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조 클럽 재가입 사실상 확정…하반기도 치료제 판매 확대·백신 위탁 생산 호재
[스페셜 리포트] 지난해 매출 ‘1조 클럽’에 이름을 올린 주요 바이오 기업들이 올해도 순항하고 있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삼성바이오로직스·씨젠은 올 상반기 호실적을 기록하며 클럽 재가입을 눈앞에 뒀다. 하반기 전망도 밝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제 판매 확대와 백신 위탁 생산 본격화 등의 호재 덕이다. 증권가는 이들 기업의 올해 매출이 지난해보다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코로나19 치료제 유럽 허가 기대되는 셀트리온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0.9% 증가한 8887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3년 연속 1조 클럽 가입을 사실상 확정했다. 영업이익은 22.8% 증가한 3709억원을 기록했다. 램시마·트룩시마 등 기존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 의약품 복제약) 제품이 매출 호조의 원인이었다.
이들 제품은 유럽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시장에서 안정적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의약품 시장 조사 기관 아이큐비아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따르면 램시마는 올 1분기 유럽에서 51.8%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트룩시마는 38.3%, 허쥬마는 14.8%의 점유율을 보였다. 램시마와 트룩시마의 점유율은 오리지널 제품을 뛰어넘었다. 허쥬마는 허셉틴 바이오시밀러 중 유럽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들 제품은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의료 정보 제공 기관 심포니 헬스케어에 따르면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램시마(미국 판매명 인플렉트라)는 올 2분기 미국 시장에서 17.2%의 점유율을 보였다.
2019년 11월 리툭산 바이오시밀러 중 처음 미국에 출시된 혈액암 치료제 트룩시마는 현지 유통사인 테바의 실적 발표를 기준으로 점유율 26.9%를 기록했다. 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쥬마도 지난해 3월 출시 이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성분명 레그단비맙)’의 글로벌 매출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5일 추후 임상 3상 결과 제출을 전제로 렉키로나를 조건부 허가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렉키로나는 지난 7월 말 기준 한국 85개 의료기관에서 8610명의 환자에게 투여됐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경증·중등증 환자 1315명을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 렉키로나의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했다. 세포주와 동물 효능 시험을 통해 알파·베타·감마·델타 등 유행하고 있는 모든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중화능을 입증했다. 최근 남미에서 확산 중인 람다 변이에 대해서도 중화능 결과를 확보했다는 게 셀트리온의 설명이다.
렉키로나는 7월 17일 코로나19 확진을 받은 성인 고위험군 경증 환자와 중등증 환자의 치료 목적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긴급 사용 승인(EUA)을 받았다. 브라질 식약위생감시국(ANVISA)도 8월 11일 렉키로나의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증권가는 3분기 중 인도네시아와 브라질에서 렉키로나의 매출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는 렉키로나의 유럽 승인 여부에도 주목한다. 유럽 허가를 발판 삼아 미국 등 주요국에서 허가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의약품청(EMA)은 9~10월 렉키로나의 사용을 승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코로나19 치료제는 주로 정부 비축 물량으로 계약하는 만큼 마케팅 비용 등이 들지 않는 고마진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정보 제공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9월 1일 기준 셀트리온의 올해 매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15.1% 증가한 2조1280억원이다. 영업이익은 24.9% 증가한 8891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30년까지 매년 1개 이상의 후속 바이오시밀러 제품 허가를 목표로 글로벌 임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결장직장암 치료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 ‘CT-P16’은 글로벌 임상 3상을 완료하고 연내 EMA에 허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알레르기성 천식과 만성 두드러기 치료제 졸레어 바이오시밀러 ‘CT-P39’, 골다공증 치료제 프롤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1’, 안과 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CT-P42’,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 ‘CT-P43’ 등 후속 바이오시밀러도 글로벌 임상 3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차세대 성장 동력도 갖춘 상태다. 지난 6월 영국 익수다 테라퓨틱스에 지분 투자하며 ‘항체·약물 접합체(ADC)’ 파이프라인(신약 후보 물질)을 확보했다. 미국 인할론 바이오파마와는 흡입형 렉키로나의 공동 개발에 돌입했다. 지난 8월에는 미국 트라이링크 바이오테크놀로지와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올 하반기 고부가 가치 제품인 렉키로나와 램시마SC 등의 공급 확대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본격적인 성장이 예상된다”며 “기존 제품의 시장 확대와 함께 ADC, mRNA 등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한 기술력 확보에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품목 확대 등 연이은 호재의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 제품의 해외 판매를 담당하는 셀트리온헬스케어도 3년 연속 1조 클럽 가입을 예약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789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 1분기 일시적 미국 공급 일정 조정으로 현지 판매량이 감소했던 트룩시마의 출하가 2분기 들어 회복되면서 다소 부진했던 1분기 실적을 만회할 수 있었다.
