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속·증여 신고건수 급상승…세금 서적 ‘불티’
금융사 고객잡기 경쟁 속 보험설계사 등 ‘상속 열공’

상속·증여 관심 증폭…금융사, 고객잡기 잰걸음
고령화 심화와 자산 가치 급등으로 부의 이전에 대한 부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이 지난 6월 29일 공개한 ‘2020년 귀속 국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증여세 신고 건수는 21만4603건, 증여재산 가액은 43조6134억 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41.7%, 54.4% 급증했다. 또 지난해 상속세 재산가액은 27조4139억 원으로 전년보다 27.3% 늘었다.

이 같은 영향으로 세금 관련 책자에 대한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예스24에 따르면 서적 판매순위에서 ‘2021 세금절약가이드 2 양도소득세, 상속/증여세’(국세청 저)의 경우 정부간행물 1위에, ‘주택과 세금’(국세청 저)은 국내도서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국내 금융사들도 상속·증여 등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해 VIP고객을 잡기 위해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2011년부터 각각 '스타PB센터' '프리빌리지센터'라는 VVIP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또 우리은행은 30억 원 이상 초고액자산가와 기업 오너를 대상으로 TCE(TWO CHAIRS Exclusive) 센터를, 하나은행은 프리미엄 자산관리 브랜드로 ‘클럽1’ 점포를 운영중이다.

보험업계의 경우 삼성생명(삼성패밀리오피스), 한화생명(FA(Financial Advisory) 센터), 교보생명(교보 노블리에 소사이어티)에서 VIP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통합 출범한 신한라이프의 경우 업계 최초로 상속·증여연구소를 출범시켰다.

특히 보험설계사(FP)들을 중심으로 상속·증여에 대한 ‘열공’(‘열심히 공부하다’의 줄임말)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주식과 부동산 같은 자산 가격이 급등하며 자산가들의 관심이 상속·증여로 집중되자 보험설계사들이 자연스럽게 고객 상담을 위해 세금 공부에 빠진 것.

교보문고와 예스24 등 서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에 발간된 한경무크 ‘김앤장 변호사들이 풀어 쓴 궁금한 상속·증여’(이하 상속·증여 무크)가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두 달째 베스트셀러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보험사의 지역 및 개별영업점 단위의 단체 도서구입이 줄을 잇고 있다.

A보험사의 경우 8월 들어 서울 강북, 강원지역(원주·춘천), 부산 등의 지역단에서 15~30부의 상속·증여 무크를 구입하는 등 단체 주문이 이어지고 있고, B보험사의 경우 수원 등 경기권 영업점을 중심으로 단체 구매가 활발하다는 전언이다.

보험설계사들이 상속·증여에 대한 공부에 팔을 거둬 붙인 연유는 무엇일까.

보험과 상속은 얼핏 보면 서로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피상속인의 사망으로 지급되는 보험금과 관련해 민법과 세법에 차이가 있어 다양한 세금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우선 민법을 적용할 경우 생명보험금은 처음부터 수익자가 지정돼 있는 것이어서 분할 대상인 상속재산에 포함되지 않고 고유재산에 해당한다. 따라서 생명보험금의 수익자를 상속인으로 지정한 경우 해당 보험금은 고유재산이므로 상속인이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다.

하지만 세법은 민법상의 성격과 무관하게 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간주해 상속세 과세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이때 보험금의 수익자가 누구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즉, 생명보험금이나 손해보험금은 상속인이 받는 경우는 물론이고 상속인 이외의 자가 받는 경우에도 상속재산으로 보는 것이다.

이처럼 피상속인의 사후 불거질 세금 문제에서 보험금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보험설계사들이 풀어야 할 고객들의 고민에서 상속 문제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 이유다.

상속·증여 무크를 구입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 고객들에게 상속과 세금 문제는 꼭 풀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며 “직원들 교육용 교재로 책을 구입하게 되었으며, 이를 통해 업무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