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세 인상에 민감한 미국 소비자들이 생필품을 비축하고, 자동차와 가전제품 등 내구재를 교체하고 있다고 14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미시간 대학의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25%가 내년 물가 인상을 예상했으며, 지금이 주요 상품을 대규모로 구매하기 좋은 시기라고 답했다. 이는 한 달 전 같은 조사(10%)보다 크게 증가한 수치다.
매사추세츠주에 거주하는 제라드 스자렉(66)은 "지하실에 커피 원두와 올리브 오일, 휴지 등을 최대한 많이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앞으로 4년 내 고장을 대비해 자동차와 가전을 새 모델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그는 사재기 이유로 트럼프 정부의 관세 계획을 꼽았다. 또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도 인건비를 상승시켜 상품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캘리포니아주에 거주하는 한 소프트웨어 컨설턴트(35)도 대선 이후 1만 2,000달러(약 1,700만 원) 상당의 제품을 구매했다고 말했다. 구입한 품목은 삼성 히트펌프(8,087달러), LG TV(3,214달러), 데논 오디오 리시버(1,081달러), 밀레 진공청소기(509달러) 등이다. 그는 "트럼프가 백악관에 복귀하면 상품 가격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모든 수입품에 10~20%, 중국산에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지난달에는 SNS 스루스소셜을 통해 “취임 첫날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전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수입품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는 미국 제조업을 키우고 무역 적자를 감소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그는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 공화국) 수입품에는 100%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WSJ에 따르면, 많은 경제 전문가는 관세 정책이 제조업 육성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물가 상승을 촉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늘어난 소비가 오히려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로버트 바베라 존스홉킨스대 금융경제센터 소장은 "사람들이 '앞으로 12개월 내 TV를 사겠다'는 계획을 '12주 내로 사겠다'로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WSJ은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이 트럼프 당선인이 캐나다·멕시코·중국 등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뒤 내구재 구매가 늘어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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