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넘치는 콘셉트 스토어 연이어 열고 브랜드 경쟁력 강화…시장 독주 원동력

[비즈니스 포커스]
한옥 콘셉트로 운영 중인 배스킨라빈스 삼청 마당점.
한옥 콘셉트로 운영 중인 배스킨라빈스 삼청 마당점.


안국역 1번 출입구를 빠져나와 푸르른 나무가 우거진 삼청동 돌담길을 쭉 걸어올라 가다 보니 아담한 한옥 매장이 하나 등장했다. 휴일 오전인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까지 심상치 않아 삼청동 거리에는 인적 자체가 드물었는데 이곳은 예외였다.

아침부터 시작된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매장 앞에 조성된 마당에는 몇몇 사람들이 앉아 담소를 나누며 커피나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공간이 넓지는 않았지만 내부 역시 손님들로 북적였다. 8월 8일 찾은 ‘배스킨라빈스 삼청 마당점(이하 삼청점)’의 모습이다.

SPC그룹의 비알코리아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가 최근 소비자들 사이에서 ‘핫 플레이스’로 주목받고 있다.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혁신’을 기치로 내걸고 뚜렷한 특징을 가진 이른바 ‘콘셉트 스토어’를 지속적으로 선보이고 나선 결과다. 삼청점도 그중 한 곳이다.

삼청점은 외관부터 독특하다. 전통차를 팔 것만 같은 느낌의 한옥을 콘셉트로 만들어진 매장 앞에는 ‘배스킨라빈스’를 영문으로 새긴 나무 현판이 걸려 있다. 동서양의 이색적인 조화가 눈길을 끈다. 보라색 선을 활용해 마당에 설치한 미술 작품도 볼거리다.

비알코리아에 따르면 이 작품은 정열 설치 미술 작가와 협업해 만들었다. 한옥 콘셉트에 걸맞게 한국의 문화유산인 삼베짜기를 모티브로 한 작품이라는 설명이다.

점포 내부에서도 이곳만의 특징이 곳곳에 묻어난다. 서까래부터 목재 기둥 그리고 창문까지 한옥의 특징을 최대한 살려 내부 인테리어를 구성했다. 아이스크림 진열대에는 식재료를 보관하는 가마솥도 있다.

메뉴 구성 역시 일반적인 매장과 다르다. 아이스크림 외에도 ‘흑임자 라떼’, ‘십전대보차 블렌디드’ 등 이곳을 찾아와야만 맛볼 수 있는 제품들을 판매 중이다. 삼청점은 지난해 10월부터 영업을 시작했는데 오픈 이후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삼청동의 명소 중 한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날 역시 매장 안에 들어가지 않고 건물 앞에서 사진만 찍고 가는 이들을 여럿 볼 수 있었다.2017년부터 매장 변신 시도비알코리아가 삼청정과 같은 콘셉트 스토어를 구축하며 배스킨라빈스에 변화를 주기 시작한 것은 2017년부터다.

내부적으로 이제는 새로운 배스킨라빈스의 모습을 보여줘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진 것이 이유다.

배경은 이렇다. 오랜 기간 많은 소비자들이 배스킨라빈스를 찾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오직 아이스크림을 먹기 위해서였다. 이 점이 바로 비알코리아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1980년대 말 한국 시장에 들어온 이후 매년 가파르게 매출 성장을 이어 왔지만 향후에도 이런 성장세를 이어 가기 위해선 아이스크림 외에도 소비자들에게 자극을 줄 만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아이스크림 맛을 지키면서 이전과 다른 공간 구성을 통해 소비자들을 점포 안에 그러모으자는 결론을 내렸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고객이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직영점을 출점해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 준다면 전체 가맹점까지 그 효과가 퍼질 것이라는 기대감 역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2017년 첫 콘셉트 스토어인 브라운 청담점을 시작으로 매년 그 수를 하나둘 늘려 나갔다.

