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프로에이치엔·GST·디와이피엔에프·이엔드디 수혜주로 떠올라

[화제의 리포트]
이번 호 화제의 리포트는 홍세종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 외 4명이 펴낸 ‘전자 장비 및 기기-새로운 시대, 새로운 산업’을 선정했다. 홍 애널리스트는 “최근 기업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참여 확대와 관련한 펀드 활성화 등으로 새로운 투자 국면을 맞이했다”며 “한국 주요 기업들은 환경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로 선제적 투자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 설비 투자 확대에 따른 정보기술(IT)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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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재단은 환경 오염에 대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1992년부터 매년 ‘환경 위기 시각’을 발표하고 있다. 세계 각국 환경 관련 전문가를 대상으로 기후 변화, 생물 다양성, 토양 변화 등 항목을 조사한다. 측정된 시각에 따라 0~3시는 ‘양호’, 3~6시는 ‘불안’, 6~9시는 ‘심각’, 9~12시는 ‘위험’ 수준을 나타낸다.

지난해 세계 환경 위기 시각은 9시 47분으로 지난 3년간 ‘위험’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한국의 환경 위기 시각은 9시 56분으로 세계 환경 위기 시각보다 9분 앞서 있다. 각종 산업 시설에서의 유해 화학 물질 유출 사고, 일회용품 사용 증가로 인한 쓰레기 대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륙별 환경 위기 시각은 북미(10시 33분), 오세아니아(10시 20분), 서유럽(9시 59분), 아시아(9시 44분), 중미(9시 38분) 순이다. 미국·중국·영국·호주 등은 10시가 넘는 국가들로, 세계적으로 환경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 역시 IT와 중화학에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감안하면 환경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기후 위기는 모든 대륙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 정부는 2019년 5월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한국판 그린 뉴딜인 ‘제3차 녹색 성장 5개년 계획’을 발표, 에너지와 모빌리티 등 산업 모든 분야에 걸친 탈석탄화로의 개혁을 선포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2050 탄소 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하고 지난 5월 2050 탄소중립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공식 출범시켰다. 위원회는 기후 변화 대응과 탄소 중립을 위한 정책 수립부터 심의, 의결을 담당하는 탄소 중립 정책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검토 중인 ‘2050 탄소 중립 시나리오’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와 함께 오는 10월 말 발표될 예정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온실가스 잠정 배출량은 6억5000만 톤으로 추정된다. 2019년 잠정치 대비 7.3% 줄어든 수치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분야별로 발전·화학·철강 등 산업 부문과 수송 부문의 에너지 소비가 줄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면서 국내총생산(GDP) 10억원당 배출량은 199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것으로 추정된다. 탄소 배출량 감축에 속도 내는 대기업
친환경 생산 체계 돌입한 삼성‧SK…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투자 포인트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는 제조 특성상 폐기물과 온실가스가 많이 배출된다. 6대 온실가스 중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의 주요 배출원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이다. 지구온난화지수(GWP)는 이산화탄소의 지구온난화 영향이 1일 때 이와 비교한 지구온난화지수를 나타낸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에서 배출되는 PFCs와 SF6의 GWP는 각각 6500~9200, 2만3900이다.

2016~2018년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꾸준히 증가했다. IT 수요와 투자 확대, 공정 미세화, 장비 대수 증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특히 PFCs는 반도체 공정에서 같은 기간 배출량이 94.9% 증가했고 SF6는 디스플레이 공정에서 연간 300만 톤에 이르는 배출량을 유지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 저감이 중·장기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제조 과정에서 온실가스와 오염 물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관리 방안을 수립,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플래닛 퍼스트(PlanetFirst)’와 SK하이닉스의 ‘그린(Green) 2030’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의 IT 산업을 대변하는 2개 거대 기업의 목표인 친환경 생산 체계는 재생에너지 사용 확대, 폐기물 매립 제로 인증 획득, 재생에너지 100% 이용(RE100) 이행 등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유럽·중국에서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달성했다. 공정 가스 처리 설비 효율 개선, 고효율 설비 교체 및 제조 공정 효율화 등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통해 사업장에서 예상 배출량 대비 총 709만1000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했다.

삼성전자는 온실가스 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공정 가스 처리와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하고 있다. 공정 가스 처리 시설의 효율을 향상하기 위해 설비에 투입되는 회생 촉매 시스템(RCS : Regenerative Catalytic System) 촉매에 금속을 첨가해 공정 가스 처리율을 87%에서 90%로 높이고 대체 가스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다. 제조 공정에서는 인프라 설비에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부대 설비 운전·온도 조건 개선, 고효율 설비와 습식 스크러버 중성화를 실행하고 있다.

SK하이닉스도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교체, 1차 스크러버 전력 최적화, 폐기물 재활용률 증가 등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회사는 온실가스와 대기 오염 관리를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사업장 내 에너지 사용 시스템을 최적화하고 있다. 또한 반도체 제조 장비에서 온실가스의 원인이 되는 공정 가스 처리를 위해 스크러버를 활용해 3단계 처리 절차를 도입하고 있다. 미세먼지의 원인인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질소산화물 포집(De-NOx) 시스템 개발을 통해 질소산화물도 처리하고 있다.
친환경 생산 체계 돌입한 삼성‧SK…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투자 포인트
소재 사업 중소형 업체에도 기회
한국의 주요 기업들은 환경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패스트 팔로워로 선제적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런데 환경 문제는 한국 대기업의 참여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중소기업을 포함한 주요 산업에서의 동시 다발적 친환경 투자와 상호 업무 지원, 정부 정책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친환경 생산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노력들은 장비·소재 사업의 중소형 업체에 새로운 기회가 될 가능성이 높다.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4개 기업은 에코프로에이치엔·GST·디와이피엔에프·이엔드디 등이다. 에코프로에이치엔은 친환경 설비 투자 확대에 따라 온실가스 저감 장치 사업의 강화가 예상된다. GST는 스크러버 장비 수혜가 예상돼 중·장기 성장성이 크다. 디와이피엔에프는 환경 오염 물질 제거 설비 수주 확대가 기대되고 이엔드디는 차량 미세먼지 저감 사업으로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을 보인다.

정리=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