이명선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상반기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 대비 크게 밑돌았지만 미국 내 트룩시마의 영업 정상화, 램시마의 시장점유율 증가, 유럽에서의 유플라이마 출시, 램시마SC 출시 국가 증가 등으로 하반기 큰 폭의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시장의 기대처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미국 판매는 하반기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유통 파트너사와 오리지널사가 독점 금지 소송에 합의하면서 램시마의 미국 처방 확대에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대형 사보험사인 시그나가 바이오시밀러 처방 확대를 목적으로 지난 7월부터 오리지널 제품과 함께 램시마를 선호 의약품으로 등재했다. 인플릭시맙 바이오시밀러로 전환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500달러의 직불카드를 제공하는 등 미국 내 램시마 처방에 대한 우호적 시장 환경이 조성되면서 판매 확대의 기대감이 커졌다.
제품 포트폴리오 확대와 함께 후속 제품들의 신시장 진입이 본격화한 점도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실적 성장을 이끌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우선 올 1분기 영국·독일·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5개국에서 출시한 램시마SC의 처방 환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램시마SC는 자가 면역 질환 치료제 램시마를 기존 정맥주사(IV)에서 피하주사(SC)로 제형을 변경한 바이오 의약품이다.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고도 집에서 직접 주사할 수 있는 편의성을 갖췄다. 램시마SC는 지난 7월 호주에서 출시되며 유럽 외 지역에서도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8월 독일에서 출시한 아달리무맙 바이오시밀러 유플라이마에도 기대를 거는 중이다. 이 제품은 유럽 각국에서 순차적으로 출시되고 있다. 셀트리온이 다케다제약에서 인수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프라이머리 케어 사업부의 케미컬 의약품도 지난 6월부터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통해 본격 판매되는 중이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제품 포트폴리오는 3개에서 21개로 크게 늘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한층 다양해진 제품군을 활용해 마케팅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여기에 렉키로나의 첫 매출이 발생하는 등 올 하반기 기존 제품의 판매 성과와 함께 후속 제품의 시장 확대가 예정돼 있는 만큼 회사의 실적 개선 역시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20.9% 증가한 1조968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3.5% 증가한 3746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모더나 백신 생산 초읽기 돌입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년 연속 1조 클럽 가입을 코앞에 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0.7% 증가한 6730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67.8% 증가한 2411억원을 기록했다. 신규 제품 수주 성과에 따른 3공장 가동률의 상승과 코로나19 치료제 원료 의약품 등의 판매가 증가한 것이 호실적의 비결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급증하는 바이오 의약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8월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산 능력의 4공장(25만 6000리터) 증설에 착수했다. 당초 수립한 내년 말 부분 가동, 2023년 풀 가동을 목표로 건설 작업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4공장 준공까지 상당 기간이 남았음에도 수주를 조기에 완료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지난해 당초 목표였던 매출 1조원을 초과 달성한 데 이어 올 2분기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시장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생산 설비의 효율적 운영과 4공장의 조기 수주에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가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지난 5월 모더나와 계약한 코로나19 백신 완제 의약품 생산 계약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9월 모더나 백신 생산에 본격 돌입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내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mRNA 백신 원료 의약품 생산 설비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mRNA 백신의 원료 의약품부터 완제 의약품까지 생산 가능한 원스톱 통합 서비스를 고객사에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이동건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 2분기 말 기준 바이오 의약품 위탁 생산(CMO) 누적 수주 59건을 바탕으로 2분기 1~3공장을 풀가동했다”며 “하반기 매출에는 코로나19 백신 CMO 효과도 가세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전년 대비 27.5% 증가한 1조4847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영업이익은 67.7% 증가한 491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조 클럽에 가입한 씨젠도 2년 연속 클럽 입성이 유력하다. 씨젠은 올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83.8% 증가한 655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은 3381억원으로 62.0% 증가했다. 코로나19 진단 키트 수출 증가 등이 실적 개선의 핵심이었다.
증권가는 씨젠이 올해도 매출 1조원을 넘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 회사의 매출은 내년부터, 영업이익은 올해부터 감소세에 접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세계 각국의 백신 접종률이 상승하면서 코로나19 진단 수요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씨젠의 지난해 매출 중 코로나19 진단 키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66.6%였다.
김충현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씨젠은 미국 내 코로나19 진단 키트 매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글로벌 경쟁사와 달리 유럽 시장이 주력”이라며 “8월부터 유럽 확진자가 증가세를 보이는 만큼 하반기 매출에는 영향이 없어 보이지만 내년 이후엔 관련 매출의 감소 추세를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 판단”이라고 말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씨젠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6% 증가한 1조24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이익은 5970억원으로 11.7%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최은석 기자 choi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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