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장묘업 등록 없이 고양이 장례 치러…벌금 50만원 확정

[법알못 판례 읽기]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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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1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말 반려인은 1448만 명으로, 국민 4명 중 한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있다. 반려인에게 반려동물은 엄연한 ‘가족 구성원’이다. 따라서 더 좋은 것을 먹이고 입히고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지사다.

반려동물이 무지개 다리를 건너는 순간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의 사체를 처리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다. 생활폐기물로 분류해 종량제 봉투에 버리거나 동물병원에 맡겨 의료폐기물로 처리하는 방법 그리고 장례 업체를 통한 화장·건조·수분해장을 진행하는 것이다.

수년간 함께해 온 반려동물을 폐기물로 처리하는 방법은 반려인이 선호하는 방법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8년 진행한 ‘2018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반려인의 55.7%가 반려동물 장묘 시설을 이용하겠다고 답했다. 주거지 야산 등에 묻겠다고 대답한 사람들은 35.5%로 둘째로 많았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상 불법에 해당한다.

여전히 많은 반려인들은 동물 장례 서비스 업체 중에도 불법 업체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이가 많다.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불법 업체와 이들의 무분별한 홍보 때문이다.

동물보호법에는 동물장묘업을 하려는 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맞는 시설과 인력을 갖춰 관할지에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의 판례가 나왔다.

장례 의뢰한 사람이 신고…무등록 장례업자 2인 벌금형

A 씨는 동물장례식장에서 근무하며 모 동물장례협회 전북본부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2019년 12월 정 모 씨로부터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다’며 장례를 의뢰받았다.

이에 A 씨는 정 씨와 관·수의·염습·화장 등 비용을 포함해 모두 32만원을 받기로 계약했다. A 씨는 화장을 하기 위해 이동식 소각 차량 제작업자 B 씨에게 연락해 출장 화장을 부탁했다. A 씨는 B 씨에게 화장 비용 20만원을 주기로 했다.

A 씨는 군산시 한 체육관 근처에서 정 씨가 가져온 고양이 사체를 알코올로 닦고 한지로 감싸 염습한 후 B 씨가 가져온 차량에 설치된 이동식 소각로에 넣어 화장을 마쳤다.

하지만 장례를 의뢰한 정 씨는 이 과정을 휴대전화로 촬영했고 두 사람이 ‘무허가 동물장묘업’을 운영하고 있다며 신고했다. 검찰은 두 사람을 벌금형으로 약식기소했지만 두 사람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정 씨가 신고를 목적으로 장례 서비스를 의뢰했기 때문에 정 씨는 ‘함정 수사’를 했으며 그가 제출한 소각 영상은 위법 수집 증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1심은 함정 수사가 아니라고 판단하며 두 사람에게 각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정 씨가 휴대전화로 영상을 촬영하던 당시 수사 기관과 어떤 관련도 없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정 씨는 단순히 수차례 반복적으로 범행을 부탁했을 뿐 수사 기관이 사술이나 계략 등을 사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설령 그로 인해 피유인자의 범의가 유발됐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함정 수사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한 “피고인들의 사진 촬영 등에 대한 동의를 받고 위 소각 과정을 촬영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 위법 수집 증거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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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팸플릿 문구’가 결정적 증거…항소 기각

두 사람은 1심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항소심에는 새로운 주장을 들고나왔다. A 씨는 자신은 장례대행업을 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고양이 사체의 화장을 담당한 것은 B 씨이기 때문에 ‘동물장묘업’을 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반면 B 씨는 새로 제작한 소각용 차량의 성능을 확인해볼 겸 평소 알고 지내던 A 씨의 부탁을 들어 정 씨의 고양이 사체를 소각해 줬을 뿐 동물 장묘를 업으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폐기물 처리 역시 업으로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2심 재판부는 두 사람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항소 기각을 선고했다. A 씨가 운영하는 업체의 팸플릿이 결정적인 증거가 됐다.

팸플릿에는 “본사는 믿을 수 있는 전국 장례식장 또는 화장차와 업무 협약을 맺어 보호자님의 시간대에 맞춰 가장 편안하게, 보다 안전하게, 보다 신속하게 추모하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고 기재돼 있었다.

재판부는 이를 토대로 반려동물 화장 역시 A 씨가 하는 사업으로 볼 수 있어 두 사람을 ‘공동 정범’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B 씨 역시 A 씨가 장례 절차의 일환으로 동물 사체의 소각을 의뢰한다는 것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다고 봤다. 또한 재판부는 “단순히 소각 차량을 테스트하기 위해 군산까지 원정을 올 이유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다시 상고해 대법원의 판단을 받았지만 벌금형이 확정됐다.


[돋보기]
반려동물 장례, ‘슬기롭게’ 마무리하려면

반려동물의 장례를 진행하기로 했다면 반드시 업체가 합법 업체인지 알아봐야 한다. 불법 동물 장례 업체를 이용한 사람들의 피해가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반려인 동의 없는 합동 화장을 하기도 하며 유골·메모리얼 스톤(뼈를 고온에 녹여 만드는 보석)을 바꿔치기하는 등 반려동물 장례의 의미를 파괴하는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고지한 금액과 다르게 장례를 진행하면서 과다한 비용을 청구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불법 업체 등에서 입은 피해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 위생과 안전 측면에서도 합법 업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합법 업체는 농림축산식품부령이 정한 기준에 따라 환경이나 시설 측면에서 주기적인 검사를 받는다. 반면 불법 업체는 이런 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아 환경 오염이나 안전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합법 업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e동물장례정보포털에 이용하기로 한 장례식장을 검색해 보는 것이다. 만약 ‘장례 중개 업체’를 이용한다면 반드시 어느 장례식장에서 화장을 하는지 물어 합법 업체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장례 중개 업체가 불법 장례식장을 연결해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반려인이 참석하지 않는 조건으로 중개 수수료를 할인해 주는 등 ‘조건부 할인’을 제시한다면 불법 업체 중개 여부를 의심해 봐야 한다. 또한 반드시 ‘장례확인서’를 발급받겠다는 의사를 밝혀야 한다. 장례확인서는 합법 업체에서만 발급받을 수 있다.

동물장묘업 허가 업체라고 하더라도 허가받지 않은 사항에 대해 운영을 하는 장례식장도 있다. 동물장묘업 허가 사항에는 △장례 △화장·건조·수분해 △봉안이 있다. 장례와 봉안에 대해 허가 받은 업체가 화장을 진행한다면 불법 장례 업체로 분류된다.

앞선 사례와 같이 ‘이동식 차량 장례 업체’는 아직까지 전부 불법이다. 지난 7월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동식 장묘를 허용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개정 절차를 거치고 있다.

장례 절차가 끝났다면 반려동물의 등록 말소 절차도 꼭 거쳐야 한다. 현행법상 반려동물 사망 시 30일 이내에 동물 등록 말소 신고를 해야 하며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않으면 5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동물 등록 말소는 온라인 신고와 현장 신고 두 가지로 나뉜다. 온라인 신고는 비교적 간단하다. 동물보호관리시스템 사이트에 가입한 이후 보호자의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등록 동물의 상태를 바꿀 수 있다. 현장 신고는 각 시·군·구청에서 이뤄지며 △동물 등록 변경신고서 △동물등록증 △동물병원 사망확인서 또는 장례식장의 장례확인서 등 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오현아 한국경제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