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선대 확장도 실적 개선에 힘 보태…“하반기 카타르 LNG선 사업 성과 기대”

[비즈니스 포커스]
팬오션은 13년만에 분기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한국경제신문)
팬오션은 13년만에 분기별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한국경제신문)
한국의 대표 벌크선사 팬오션이 13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리먼 브라더스 위기가 해운 시장을 덮치기 직전인 2008년 4분기(1200억원) 이후 처음으로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각국이 꺼내든 경기 부양책 카드가 해상 물동량을 늘리면서 컨테이너와 벌크 시장 모두 운임이 연일 최고치를 찍고 있다. 팬오션을 비롯한 선사들의 2분기 실적이 껑충 뛴 이유다. 올 1분기부터 꾸준히 확보해 온 선대 확장도 팬오션의 실적 상승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BDI 상승에 13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 올린 팬오션

3분기 들어 3000 넘은 BDI

팬오션은 8월 12일 올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4.3% 증가한 112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1조12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3% 증가했다. 상반기 실적으로 봐도 상승세가 뚜렸했다. 팬오션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5.7% 증가한 1조8098억원, 영업이익은 57.6% 증가한 1609억원이다.

팬오션의 이 같은 실적은 해운 시황의 전반적 상승에 따른 결과다. 올 상반기 벌크선 시황의 바로미터인 발틱운임지수(BDI)는 전년 동기 대비 357% 폭증했다. 클락슨에 따르면 8월 11일까지 BDI 평균치는 2447로 지난해 평균인 1066을 크게 뛰어넘었다. 올해 BDI가 3418로 최고점을 찍은 반면 지난해 최고치는 2097에 불과했다. 특히 3분기 들어 BDI가 3000을 넘었다. 올해 7~8월 평균 BDI는 3230을 유지하고 있다. 나민식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요 측면에서 중국·호주 간 갈등으로 철광석 톤마일 증가, 미국 1조 달러 인프라 투자 법안 통과로 기타 건화물의 물동량 상승이 기대되고 있다”고 향후 벌크선 시장을 전망했다.

팬오션의 올 1분기 실적은 2020년 4분기 맺은 계약 때문에 BDI의 상승분이 모두 반영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2분기부터는 BDI 상승분이 직접적으로 반영되면서 실적이 크게 증가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분기에는 상반기 BDI 상승분의 97.3%가 정상적으로 반영됐다. 이에 따라 팬오션의 벌크 부문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4.1% 증가한 8073억원, 영업이익은 182.8% 상승한 1012억원을 기록했다.

물론 시황의 덕만을 본 것은 아니다. 팬오션이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낸 것에는 선대 확장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팬오션은 올해 1분기 선제적으로 중고선과 장기 용선대를 확보해 운영 선대를 확보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해운 시장은 선대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이다. 연일 운임이 치솟고 있는 컨테이너 시장은 화주들이 선박을 구하지 못해 HMM을 비롯한 국적 선사들이 임시 선박을 투입하고 있다.

팬오션은 벌크선 선대를 지난해 4분기 186척에서 올해 1분기 221척, 2분기 257척으로 확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팬오션이 1분기 저렴한 용선료와 용선한 선박 35척에서 발생하는 이익이 4분기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분기에 용선한 선박들은 1분기 대비 용선료가 상승했지만 2~3년 장기 계약을 통해 용선료를 시장가 대비 20% 낮췄다는 것이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하반기에는 상반기 대비 우호적인 운임과 2분기 추가적으로 용선한 선박들의 이익 기여 효과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팬오션 관계자는 “철저한 시장 분석으로 탄력적으로 선대를 확보·운용한 결과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BDI 상승에 13년 만에 분기 기준 최대 실적 올린 팬오션

곡물 다음은 LNG…수송력 늘리는 팬오션

그간 팬오션은 모기업인 하림그룹과의 시너지를 통해 곡물 운송 사업을 꾸준히 늘려 왔다. 지난해 9월 미국의 곡물 터미널 운영사 EGT의 지분 36.25%를 인수하면서 곡물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곡물 수송에 이어 최근 팬오션은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확대에 나선다. 팬오션 관계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실천하는 지속 가능 기업을 목표로 LNG 사업 등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팬오션은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과 LNG 운반선 2척 장기 대선(TC)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팬오션은 7월 14일 쉘과 17만4000㎥급 LNG선 2척에 대한 3648억원 규모의 장기 대선 계약을 체결했다. 팬오션은 2024년 10월, 12월 차례로 발주한 LNG선을 인도받아 쉘에 7년 동안 빌려준다. 쉘은 최장 6년을 추가로 대선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보유해 계약이 최장 13년까지 길어질 수 있다. 이번 계약은 지난해 12월 쉘이 팬오션과 체결한 LNG선 장기 대선 계약의 옵션을 행사하면서 성사됐다. 당초 옵션 계약은 1척이었지만 2척으로 늘었다. 이번 계약까지 팬오션은 쉘과 LNG선 4척에 대한 장기 대선 계약을 확보했다.

팬오션은 지난해 12월 이후 LNG선 5척과 LNG벙커링선 2척 등 선박 총 7척을 확보했다. 한국가스공사의 LNG콜트(KOLT)호를 포함해 선단 8척을 구축하면서 LNG 분야에서 입지를 굳히고 있다. 안중호 팬오션 대표는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 활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LNG 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번 계약을 바탕으로 코리아컨소시엄(KC)과 함께 진행하는 카타르 LNG 사업에 최선을 다하고 드라이벌크·곡물트레이딩·친환경에너지 부문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글로벌 선도 해운 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올 하반기 발주될 카타르LNG 사업에서의 성과도 기대된다. 팬오션은 대한해운·SK해운·현대LNG해운·에이치라인해운 등과 함께 ‘코리아 컨소시엄(KC)’을 구성하고 카타르 국영 석유 회사 카타르페트롤리엄이 진행하는 LNG 운반선 장기 운송 계약 수주전에 참여하고 있다. 이번 계약으로 카타르페트롤리엄은 연내 LNG 운반선 40척을 발주하는데 그 규모만 80억 달러에 이른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LNG 수송이 확대되는 시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선사들의 장기적 먹거리로 꼽히고 있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