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며든다(루피에게 스며든다. 반하다)’

최근 유아동 대상 인기 애니메이션 '뽀로로'의 분홍색 비버 캐릭터 루피가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루피의 ‘부캐’격인 ‘잔망루피’는 루피 고유의 귀여움에 기존 캐릭터에선 보이지 않았던 루피의 익살스러운 반전매력이 더해져 다양성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취향과 통했다는 분석이다.
'루며든다' 잔망루피 팝업스토어 연일 '구름떼' 인기
[신촌 유플렉스 지하 2층에 전시된 '잔망루피' 팝업스토어 모습. 사진 김수정 기자]

실제로 ‘잔망루피’의 인기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뜨겁게 번지고 있다. 지난 7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에 따르면 지난해 7월23일부터 올해 7월 22일까지 1년간 커뮤니티·인스타그램·블로그·트위터 등 온라인상 '루피' 언급량은 무려 31만7753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뽀로로 제작사인 아이코닉스가 지난해 11월부터 운영하는 '잔망 루피'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팔로워 수도 이달 10일 현재까지 기준 7만 6000명을 넘어섰다.

오프라인에서 팬심의 화력도 셌다. 특히, 이번 달 2일부터 10일간 신촌 유플렉스 지하2층에서 열리는 ‘잔망루피 팝업스토어’에는 연일 수많은 팬들의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심지어 지난 5일 일요일 오전 10시경에는 이미 팝업스토어 개장시간(10시30분)을 기다리는 이들의 대기 줄로 현대백화점 지하2층이 가득찼다. 그 중에는 엄마와 함께 손을 잡고 온 꼬마 손님부터 연인, 친구들과 온 2030 세대들이 다수를 이뤘다.
'루며든다' 잔망루피 팝업스토어 연일 '구름떼' 인기
[9월 5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 '잔망루피' 팝업스토어에 입장하려는 대기줄. 사진 김수정 기자]
'루며든다' 잔망루피 팝업스토어 연일 '구름떼' 인기
[9월 9일 목요일 오후 6시경에도 '잔망루피' 팝업스토어에 모여든 수 많은 사람들. 사진 김수정 기자]

이날 10시 20분에 도착해 대기표 88번을 받은 한 방문객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루피를 좋아해서 같이 왔는데 어른들의 ‘잔망루피’로 진화한지 몰랐다”며 “이렇게까지 대기 줄이 길 거라고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방문객은 “사실 뽀로로 캐릭터에서 루피의 존재를 잘 몰랐는데, 어느 순간 SNS 등을 통해 ‘잔망루피’의 활약상을 보며 익살스러움과 귀여움에 빠져들었다”며 “팝업스토어에 오니 봉제인형을 비롯해 다양한 상품들을 사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고 전했다.
'루며든다' 잔망루피 팝업스토어 연일 '구름떼' 인기
'루며든다' 잔망루피 팝업스토어 연일 '구름떼' 인기
['잔망루피' 팝업스토어에 진열된 루피 캐릭터 상품들. 사진 김수정 기자]

그의 말대로 해당 팝업스토어는 ‘잔망루피’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퇴근 길 나른한 표정을 한 듯 한 봉제인형부터 익살스런 문구로 웃음을 자아내는 가지각색의 키링, 공책, 텀블러, 치약세트 등 팬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또한, 곳곳에 ‘잔망루피’와 인생샷을 남길 수 있는 거대 ‘잔망루피’ 동상들과 세트가 꾸며져 있어 재미를 더했다.

무엇보다 ‘잔망루피’의 이러한 인기의 배경에는 지식재산권(IP)을 가진 브랜드 소유권자와 참신한 아이디어와 제품력이 있는 메이커의 결합도 한 몫을 했다. 대표적인 시도가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의 '팬즈메이커'다. ‘팬즈메이커’는 매월 새로운 IP와의 협업를 통해 라이선스 사업에 도전할 스타트업·소상공인을 공개 모집하고 IP 제품 개발과 펀딩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참신한 아이디어와 제품력이 있는 메이커에게 강력한 팬덤을 보유한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 기회를 제공하고, IP 브랜드 오너에게는 IP별 특색에 맞는 제조 메이커를 연결해 IP 시장에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팬즈메이커의 첫 번째 IP는 ‘잔망루피’가 선정돼 지난달 8일까지 접수를 받았다. 와디즈 측에 따르면 잔망루피 팬즈메이커로 2주간 약 130여 팀이 지원했고, 1차로 7개 팀을 선정하여 11월부터 와디즈 펀딩으로 출시할 예정이다.

팬즈메이커의 첫 번째 캐릭터로 잔망루피를 선정한 배경에 대해 와디즈 IP사업 총괄 이인균 이사는 “카카오톡 이모티콘에서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캐릭터가 ‘잔망루피’였고, 인스타그램에서 잔망루피 관련 게시물에 댓글이 평균 1000개 이상씩 달리는 것을 보며 MZ세대에게 얼마나 인기 있는 캐릭터인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그러면서 “팬즈메이커 론칭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캐릭터 브랜드에서도 와디즈를 통해 다양한 카테고리의 캐릭터 제품을 론칭하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오고 있다”며 “메이커에게 캐릭터 라이선싱 기회를 더 적극적으로 제공하고자, 하반기에는 와디즈 내에 ‘IP Studio’ 페이지를 구축하여 IP 소유자들이 다양한 캐릭터를 직접 등록하고, 메이커들이 상시로 아이디어 제품을 제안하여, 펀딩으로 캐릭터 제품을 출시까지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와디즈는 최근 급성장을 하고 있는 웹툰, 게임, 엔터테인먼트의 회사들과도 협업을 진행 중이며, 향후 팬즈메이커를 통해 펀딩으로 출시된 제품들은 성수동 ‘공간 와디즈’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어, 팬들에게 오프라인에서의 다양한 경험도 제공할 예정이다.

김수정 기자 hohokim@hankyung.com