유명 예술가나 브랜드, 인기가 높은 캐릭터 등과의 협업을 통해 신규 특화 점포를 계속 출점해 나간 끝에 비알코리아는 현재 약 11개의 배스킨라빈스 콘셉트 스토어를 운영하기에 이르렀다.
천편일률적인 매장은 'NO'…‘핫플’ 떠오른 배스킨라빈스
매장별로 강력한 ‘무기’ 앞세워 고객 유입
콘셉트 스토어는 존재 목적이 브랜드 경쟁력 강화다. 따라서 삼청점을 비롯한 각각의 점포들은 저마다 고객을 끌어들이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만한 강력한 ‘무기’들을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로 배스킨라빈스 석촌호수점(이하 석촌호수점)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6월 문을 연 이곳은 미래의 고객이라고 할 수 있는 어린이들을 겨냥해 ‘핑크퐁’과 협업해 만든 매장이다.

직접 찾은 석촌호수점은 키즈 카페를 방불케 했다. 여기저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기 상어’ 캐릭터들을 매달아 놓았고 캐릭터 인형도 판매 중이었다. 매장 한쪽에는 ‘에어포켓 그물 놀이터’라는 이름의 꽤나 큰 규모의 놀이 공간도 있다. 이 놀이터는 구매 영수증만 있으면 추가 비용을 내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
핑크퐁과 협업해 꾸민 배스킨라빈스 석촌호수점은 키즈 카페를 방불케 한다.
핑크퐁과 협업해 꾸민 배스킨라빈스 석촌호수점은 키즈 카페를 방불케 한다.
석촌호수점 또한 ‘엄마 상어 딸기주스’ 등 이곳에서만 파는 메뉴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다른 배장과 비교해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그런가 하면 배스킨라빈스 압구정역점(이하 압구정점)은 석촌호수점과 완전히 정반대의 느낌을 준다. 기존에 운영하던 매장을 지난해 초 새롭게 리모데링한 압구정점은 라틴어로 빛과 조명을 뜻하는 ‘루민(lumine)’ 콘셉트를 테마로 구성했다.

베이지 톤으로 꾸민 매장 정중앙에 크고 화려한 조명을 달아 고급 레스토랑이나 바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이 분위기에 맞게 압구정점에서는 ‘브라운치즈 와플 아이스크림’, ‘아이스크림 퐁듀’와 같은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비알코리아의 콘셉트 스토어 전략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내릴 만하다. 실적에서도 나타난다. 콘셉트 스토어 전략을 펼친 이후 배스킨라빈스의 매출은 더욱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했다.

배스킨라빈스는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라는 악재 속에서도 전년 대비 10% 오른 약 49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상승세를 이어 갈 수 있었다.
천편일률적인 매장은 'NO'…‘핫플’ 떠오른 배스킨라빈스
특히 지난해는 수많은 아이스크림 전문점 브랜드들이 점포 수를 축소한 상황이라 배스킨라빈스의 배출 상승세가 더욱 돋보인다. 배스킨라빈스의 아이스크림 전문점 시장 독주 체제는 더욱 굳건해졌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비알코리아는 향후에도 계속해 오프라인 점포 혁신을 이어 갈 방침이다.

다만 그 방향은 지금까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 앞으로는 콘셉트 스토어보다 얼마 전 서울 삼성동에 문을 연 플래그십 스토어 ‘배스킨라빈스 파르나스점(이하 파르나스점)’과 같은 형태의 점포를 점차 확장해 나갈 계획이라는 게 비알코리아 측의 설명이다.
플래그십 스토어인 배스킨라빈스 파르나스점. 앞으로 이런 형태의 점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플래그십 스토어인 배스킨라빈스 파르나스점. 앞으로 이런 형태의 점포를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비알코리아 관계자는 “콘셉트 스토어는 주로 다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매장이 구성되다 보니 출점 과정이나 수를 늘리는 일이 쉽지 않다”며 “플래그십 매장을 점차 늘려 소비자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파르나스점은 이런 확장선 부분을 염두에 두고 심혈을 기울여 구성한 점포다. 미국 유명 인테리어 디자인 브랜드 오스모스(OSMOSE)와 협업해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또한 31가지가 아닌 100가지 아이스크림을 판매하며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넓혔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