’다. 지금은 넷플릭스와 경쟁하는 토종 OTT의 대표 주자지만 왓챠의 시작은 2011년 영화평 후기와 추천을 나누는 서비스에서 출범했다. 왓챠가 입소문을 탄 것도 별점을 기반으로 이뤄진 추천이 매우 정확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왓챠에 따르면 8월 10일 기준으로 쌓여 있는 별점 평가만 6억2000만여 개다. 이러한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왓챠는 머신러닝과 인공지능(AI)으로 고도화된 개인화 추천 엔진을 통해 자신의 취향에 최적화된 콘텐츠 큐레이션을 제공한다. 왓챠는 유저가 남긴 별점 데이터를 활용해 콘텐츠 큐레이션을 제공하고 기존의 작품 평가를 분석해 각 개별 콘텐츠에 대한 사용자의 예상 별점도 제시하는 등 정교화된 추천 알고리즘을 선보이고 있다.
사용자들은 왓챠나 왓챠피디아 페이지에서 5점 만점의 별점 평가를 남길 수 있다. 별점과 함께 작품에 대한 개인 코멘트도 남길 수 있다. 추천의 정확성을 위해 왓챠를 처음 시작할 때 최소 10개 이상의 영화 평점을 내리도록 한다. 또 작품을 모두 감상한 뒤 ‘방금 본 작품은 어떠셨나요’라는 문구와 함께 별점 평가를 남길 수 있도록 돼 있어 유저가 자신의 솔직한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왓챠 관계자는 “유저가 남긴 별점 평가가 실제 자신의 감상 경험과 일치할수록 더욱 정확한 콘텐츠 추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순도 높은 평가를 유도할 수 있도록 돼 있다”고 말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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